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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Jun 02. 2024

처음 마주한 우리의 몽생미셸(2) - 에트르타

처음 마주한 우리의 몽생미셸(2) - 에트르타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가이드분의 소개 말씀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이드분이 오늘 있을 일정에 대해 소개하셨는데..


캬~~~~


난 처음 보았다..

이렇게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있으실 줄이야!!! 흐르는 강물이 계속 무한의 시간 운율에 맞춰 흘러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찰나의 침묵을 못 견디시는 듯이 쉬지 않고 설명을 하셨는데, 정말 내내 감탄을 넘어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고 말았다. 보통, 패키지 여행할 때 가이드 분에 대해 그렇게 아무 인상을 받지 않았던 나였지만. 이분은 정말 리스펙! 존경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우리가 가는 몽생미셸을 비롯하여 에트르타, 옹플뢰르까지 각각의 얽힌 역사와 관광 명소, 숨은 이야기, 맛집들까지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끄집어내시면서 말씀하셨는데, 마치 거대한 트리 구조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졸려서 잠을 자려고만 했던, 아니! 잠을 자려했던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고 반성에 또 반성을 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에 어떻게든 졸지 않고 선생님 말씀을 들으려 했던 고등학교 때로~~

설명 하나하나~
놓치지 않을 거예요~~


가이드분이 먼저 파리에서 에트르타, 몽생미셸까지의 거리가 마치 서울에서 부산까지라고 설명하시면서 하루 만에 다 일정 소화하는데 빠듯하다고 하시면서 일정이 빡빡함에 대해 강조에 강조를 하셨었는데. 정말 그러한지 따로 찾아보았다. 그리고 내 두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아래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차로 운전해서 갔을 때 357km.. 진짜 거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허허...


이렇게 보니 세상에 마상에...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우린 에트르타를 먼저 들렀다.

그리고 에트르타까지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200km..


우리, 여기 어떻게 갔니, 신디???


신디가 말하기를 몽생미셸이나 에트르타 이런 곳은 절대로 패키지여행으로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던 게 비로소 이해가 가는 수준이었다.

어유.. 여길 우리가 운전해서 갔다고 생각하면? 아.. 끔찍해..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을 내내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선 이런 의문이 가득 들었다.


하루 만에 정.. 말 가능한 일정이에요??


가뜩이나 오늘 몽생미셸에서 철인 3종 경기가 펼쳐진다는 변수가 있다면서 내내 초조해하시던 가이드 분을 뒤로 한채. 그리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의문을 뒤로 한채. 첫 번째 휴게소 도착!


해외 휴게소는 과연 어떠할지? 내심 궁금해했던 나였다. 그러나 가이드분이 오늘 일정 빡빡하다며 얼마 시간 못 드릴 거 같다며 빨리 와야 된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 하필이면 이때 같이 아침도 해결해야 해서. 퍽이나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시간을 준수해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에 내 딴에서는 간단히 과자 같은 거나 사자는 생각이었지만, 신디는 달랐다.


"노아, 나 샌드위치 먹을래! 핫초코랑~~~"


"신디, 과자나 이런 거로 때우자~ 시간 없으시다잖아~ 가이드분 말씀 못 들었어?"


"괜찮을 거야~!"


일단 여기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내 입장으로는 빨리 간단히 스낵 같은 거 사서 버스에 가자는 입장이었고. 신디는 빵과 음료를 사서 그나마 제대로 된 아침을 먹자는 입장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신디와 함께 빵과 음료를 샀고. 그렇게 늦지 않은 결말이었지만. 당시로선 어찌나 내내 마음이 조금 그러하던지. 그런데, 어쩌면 이때가 서로의 생각 차이가 느껴졌던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그전에도 늘 자주~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말이다, 여. 러. 방. 면. 에서.


그리고 동시에 나란 사람에 대해서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되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나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던 거 같다. 내가 원래 시간에 얽매이는 사람인데, 이런 성격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되었달까? 이러한 서로의 차이를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이해까지는 아니어도, 존중해주어야 함을. 이번 여행에서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여행을 하나 보다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아무튼, 간단히 아침을 버스에서 먹은 우리는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다가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자, 에트르타가 말이죠~ 여러분~~~ 혹시 아르센 루팡 아시나요?? 루팡을 보면, 코끼리 바위~~가 있구요~ 또, 에트르타는 옛날에 많은 예술가들의 성지였어요~~"


루.. 파.. 팡... 아, 그거.. 알지.. 그런데 루파..  뭐.. 뭐라..


