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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y 05. 2024

BAIETA~

BAIETA~

그의 손가락 끝으로부터 말미암은 풍미의 교향곡,
그 곡의 선율이 내 혀에 닿아 녹아드는 순간.

그 순간, 새로운 미학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루브르에서 택시를 탄 우리, 서둘러 숙소로 다시 향했고, 도착한후 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샤워하고 머리도 손질하고, 준비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우리~ 식당 하나 가는데 왜 이리 유난 떠냐고 물으신다면 우린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파리니까..


다른 어떠한 이유들을 말할 필요가 없다. 파리니까. 그 하나로 다 설명된다. 낭만의 도시. 그리고 미각의 도시~ 맛의 풍미가 뭔지 아는 나라~ 그 옛날 먼 나라 이웃나라부터 시작해서 어린 나에게 프랑스, 파리는 미각에 있어서 아주 품격 있고 격식 있는 그런 도시라는 이미지였다. 그래서였을까. 여행 가기 전에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다.


맛은 기본이고, 한국 레스토랑들과는 다른 어떠한 품격과 기품, 고급스러움이 있을 거라는~ 이런 마음을 품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그런 와중에 노트르담 성당을 창 밖에서 마주했다~


원래 후보지에 있었으나, 공사 중인 관계로 울며 겨자 먹기로 포기해야 했던.. 그래서 마음이 아팠었는데,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서 신디와 나는 엄청 기뻐했더랬다~ 그런 와중에 또다시 마주하게 된 불청객~ 러시아워~ 아니, 어떻게 된 게 이 도시는 인도는 대륙 같은데, 도로는 어째 골목길 같은지. 그래서 유난히 교통 체증이 많은 듯싶었다. 머피의 법칙이라 했던가? 예약 시간에 오지 못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던 찰나,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예약 시간을 맞추지 못해 출입을 못하는 거 아니야? 란 걱정에 조금 조마조마했었다, 많이.


신디는 아무 걱정 안 하는 듯했지만?(나만 걱정했던 거니?? ㅎㅎ 경력직의 여유인가..ㅎㅎ)


그래도 다행히 5분 정도 늦은 시간에 도착한, 오늘의 식당~~~



BAIETA~~~~


여행 전 코스 요리로 해서 와인과 함께 예약했었다. 그래서 우리가 오자마자 예약 확인한 후, 자리로 안내하는 종업원. 그리고 식당 내부를 보고 우린 깜~~~~ 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가 상상했던 식당 내부는 뭔가... 밤하늘 별들을 따다 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조명에 연약한 우리 마음을 덮을 밤하늘과도 같은 천장. 그리고 센강 위를 떠다니는 배처럼 묵직하고도 가벼운, 기품 있는 테이블과 의자로 배치되고 인테리어 된 공간이었으나?


그러나 실상은? 내 개인적인 느낌은 그냥, 신촌 어느 상가 건물에서나 볼 법한 내부 인테리어였다. 마라탕이나 이름 모를 외국 음을 팔아도 이상하지 않을, 아주 익숙한 분위기~ 우리가 너무 기대치가 높았던 탓이었을까?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는지, 첫인상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나만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아닌 듯했다.


여기 예약 안 해도 되었겠는데??


그런데 그러기엔 300유로 정도였다고 한다, 이곳이. 하하하~~ 세상에~


허나, 낭만과 맛을 위해 이 정도 금액쯤... 이... 야... 기꺼이 투자할 수 있지만(이 문장을 쓰.. 면서 올라오는 매서운 현실), 그럼에도 비싼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하루 저녁 정도는 제일 근사한 식당에서 신디와 함께 하고 싶었기에~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위한 내 진심이 이 정도였다는 것만 기억하는 걸루~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할 때 나온 첫 음식~


무슨 음식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빵이었던가??

이래 봬도 맛집 블로그를 1년 정도 했던 경력자인데, 맛 표현을 못하겠다..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니 맛을 표현할 수가 있나.. 다만, 기억나는 건 다 맛있었다는 것이다~


위 음식을 먹고 나서 좀 지나서 나온 음식~


일단, 먼저 나는 맨 왼쪽에 개수가 많은 동그란 것들도 먹는 건 줄 알고 착각했던 흑역사를 고백한다. 다 먹는 건 줄 알았지 뭐야~ 내가 원래 상상했던 건,


음, 웨이터~ 이 음식은 프랑스 100년 산 ~~~ 이 아닌가?


잘 아시네요~ 이 음식으로 설명해 드릴 거 같으면~~


음~ 잘 아는구먼~ 그런데, 한 가지 틀린 게 있어~ 내 다시 설명하자면~~


이런 품위 있는 대화였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dfnodo dofdsnofhso dnofsohfosdhoir~~~


뭔 말이여? 뭐라고 말하는 거야?


(경청하는 신디)


신디? 또 나만 못 알아듣는 거지?


노아, 이 음식은 말이야~~~


에라 모르겠다~ 알 게 뭐야~ 먹고 보자~~~


정말이지 루브르에 이어 정말이지 음식에서마저도 나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진심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나에게 음식이란 그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먹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언젠가 어떤 이가 나에게 말했었다.


