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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y 24. 2024

에펠탑과 밤

에펠탑과 밤

버스를 타고 우리가 향했던 곳은 바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이었다. 신디가 못다 한 쇼핑을 해야 한다고 해서 갔었는데,


신디.. 그럼 낮에 했던 쇼핑은.. 뭐였던 거니???

워밍업이었니??


의아함 가득 안고,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거대한 홀~~

고전적이면서도 기품 있어 보였다. 클래식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왠지 반지 들고 뭘 해야 할 듯한 기분이 자연스레 드는 장소였다. 거대한 백화점을 엘레강스하게 감싸는 천장. 그 아래 우아하게 펼쳐진 드레스처럼, 조그만 조명들을 장식 삼아 화려히 뽐내는 자태. 이 모든 요소들이 낭만의 오케스트라에 한데 어우러져 가득 채워진 감동을 선사하였다. 그 한가운데에 선 신디와 나. 그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손을 쭉 뻗어서 우리 둘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그때 일본인 여성 분이 우릴 향해 미소 지으며 다가오셨다. 그리고선 사진 찍는 제스처를 취하시길래, 바로 눈치챘던 나. 바로, 폰을 건넸고. 일본인 여성 분은 미소를 지으며 사진 속 모습을 배경으로 선 우리를 열심히 찍어 주셨다.


"ありがとう"


그 어떠한 말도 단 하나의 진심을 이길 수 없음을.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만 통하면 서로 교감하는데 문제 될 일이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던 거 같았다. 친절하셨고 사려 깊으셨다. 그 순수함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나라 간 분쟁이나 이슈 등은 어쩌면 절대 없을 순 없을지라도, 나라 간 사람들의 교류와 교감, 관계는 절대 끊기지 않고 이어질 테니까. 사소한 친절과 배려있는 단 한 번의 행동으로 세상이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를 느끼며~


그분을 뒤로 한채, 우린 신디의 쇼핑으로 인해 무아지경에 빠져버렸고~~

우리 체력도 또한 무아지경에~~~~

이곳은 시간, 공간, 체력, 정신 이 모두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러 하나가 되는 세계~~


그렇게 계속되다가 내 피로가 발 끝을 넘어 지구 내핵까지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 난 조심스레 신디를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제발~~~~ 을 간절히 외치며~~~


그리고 그런 내 눈빛에 응답한 신디.. 그녀의 쇼핑이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우린 근처에서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고 찾아 헤매었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


Lou Cantou이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마주하게 된 곳~


구글 번역기를 통해 메뉴를 보고 메뉴를 주문했었는데, 달팽이가 메뉴에 있어서 그건 바로 주문하였다. 회사 동료가 말하기를.


노아, 파리 가서 달팽이 요리는 꼭 먹어봐요~~~


나도 그 달팽이 요리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했기에~~~ 궁금한 건 못 참는 나잖아??? ㅎㅎ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봤어. 그렇게 고급이라며? 새삼 느끼는 거지만, 이번 여행을 하고 나서 먼 나라 이웃나라 프랑스 편을 다시 본다면, 느낌이 좀 색다를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바라보는 프랑스의 이미지를 심어준 책이었으니. 그러고 보면, 책으로 한 나라를 공부하는 것과 직접 보고 겪으면서 그 나라를 알게 되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임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 거 같고.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고 겪은 단 한 번이 수백 번 책을 통해 공부한 것들보다 훨씬 나음을 다시금 깨닫고 또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얘기들을 신디와 하는 사이, 언제나 그래왔듯이 리필이 되는 빵과 리필하기에 살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물이 등장하고.


우리가 주문했던 음식이 이어서 선사되었다~


솔직히 위 두 요리에 대해서 특별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배고프지 않은 상황이었고. 낮에 있었던 감자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기에,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사는 오로지 달팽이에 있었다.


자~~~ 달팽이 등장이요~~~~

이걸 본 순간, 속으로 든 생각.


"와우~~~~"


그리고 요리와 함께 무슨 도구 같은 걸 받고, 이건 뭘까?? 하고 둘이 한동안 말이 없었는데. 그 모습에 친절히 종업원 분이 손수 시범을 보여주시는 모습을 보고, 다시금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다.


