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을 뒤로 한채, 구글 지도에 의지해 걷기 시작한 신디와 나. 그때 신디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노아, 우리 여기서 루브르까지 걸어가자! (미쳤어!!!!)
이에 내 두 눈은 일식을 맞이하는 듯, 무언가에 온 세상이 가려지는 듯했고. 내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거지, 나? 신디? 걷자구? 몇 km인지는 아는 거지?? 아니, 물론 자기 신난 건 알겠지만, 이러지 마 제발.. 자기 지금 너무 업됐어~ 그러나 날 향해 쏟아지는 그녀의 눈빛. 그리고 이내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쩌겠어?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래 걷.. 걷자~ 구글 지도와 트레블월렛 카드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신기해 신디..
뭐가..?
신디가 걷고 싶다니.. 내 연봉이 갑자기 1억 넘게 인상될법한 말이야.. 기억나, 신디? 한국에서 5000 걸음 이상만 걸을때면, 늘 자기가 나에게 했던 말?
노아, 미안해. 내 기억력이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됐나봐~ 기억이 안나네~
괜찮아~ 그때 자기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 100절까지 다 읊어줄 수 있어~
걷고 또 걸었다. 날이 맑았다. 맑음을 넘어서 뜨거웠지만, 너무 여유로웠고 아늑했다. 뽀송뽀송한 이불에 덮인채 바닥을 스치듯이 걷는 기분이었다.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그 소풍 가는 길에 신디, 너와 함께 한다는 게 더 큰 행복이었고. 마침, 근처에서 패션쇼가 열리는 듯 보였다.
무척이나 궁금했으나, 우리에겐 갈길이 멀었기 때문에 궁금증을 뒤로 한채~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날이 또 뜨거워서 뜨거움에 온 몸이 적셔진 듯한 느낌으로 루브르로 향하고 있었다. 또, 한 발자국마다 저절로 피곤함도 덤으로 커져가는 것만 같았고.. 새삼 한국에서 늘 걷자고 했던 내가 참 신디에게 원망스러웠겠구나 싶었다.
내 멘탈은 어리둥절, 육신은 기진맥진~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내게 왜 이러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오늘 너에게 하고자 했던 모든 말 저 하늘 위로~
우리 찰나의 산책은 그렇게 알렉산드르 3세 다리? 에서 멈추게 되었고.
이 지점부터 우버로 루브르까지 가기로 했다. 이에, 그녀가 우버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동안 잠시나마 우리가 멈춘 곳을 보여주자면~ 짠~~
서울 한강 다리를 보는 듯하면서도, 서울 한강 다리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건축 양식 탓인지, 마치 시간 여행한 듯한 기분이었달까? 문득, 밤이 되면 얼마나 예쁠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다리였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멀리 에펠탑이 보이면서, 푸른 하늘 아래에 흐르는 강. 그리고 강 위에 떠있는 배까지 그 모든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파리에 살 수만 있다면, 이 아름다움을 누리고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 어떤 세금이라도 낼 수 있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어느 하나라도 예술이 없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순간순간이 소중하고도 선물처럼 느껴졌다. 빼곡한 빌딩숲에 둘러싼, 그 빌딩마다 빛나는 조명이 만들어내는 도시 야경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곳은 또 다른 낭만을 주었다. 이곳과 사랑에 빠졌달까..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미스터리 발생! 여행 당시 우린 이 다리를 퐁뇌프 다리로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 는 걸 인지하게 된 나였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사진들을 다시 보았는데, 퐁뇌프 다리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신디에게도 물었다.
신디, 우리.. 첫째 날에 걸었었잖아. 그때, 우리가 봤던 다리가 퐁뇌프 다리 맞던가??
퐁뇌프 다리 맞지 않아?
그치, 그런데 이게 이상한 게 모습이 달라.. 그리고, 에펠탑에서 퐁뇌프 다리까지는 4km 정도 되는데, 우리가 4km를 걸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아?
그러네??
그리고 찾아보니, 우리가 당시 도달했던, 사진에서 나오는 다리는 알렉산드르 3세 다리로 추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기준으로 적은 건데 혹시 아니라면..?? 이 다리에 대해 아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ㅎㅎ
그러나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왜냐하면, 예약한 시간 때문이었다. 파리 여행을 계획할 당시, 우리 둘 모두 루브르는 꼭 가야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루브르 예약을 했었는데(루브르는 뮤지엄 패스와는 별개로 예약을 따로 했던 거 같다. 루브르 예약은 신디가 진행했었다), 예약 시간이 딱 2시였던 것! 그런데, 2시가 되기까지 20 ~ 30분 정도밖에 안 남았던 것이다.. 지저스~~~ 그때부터 나와 신디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빨리 우버로 택시 잡은 우리는 막히는 교통 체증을 보면서 발만 동동 거렸다. 예약 시간이 지나면 얄짤 없이 출입을 못 시킨다고 해서 많이 조마조마했었다..
루브르...
아.. 나의 루브르.. 다빈치 코드에서 봤어.. 그래, 모나리자는 꼭 봐야지~~ 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그 마음을 잡을 수는 없는 걸까
미소가 없는 그대는 모나리자~~
그때, 신디가 나를 노려보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뭐 하는 거야, 눈치 챙겨!!! 노아~!! 우리 늦어서 출입 못할 수도 있다구!!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서 무한재생되기 시작한 하와이 파이브 오 노래. 그리고 질주하기 시작하는 내 심장과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간, 매섭게 변해가는 그녀의 눈초리와 무너져가고 있는 그녀의 이성.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이 모든 상황을 달려가듯이 써 내려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 마치 뒤에서 우릴 쫒아 달려오는 "터미네이터 2"의 T-1000을 보는 것 같은 심장 쫄림이 있었다.
갈수 있을까?
1분 지나서 못 가는 거 아니야??? 아, 그런데 티켓 출력한 건 챙겨 왔나??
노아, 챙.. 겨 왔지??
아...
노아?
아!! 챙겼어!!!
이 정신없고도 촉박하게 돌아가는 이 아비규환! 그러나 그런 우리의 마음도 모른 채 러시아워는 계속 to be continued... 그렇게 예약 시간까지 28분,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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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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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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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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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
10분 미만의 시간을 두고 루브르? 에 도착! 우린 입구를 향해 서두르기 시작했다. 해.. 했는데, 난관 봉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