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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Apr 30. 2024

너를 조금만 늦게 만났더라면..

예전에 "다빈치 코드"라는 책이 있었다. 비록, 나는 읽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 책의 주 무대인 장소, 루브르. 책 속에 묘사된 루브르란 복잡한 미로와도 같아서 헷갈려 사진을 봐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왜 미로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그저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꾸로 되어있는 피라미드~~~ 그런데 이쁘다~~~ 진짜, 우아하고도 세련미가 철철 넘치는 건축물.. 이러니 내가 안 반하고 배겨? 솔직히 여기까지도 어떻게 왔지? 싶을 정도로 삭제된 기억 저편인데.. 어찌어찌해서 이곳에 도달한 우리. 그리고 내가 신디를 향해 초롱초롱한 눈빛을 쏴주려 할 때, 그녀는 이미 안내 데스크에 가서 입구를 묻고 있었다. 


신디, 내가 자기 사랑하는 거 알지??


어유..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런데, 입구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바로 근처였다...


이제 와서 보니, 대놓고 여기가 입구야, 바보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 저기는 뭔데, 기다리는 줄이 길까? 싶었었는데 입구여서 그랬다고 한다.. 하하하. 어찌 되었든 2분이란 시간 안에 입구에 도달한 우리는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고.


앞사람을 따라가다 보니(모르겠다 싶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대로 가면 중간은 가는 듯하다~ 이번 프랑스 여행 가서 새삼 많이 실감했다는..), 어느새 루브르 속으로 입성해 있었다.


마치, 해리포터의 세계에 처음 발을 내디딘 듯한 느낌을 오랜만에 느끼며 한 발자국씩 점점 발을 내디뎠고. 그럴수록 수많은 예술들이 밤하늘 별처럼 나에게로 쏟아지는 듯했다. 그 수많은 별똥별들에 나는 압도되고 말았다.

해리포터의 움직이는 계단, 그리고 그 벽을 메운 수많은 초상화들처럼, 수많은 미술품들로 가득했고, 그에 어우러져 거대한 스케일의 박물관 내부가 정말이지 압권에 압권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인 것도 처음이거니와 거인국 속 소인이 된 듯한 기분도 신선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박물관을 수놓은 수많은 작품들이었다. 인류의 모든 예술을 이 루브르에 집약해 놓은 듯했는데, 그 예술을 향한 광기와 열정이 정말이지 인상적이었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과 조각품들. 상반된 시대와 화풍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었고. 그 광경이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었다. 인상적임을 넘어서 경이로웠달까?


다만 아쉬웠던 건..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점이었다.. 너무 아는 게 없었다.. 


미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보니, 작품들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나 감상을 받지 못했다는 거..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아무것도 몰라서 그저 그림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저 지금의 나로선 마치 퇴근하려는 직원을 억지로 붙들고 야근시키는 것처럼, 출구 찾다가 루브르가 내 멱살 잡고 꾸역꾸역 내 뇌 속으로 작품 감상 주입 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반도 못 봤는데 벌써 가려고? 오는 건 네 맘대로지만, 갈 때는 네 맘대로가 아니야! 어서, 인류가 이룩한 예술을 잔뜩 감상하라구~~!!!"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를 조금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



내가 사랑에 아파하고 울었던 지난날들, 당시의 나는 나를 떠났던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노력했으나 이루지 못한 내 사랑에 연민을 느끼면서 살아왔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게 아니었음을. 그 사람이 나를 떠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떠나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었음을. 시간이 흘러서야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긴 시간, 그 시절 그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의 언행에 대해 곱씹어보면서 이해를 해본 결과,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당시 내 행동에 대해 반성을 끊임없이 하곤 했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 너를 마주한다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늘 들곤 했다. 네가 나에게 올 수 있도록 내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 널 만났더라면 그때와는 다른 나날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너와 나는.. 적어도 내가 그렇게 오랜 시간 널 그리워하진 않았을 텐데.. 


나에게 루브르가 이러했다. 너무 준비가 되지 않았다. 너는 날 맞아들일 준비를 했었는데,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네가 나에게 주려고 했던 깨달음과 교훈.. 


이때의 나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러한 점들이 정말 가슴 아팠다. 조금 알았더라면,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지금의 내가 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모나리자뿐...



