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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Jun 12. 2024

처음 마주한 우리의 몽생미셸(4) - 몽생미셸의 낮

처음 마주한 우리의 몽생미셸(4) - 몽생미셸의 낮

버스에 탄 우리. 버스에 타자마자 곧바로 몽생미셸로 향했고. 가는 내내 가이드 분께선 말씀하셨다.


"몽생미셸이요~~ 맑은 날의 몽생미셸을 보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오늘 여러분은 복 받으셨습니다~~ 오늘 기상청을 보니, 날씨가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행히~ 선명한 몽생미셸을 볼 수 있지만, 철인 3종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또, 옛날에 미카엘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아서 수도원을 만든 게 지금의 몽생미셸이라는 히스토리도 들었지만?


지저스... 가이드 분께서 하시는 그 어떠한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밀려오는 피로함을 견딜 수 없었던 탓이었다.. 찰나의 졸음으로는 도저히 커버가 안될 정도로 피곤했던 것이다.


신디, 지금 누가 내 온몸을 두들겨 패는 거 같아..


영혼이 잔뜩 두들겨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영적으로 피곤함이 몰려왔달까? 미카엘 천사고 뭐고, 내가 지금 쓰러질 거 같아.. 생각해 보면, 무리한 일정이긴 했다. 수백 km를 버스 타고 달리고 달리고~ 이곳저곳을 홍길동이 분신술 써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하듯이 이곳저곳에 번쩍~ 걷고 또 걷고~ 아주 꽤나 하드 한 일정이었기에.. 지칠 만도 했다. 너무 일정이 빡셌었다. "반지의 제왕" 프로도도 이 여정 따르다가 도로 다시 샤이어로 돌아갈 소리~


그러나, 지지 않아~~~!!!


나야~~~ 지금 나를 짓누르는 이 피로를 뚫고 내가 정신 차려야 하는 이유!!


바로, 몽생미셸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서 와~ 몽생미셸은 처음이지?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도착~~

그런데 여기에서 또 버스 타고 가야 한다고 해서~


몽생미셸까지 가는 버스 타고 몽생미셸까지 가야 했다. 이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라도 몽생미셸을 가기 위해서는 정말 패키지 상품을 통해 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 없이 가기에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알아둬야 할 점..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


버스를 가득 메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가 중국인가? 인도인가? 싶을 정도로 많았다. 글로 실감이 안 나겠지만,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설명한다면.


몽생미셸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사진인데~

이야~~~ 풍경은 좋지~~~


그런데 현실은?


짠~~~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에 길게 줄 서있는 게 버스 기다리는 줄이라는 거~~~


허허허허허허~~


정말이지.. 찰나의 낭만과 영원의 현실을 마주하는 연속이었다. 마지막 꽃 한 송이가 지는 순간을 포착해서 영원의 기록으로 남긴 예술가. 그 예술가는 죽지만, 그 사람이 남긴 그 순간은 영원으로 남아 남아있는, 남아있을 사람들로 하여금 기리기리 기억되는 전승. 그러나 그 전승에는 언제나 이런 숨은 비하인드가 있다는 거~


무슨 소리냐고?


그냥,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고 투정 부리는 말이다. 하하하~



그래도, 멋있었다. 뭔가 익숙한 듯한 느낌도 들었고. 아마, 수많은 예술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여러 작품에서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묘사가 되어서 내가 익숙함을 느꼈던 것이리라~ 지금 기억나는 건 예전에 팀버튼 감독의 "혹성탈출"에서 주인공이 침팬지들에게 끌려가는 씬에서 봤던 모습과 유사해 보였다는 점이다.


아무튼, 몽생미셸 자체로 보자면, 정교해 보였다. 웅장함이나 아름다움 이런 걸 떠나서, 그건 당연한 거고. 정교함이 보였다. 구도로 봐도 그렇고, 대칭으로 봐도 그렇고. 자연스러움 속에 황금 비율로 조각된 조각상과도 같았다. 황홀했다.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지 정말이지 너무나 황홀해서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던 거 같다. 이윽고, 가이드 분이 저곳 꼭대기까지 올라야 한다는 말을 듣고,


네? 뭐라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거죠??


하고, 순식간에 와장창 감상이 깨지긴 했지만 말이다.



