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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Apr 18. 2024

찰나의 에펠탑, 영원토록

찰나의 에펠탑, 영원토록

택시를 탄 우리, 택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을 보며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고스란히 자외선 노출로 이어져 찰나의 낭만, 영원의 노화 결말이겠지만~ (그러기엔 이미 선크림을 발랐다는 사실~ 신디의 오랜 세뇌와 학습 덕분이리라.. 하하하..) 이국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따스함과 동시에 여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조급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흔히 말하는 공백,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과 마음에도 스며들고 있었고. 그 공백이 자리한 자리에 푸른 햇살만이 가득히 채워주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에펠탑 도착~~~


멀리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너. 그 모습이 조금씩 우리에게 가까워오고 있었을 때, 내 가슴은 크게 뛰기 시작했다.


상상 그 이상으로 높았다. 크다라는 표현으로는 내 눈앞에 보이는 저 탑의 크기를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했고 웅장했다. 나는 상당한 규모에 압도당하고 말았고, 내 생각과 가치관 모두 한순간에 증발하는 듯했다. 나는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나. 얼마나 좁은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나. 


아름다웠다. 


너무나 아름답고도 경이로워서..


나는 말없이 하염없이 앞에 보이는 에펠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내릴 너일지도 몰라

Peut-être seras-tu comme une averse soudaine,


푸른 하늘, 따스한 공기, 여유로운 사람들

Sous un ciel bleu, dans l'air doux, parmi des âmes sereines,


곧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그칠 오늘이지만

Sous un ciel bleu, dans l'air doux, parmi des âmes sereines,

Bientôt dissipée sans laisser de traces, pourtant,

Aujourd'hui où tu te dissiperas comme une averse,


아직은 네가 자욱할 내일,

Demain où tu épaissiras


지금의 낭만은 계속될 거야

Le romantisme de l'instant continuera,


언제나 그래왔듯이

Comme toujours,


찰나의 행복, 영원의 그리움이니까

Un bonheur fugace, une nostalgie éternelle.


앞으로 푸른 하늘에서 소나기를 생각할지라도

À l'avenir, même en imaginant une averse sous le ciel bleu,


그리움 한편에 놓인 낭만에 가슴 설레할 나라서

Mon cœur frémira d'excitation à l'idée du romantisme niché dans la nostalgie,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Tant que ce sentiment ne s'évanouira pas,


앞으로도 우리의 오늘은 계속 있을 거야

Notre présent continuera d'exister,

Comme toujours. 


(삭막한 오늘을 사는 지금, 그때를 떠올리며 출퇴근길에 써본 시를 chatgpt를 통해 프랑스어로 번역한 거와 함께 써보았는데, 프랑스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


신디와 나는 신이 나서 마음껏 사진을 찍었던 거 같다.


"노아~ 나 에펠탑 뒤로 해서 사진 찍어줘~"


그래! 신디의 전용 사진사인 나만 믿으시라~~~ 거의 눕기 직전까지의 자세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 나와 그 모습에 아랑곳 않고,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처럼 포즈를 취하는 신디. 이 둘을 뒤로 한채 서있는 에펠탑. 정말이지.. 잊을 수 없었던 어느 오후였다.



찰나의 행복, 영원의 그리움.. 이전까지의 내 인생을 말해주는 말이다. 언제나 나에게 행복, 사랑은 찰나였다. 그 순간이 지고 나면 어김없이 이어져왔던 그리움. 아직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지난 시절의 온기와 향수에 젖어 그리워했던 시간. 그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다시 찾아온 설렘.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그리움의 시간. 그렇게 그리움의 시대가 뜨고 지고를 반복하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신디를 만나 그리움의 시대가 그 종말을 고하던 순간. 그 순간의 시작점에서 다다라 마주한 에펠탑.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지난 내 시간들이 외롭고도 서러웠었다면. 지난 시절 모든 아픔을 다 잊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다 보상받은 기분이었달까. 


설사, 지금의 순간이 찰나의 행복으로 남아 이후 이 순간을 그리워하는 나날이 내 남은 인생이 될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낭만은 불멸의 선율이 되어 영원히 내 가슴속에 맴돌 것만 같아서..



오늘, 이 순간 너와 내가 함께하는 지금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야. 이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의 낭만은 계속될 거야. 일상을 살아가면서 힘들거나 슬플 때, 이 낭만을 꺼내서 잠시나마 느끼고 그리워하면서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보자. 


신디는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노아, 우리 루브르 갈 때까지 시간 좀 남았으니까 걸을래~~?"


그래, 걷자~ 걷지 뭐~~~ 잠... 잠깐만? 걷자고?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신디? 절대로 걷는 걸 싫어하고 혐오하는 신디가??? 신디의 갑작스러운 말에 순간의 파란이 일어났던 나. 그런 나를 바라보며 웃는 신디. 우리 둘은 에펠탑을 지나 루브르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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