"와우~~~~"


사장님~~~~ 사장님께서 까주신 달팽이는 저한테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하하하하하핫~~ 세상에, 내 인생에 최고난도의 시련이었다. 탈무드 속 여우가 된 듯했다. 포도를 먹기 위해 열심히 애쓰는 여우. 많은 시도 끝에 겨우 포도를 먹게 된다는, 어느 슬픈 이야기.. 종업원 분이 주신 도구를 이용해 껍질을 고정시키고, 열심히 껍질 안에 숨은 달팽이를 꺼내는데, 이게 너무 안 나와서 어이없었다.


처음엔


"하?"


그러고 한 5분을 깨작깨작 거렸을까? 마치, 건담 프라모델 조립할 때처럼. 수학 1 통계 문제 풀 때처럼. 공업 수학 마지막 안 풀리는 문제를 풀려고 안간힘을 쓸 때처럼. 열을 내기 시작했던 나.


그렇게 서서히 내 스트레스가 부스터 업 되더니, 급기야는 그 껍질을 부술 기세로 열심히 씨름하니 그런 내 모습을 본 신디는 나를 말리며 말했다.


"노아.. 괜찮아.. 한번 먹었으니까 됐어~ 나 안 먹어도 돼~~"


이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건 내 자존심 문제야! 얘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지지 않을 테다~!!!!"


그리고 광기에 휩싸여버린 나는 오랜 사투 끝에 껍질에서 꺼낼 수 있었고. 그 사투에서 노하우를 나름 얻었는지 모든 달팽이를 다 꺼낼 수 있었다...


휴.. 힘든 싸움이었어..


신디? 봤지? 나야~~~~ 랍스터를 넘어 달팽이까지 섬렵했던 나야~~~~

달팽이를 먹은 건지, 내 스트레스를 먹은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나름 행복했던 저녁 식사였던 걸로~~~



저녁을 먹은 우리는 식당을 나와 우버 택시를 타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신디, 에펠탑의 낮과 밤은 다르대~~
마치, 낮과 밤의 자기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것처럼~~


훗~~ 멋졌당~~~ ㅎㅎ


우버 택시를 타고 파리 거리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 야경을 바라보면서 에펠탑의 야경은 어떠할지를 기대하고 또 기대했었다. 신디와 첫 데이트를 앞둔 그때처럼. 발 동동 거리면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긴장과 설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그때 같았다. 그때, 신디와 우리 앞에 보이기 시작한 에펠탑의 모습.


마침, 정각이었고.


그때, 에펠탑 노란 조명을 배경으로 하얀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우버 택시에 내린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에펠탑.


검은 세상 속에서 홀로 낭만 한가득 품고 빛내고 있는 에펠탑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 하나로 시간, 공간, 마음 모든 것들을 가득 채워지는 거 같았다.


우린, 한동안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레너드 코헨의 Hallelujah라는 노래가 한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Now I've heard there was a secret chord

비밀의 화음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That David played, and it pleased the Lord

그 화음은 다윗이 연주해, 주님을 기쁘게 하였지요


But you don't really care for music, do ya?

하지만 당신은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요?


It goes like this, the fourth, the fifth

그 음악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4도에서 5도로


The minor fall, the major lift

단조로 내려갔다 장조로 올라오지요


The baffled king composing "Hallelujah"

좌절에 빠져버린 그 왕은 "할렐루야"를 작곡합니다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Your faith was strong but you needed proof

당신의 믿음은 확고했지만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You saw her bathing on the roof

당신은 지붕 위에서 목욕하는 그녀를 보았지요


Her beauty in the moonlight overthrew ya

달빛 속 그녀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She tied you to a kitchen chair

그녀는 당신을 부엌 의자에 묶었고


She broke your throne, and she cut your hair

당신의 왕관을 박살 냈으며, 당신의 머리칼을 잘랐습니다


And from your lips she drew the Hallelujah

그리고 당신의 입술에서 할렐루야를 끌어내었지요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


밤하늘 별똥별처럼 쏟아지는 시간과 함께 우리에게 닿은 노래. 우리 앞에 보이는 에펠탑을 마주하다,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는 우리밖에 없어. 우리만이 어느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 우리의 이야기는 서사가 되고. 너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 순간은 영화 속 절정의 씬.


이 씬이 지나면, 우리 사랑은 완성되는 거다?


사랑해, 신디~


신디는 날 보며 말했다.


"사랑해 노아~~"


검은 하늘에서 내리는 노란 조명과 노래를 함께 맞으며,

우린, 한동안 에펠탑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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