사진으로 봐도 높아 보이겠지만, 실제로도 상당히~~~ 높았다. 특히 간 날이 유난히 태양이 강렬했어서 그늘로 피신하기 일쑤였었는데. 날은 뜨겁지, 끝도 없는 오르막길이지. 그래서 신디도 헉헉 대면서 올랐겠지만, 나도 힘이 안 들지는 않았다.. 땀 많이 흘렸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외국인이 나한테 부채질을 해주셨다는.. 하하하하~ (정말입니다 ㅎㅎ)


훗~~~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챙겨줌을 느끼게 만드는 나란 사람이란~~~ 아이 참~~~


괘.. 괜찮아요.. 부채질 안해주셔도 돼요~~

제발~~ 부끄러워요~~~~


미소 지으며 외국인이 나를 향해 열심히 부채질해주셨는데. 어찌나 민망하고도 감사하던지..


이 자리를 빌려, 저에게 부채질해주신 외국인 분 감사합니다 ㅎㅎ

이를 보면, 이번 여행 내내 나는 어떻게 보면 내내 복 받았던 거 같았다. 돌이켜보면 그러했다. 여행 때마다, 언제나 친절했던 사람들뿐이었고. 인종 차별을 하거나 혐오의 시선으로 우릴 바라보거나 대하는 외국인들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 열린 마음으로 친절히 대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외국도 그러한 것이리라.


내가 아직 마주하지 못한 세상의 이면이라서 그런 거라면, 되도록이면 좋은 면만 보고 싶다. 세상이 그래도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이며,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임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분란과 혐오, 차별이 존재함에도 그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 싶다, 나는.


어쨌든, 외국인으로부터 부채질을 받으며 걷고~



오르고 올라가면서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으면서 감상을 하고 있었다. 몽생미셸 안에 들어온 순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어느 이름 모를 성 안으로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으며, 상가 건물들과 집들이 밀집한 모습을 보며 해리포터 속 다이애건 앨리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그 모습 하나하나를 마주하면서, 수많은 작가들도 지금 내가 느끼는 것처럼 많은 영감을 얻어서 작품 속에 담았으리라.. 이런 생각들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임에 틀림없었다.



수도원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옛날에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저 풍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도 상상해 보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같을까?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모험?

마치, 푸른 하늘의 쇠창살에 갇혀 이곳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구속?


언제나 그래왔듯이 내가 하는 질문과 생각들은 그에게 닿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메아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분명 그들도 이 꼭대기를 오를 때는 힘들었을 거야..

지금 내가 땀 흘리듯이 그들도 흘렸겠지??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가 드디어 꼭대기에 도착~~~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웠던 순간이었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것도 아닌데, 체감은 14개의 8000미터급 봉우리들을 모두 정복한 느낌과 맞먹었었다~~~ 감격~~~



정상에 이르고 보니, 이곳이 수도원이었구나.. 를 진심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성당에서 볼법한 느낌의 인테리어들이 많았고.



서구 기독교나 천주교 영화에서 볼법한 느낌의 장소들이 많이 보였다.



이 모습 하나하나를 보고 음미하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동시에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한 경이로움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로서는 일상이었겠지만, 그 일상이 역사가 되어버린 지금으로서 이런 건축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런 기록이 살아있음으로 인해, 그 시대를 좀 더 알 수 있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은가. 그 시대 사람들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남기려 했던 가치를 연구하고 다듬어서 계승하는 원동력이 되고. 이런 점이 또한 부러운 포인트이기도 했다. 우리는 과연, 과거 사람들이 남기려 했던 가치와 뜻을 연구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 가치와 뜻을 왜곡하거나 소중히 여기지 않지는 않은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로 불교나 유교 문화가 건축물에 녹아져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과 달리 프랑스 등의 서양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축으로 하는 기독교 문화가 이렇게 건축물 하나하나에 디테일하게 녹여져 있는 점 또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배우고 생각해보게 하는 포인트들이 많았다.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란 아는 만큼 생각하고, 세계관을 구축해서 글을 쓸 수 있는데, 이번 여행으로 인해 나는 이전에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생각들을 토대로 미약했던 내 세계관에 조금의 확장이 일었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여행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물 안 개구리가 새벽녘을 지나 태양이 뜬 지 한참 된 낮 시간에 우물을 나온 것과 마찬가지. 늦게나마 내가 아는 세계는 극히 일부분이었으며, 진정한 세계는 넓고 컸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신디, 네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야. 고마워 신디~~


아, 너무 신디를 띄워주면 자만이 샘솟을 수 있으니, 이런 내 진심은 숨기는 걸루~~~~ ㅎㅎ


꼭대기에 이르러서 모든 설명을 들은 우리는 몇 십분 정도의 자유 시간을 얻을 수 있었고. 내려오는 길에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판타지 영화나 할리우드, 유럽 영화들을 볼 때 조금 더 몰입해서 볼 수 있겠다는 약간의 생각도 드니 남몰래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그거 알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


낮에서의 몽생미셸은 끝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밤에서의 몽생미셸이 남아있다는 거~~~~


몽생미셸의 야경을 보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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