가이드분의 음성을 이불 삼아 나와 신디의 무의식은 무한의 저편으로~~~~


그리고 눈을 뜨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버스에 내린 우리는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가이드분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도 가이드분의 설명은 그칠 줄을 모르셨다. 음성의 장마요, 그 장마에 내 무의식까지 젖어 들어 내내 마르지 않고 촉촉했다.. 아, 정말 존경합니다..



걸으면서 거리를 보았다.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음직한 집들이 보였다.



여기였나?? 아르센 루팡을 쓴 저자의 생가였다고 하던데..



이 거하나하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모습이 프랑스의 진짜구나..


달의 뒷면을 본 듯이 생소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듯한 느낌을 내내 받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아름다웠다.



내가 나이 들어 조용히 은퇴를 해야 한다면, 이곳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춘희"의 마르그리트가 뒤발과 함께 앞으로 두 사람의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 선택할 마을 같다는 인상마저 들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하기에 적합한 장소인 듯했다.


신디, 함께하자~~ ㅎㅎ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마을이었다.



지루하지 않게,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 보이는 건물들이었고.



파리에서는 보지 못한 건축 양식인 듯해서 지루함을 덜 느끼고, 신선함을 느꼈던 거 같다. 또, 중세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음직한 건축 양식이었던 지라 한편으로는 익숙함마저 들어서 더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걷고 걷다가 도착한 해안가~~~


건물들을 지나자마자 극장 스크린이 확장되듯이 푸른 바다가 양 옆에 솟아있는 절벽을 둔채 펼쳐지는데. 정말이지 그 광경을 아직도 잊지 못할만큼 강렬했었다..


아마, 저기가 코끼리 바위인 듯 보였다.

저기가 루팡 어떤 씬에서 묘사되었던 배경지인 건가..



아무래도 작가가 꿈이다 보니, 이런 곳에 올 때면 자연스레 이 배경을 무대로 뛰노는 가상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나는 어떤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의 씬을 구상하고 있었다.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평화롭다..


이곳을 묘사하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뜬금없이도 "상견니"의 ost였던 Last Dance 곡이 떠올랐었다.


所以暫時將你眼睛閉了起來
( 자, 이제 잠시 두 눈을 감아 봐 )

黑暗之中漂浮我的期待
( 어둠 속에 내 기대가 떠다니고 )

平靜臉孔映著繽紛色彩
( 평온한 얼굴이 아름다운 색채로 물들어 )

讓人好不疼愛
(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

你可以隨著我的步伐輕輕柔柔的踩
( 내 스텝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밟아 봐 )

將美麗的回憶慢慢重來
(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나며 )

突然之間浪漫無法釋懷
( 행복한 로맨스 놓을 수가 없어 )

明天我要離開
( 내일이면 나는 떠나는데 )


그리움이 목 끝까지 차오르고 가슴이 답답할 때, 마음이 뒤집힌 채, 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지만, 그저 잠재울 수밖에 없을 때. 조여옴이 느껴져 가슴을 치지만, 통증보다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때. 이곳에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면. 지금 이 감정 모두 저 바다로 스며들어 조용히 가라앉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일까. 내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소 중 하나였다.


한창, 그리워서 못 견딜 거 같았을 때 그때의 나는 서울 한강에 가곤 했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흔들리는 지금을 견디곤 했었는데. 만약 내가 이곳에 살았다면, 이곳을 자주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디는 이곳에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뭘 느꼈을지..


이 물음은 상상에 맡기며~


이대로 가는 게 아쉬워서 다시 버스로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 샵을 들렀던 우리.


딱히~~ 살건 없었으나~~



쿠키 몇 개 샀다~~



짠~~~


그리고, 저 위에 있던 4개의 쿠키.. 꽤나 맛있었다 ㅎㅎ 편의점에서 파는 사과와 딸기 쿠키?? 그거랑 맛이 비슷했는데, 무척 달달하면서 맛있었다는 후문이~~ ㅎ



가게 안도 괜히 찍어보고~~~




침묵 속에 열정 어린 광기를 품고 있는 듯한 에트르타~~~


마치 짝사랑을 연상케 하는 듯한 도시였다. 이 도시에서 느꼈던 감성과 느낌, 잘 간직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채, 우린 다음 장소인 옹플뢰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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