모나리자가 아닌, 다른 너의 모습을 나는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존경스러움..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작품들을 옛날부터 하나씩 쌓아 올려 하나의 공간에 집약했다는 그 전통이 정말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우린 문화재를 불태우거나 경매금을 올리는 등 문화, 역사에 대한 자세가 아직도 선진국이 되기에는 멀었다고 보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는 게 너무 느껴져서 부러웠다.


이게 프랑스야. 이는 곧 혜택이고. 그러하니 세금을 많이 내는 건 당연한 거야.


프랑스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정말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했고,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비록.. 출구 찾는데 지치고 피곤했지만 말이다.. 하하하.. 진짜, 루브르 도착하고 나서 신디와 내 상태가 얼바사나 핫식스를 마시면 안 될 정도로 육신이 무너져있었으며, 피로가 눈을 뚫고 어깨까지 내려온 듯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루브르 미술관에 있는다는 건.. 또 다른 고행이었달까? 


그리고 이게 웃긴 게, 루브르에서 우리는 완벽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었다. 루브르에 갈 때, 격렬하게 입구를 찾았다면, 반대로 우리가 이곳에서 나가고자 할 때는 격렬하게 출구를 찾았다.


우리, 이제 지쳤으니까 나가자! 결심하고 출구인 듯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나가려 하면, 또 다른 예술품들이 펼쳐져있고. 진짜 여기가 출구겠지? 싶으면 다른 예술품들이 있고. 진짜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진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난 신디에게 말했다.


신디.. 여긴, 출구가 없나 봐...

지저스...


출구인 줄 알고, 내려갔더니 파라오가 나왔을 때는 정말이지... 둘 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달까.. 피곤함에 내가 먼저 파라오든 미라든지 될 판... 공부 안 하는 학생들 하굣길까지 붙잡아서 공부시키는 선생님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나 갈래.. 나 붙잡지마!


그래 알았어~ 그런데, 가기 전에 이거 하나 더 보고 가면 어떨까? 이것도! 이거는 꼭 봐야 해~


제발... 벌써 몇 시간 째야.. 너를 하루만에 다 볼 수는 있는 거니??


그래서 왜, "다빈치 코드"에서 루브르를 그렇게 묘사했는지 정말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달까.. 그래서 그렇게 끝도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빠져 헤매고 있었다가 어찌어찌해서 나왔다..


"우리 어떻게 나왔니??"


나오고 나서, 다시 찍은~


이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영화 "어바웃 타임" ost인 How long will I love you 노래가 떠올라서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How long will I love you?

얼마동안이나 당신을 사랑할까요?


As long as stars are above you

별이 당신 위에 있을 때까지,


And longer if I can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오래


How long will I need you?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이 필요할까요?


As long as the seasons need to

Follow their plan

계절이 자신의 계획을 따를 때까지


How long will I be with you?

얼마동안이나 당신과 함께 있을까요?


As long as the sea is bound to
Wash upon the sand

바다가 모래 위에 밀려올 때까지


How long will I want you?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을 원할까요?


As long as you want me to
And longer by far

당신이 원할 때까지,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How long will I hold you?

얼마동안이나 당신을 간직할까요?


As long as your father told you
As long as you can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에게 말한 만큼,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오래


How long will I give to you?

얼마동안이나 당신에게 나눌까요?


As long as I live through you
However long you say

나의 삶이 당신을 통해 이어질 때까지, 당신이 말하는 만큼이라면

...


이 순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벅찬 감동이어서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현재란 시간이 처음으로 감동으로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고마워, 신디. 네가 없었으면, 감히 꿈을 꿀 수 없었던 순간이었을 거야. 우리의 수명은 유한하다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은 이 글에 담겨 오래도록 남아 영원할 거야. 이 글에서 벅찬 감동과 행복이 느껴지는 한, 우리의 사랑은 결말을 맞이하는 법은 없을 거야..



당시에는 고행인 나날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 축복이었다..

어쩌면, 너를 만나기 이전 흔히 그리움의 시대라 말해온 지난 시간들도 어쩌면.. 너를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었으리라.. 준비된 상태에서 너를 마주해 너를 놓치지 않기 위한 신의 계시. 


우연이 아닌 필연.. 푸른 하늘에 따스한 대기, 저마다의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틈에서 불멸이 되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면서..



그리고 언젠가 준비된 상태에서 다시 오기를 기원하며..



그렇게 루브르를 뒤로 한채, 우린 우리가 예약했던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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