한때 사귀었던 사람과 같이 먹었던 곳을 우연히 갈 때면,
그때 그 사람과 함께 했었던 시간이 떠올라요..


당시의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식당이란 그저 먹기 위한 곳이 아닌가? 그런데, 사람을 생각한다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코스 요리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는 우리. 그리고 먹으면서 신디와 나는 음식 맛을 평가하기도 하고, 여행 중 있었던 일들이나 서운했던 일, 앞으로 어떻게 우리 관계를 이어나갈지 등 다양한 얘기들을 했고. 그 순간, 난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식당이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파는 곳이구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뷰를 보면서, 형형색색의 음식들을 맛보면서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박혀있는 추억들을 말하고 기억하면서, 별똥별 되어 쏟아지는 우리 순간들에 여운을 느끼며.. 그렇게 쌓여가고 깊어가는 우리. 지금 너와 함께하는 순간, 역시 밤하늘 별이 되어 과거로 흘러가고. 앞으로의 희망, 행복만을 꿈꾸며 흘러갈 미래. 이 시간의 흐름이 인식되는 현장. 식당이란 이런 곳이리라. 


이런 사실들이 갑자기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훅 올라오면서 가슴이 뭉글해지기 시작했다. 취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신디도 마찬가지로.. 응? 신디?


"웅~~~~ 노아~~ 에일애ㅔ에내랭나ㅓㅐㅔㅓ엥~~~"


신디? 취.. 취한 거니??


멈추지 않고 우리에게로 쏟아지는 음식들의 향연. 그에 비례해 고갈되어 가는 그녀의 잔.. 그걸 지켜보는 나..


많았던 와인이 얼마 안 남은 걸 본 나는 잔뜩 취한 신디를 보며 말했다.


"이보세요? 저는 누군지 아시는 거죠?"


"노아~~ (                                                                   ) 알겠지????"


허허허~ 그날 나에게로 흘러갔던 그녀의 모든 말들은 괄호 속 수수께끼로 남긴 채~~ 그날 그녀의 모습은 하나의 괄호를 통해 알리바이로 남기며~~


잘 취했니? 


나도 취하고 싶다~ 


항상 취하는 너와 그걸 지켜보는 나~ 매번 취한 신디의 모습을 보며 이 여자의 본모습을 보는 일이란.. 늘 새로워~ 짜릿해~


그러다 문득, 내가 술 취해 헤롱헤롱 거리는 걸 매번 지켜봤던 신디의 모습이 떠오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금주하자 우리. 너무 술 많이 마시는 거 같아..
이제 우리 서로의 밑바닥은 그만 보여주는 걸루~ ㅋㅋ


그리고 그녀의 취함과 함께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The End~~


이 또한 지나고 보면 추억이다. 별일 아닌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들도 전부 돌이켜보면 소중했던 내 기억이었다. 다시는 담을 수 없는 우리의 시간이자 사랑이었다. 그날 우리가 나누고 교감했던 얘기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했을지라도, 그날 우리의 감성, 사랑은 짙게 남아있을 것이다. 먼 훗날 우리가 다시 이 식당에 가게 된다면, 그때의 감성이 다시 불어와 그날을 다시 상기시켜 설레게 해 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곳. 그 장소가 그 어떠한 곳일지라도, 그 사람은 없을지라도 그와 내가 그날 느꼈던 감성은 남아 영원토록 우리의 마음을 이끌 것이다. 끝 지점에 다다른 후일지라도, 언제나 다카포! 서로 상이한 시공간 속에서 엇갈린 채 나아갈지라도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우리 처음의 지점에서 만나게 될 것임을. 그렇게 만남과 이별, 이별과 만남을 계속 반복하면서 사랑은 깊어질 것임을..


나중에 우리가 다시 이곳에 하차한다면, 그때는 어떤 느낌일까? 우린 어떻게 변해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 하나는 우린 늘 그래왔듯이 서로에게 충실할 것이라는 점이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며, 그렇게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옆에 있어주면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후식과 함께 찰나 우리의 달콤했던 시간은 끝나게 되었고. 318유로라는 청구서와 함께 비눗방울 터지듯 꿈에서 깨어나 식당을 나온 우리~


밖에 나오니 어느새 해는 저물어있었고, 화려하고도 낭만적인 밤이 자리해 있었다.


우린 이 거리를 함께 거닐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뜨거웠던 우리 최고의 순간, 끓는점에서야 우리 전성기는 시작되었으며 그때부터 우리의 시간은 완만하게 흘러가면서 정체되는 듯했다. 시침과 분침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개념은 사라져 있었으며, 공간의 개념 또한 배경이 되어 우리 뒤에 놓인 듯했다. 오로지 이 세상에 우리 둘만이 있는 듯했다. 


어느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랑을 속삭이면서~

찰나이지만 불멸이 될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이 거리를 거닐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사랑해.. 언제까지나..



사랑을 위한 도시다. 낮과는 다른 분위기의 파리였고, 우린 한동안 계속 거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일 일정이 있었기에.. 내일 일정을 위해~~ 얼른 택시를 잡아 숙소까지 간 우리~



달리는 택시에 몸을 맡기며, 이제 과거가 되어가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내일은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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