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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Jun 13. 2024

처음 마주한 우리의 몽생미셸(5) - 몽생미셸의 밤

처음 마주한 우리의 몽생미셸(5) - 몽생미셸의 밤

집합 장소에 모인 우리는 세 팀으로 나눠서 오매불망~~ 버스를 한참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고~~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장소에 하차하였다. 하차한 후에는 근처에 가이드 분께서 예약하셨던 식당에 들어가는데..


이게 웬걸??


식당 측으로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지 몰랐던 모양이었던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하는 눈치였다. 흡사 멘붕에 빠지신 듯한 모습이셨는데,


나 어떡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면서, 엄청난 대군을 이끌고 온 가이드 분과 식당 주인과의 치열하고도 어마무시한 대치가 한동안 이어졌었다. 배고파~~~라는 무언의 함성 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메울 때쯤, 오랜 대치가 끝나고. 식당 주인이 이내 곧 한 명씩 자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식당에 앉은 우리는 메뉴를 골랐고. 가이드 분이 한 테이블씩 돌아다니면서 메뉴를 기록하여 식당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아, 음식 올 때까지 오~~~~래 걸리겠구나..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무슨 고기를 만들기 위해 멀리서 잡고 오시나?? 싶은 마음 한가득이었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버틸 체력조차 없어서 난생처음으로 식당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내가 살다 살다 식당 테이블에 엎드려 잘 줄은 몰랐는데요~~


신디, 나 음식 나올 때 깨.. 워... 줘... 요....


신디는 그런 내 뒷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무언의 세계로 빠져들기 직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때!!!! 나를 깨운 향긋한 냄새~~~


언제나 그래왔듯이


식전 빵이었다~~~~


그 후에 우리가 주문했던 음식이 바로 서빙되었고. 나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전에 못다 먹었던 감자튀김의 한이라도 풀라는 듯이 수북이 쌓인 감자튀김과 역시나 당연하듯이 신선하고도 풍부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전날까지 먹었던 수준에 비하면 조금? 은 아쉬웠다. 체감상 2시간 정도 기다렸던 거 같은데, 그렇게 오래 기다린 거 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전날까지 이미 여러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서 기대치가 높아져버린 탓이리라...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한국 가면 이제 어쩌지?
내 연봉 대비, 입맛이 너무 고급스러워졌는데???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미적분을 비롯 수많은 수학 공식들을 잊어먹었듯이, 이곳에서의 내 고급 입맛 또한 흐릿해지면서 망각을 하게 되겠지.. 괜한 걱정이리라. 그런데 이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음식을 먹고 다시 조금이나마 원기를 충전한 우리가 식당을 나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우린 가이드 분을 따라 다시 버스에 탑승하여 몽생미셸로 다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하차하여 맨 처음 본 풍경...


낮에 보였던, 삭막한 대지는 어디 가고, 그 자리에 물이 차올라 밤하늘 달빛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와 신디는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돌아 멀리 서있는 몽생미셸을 바라보는데... 말을 잇지 못했다...



호그와트 성을 보는 듯했고, 북극성이라도 본 듯했다. 신비스럽고도 이정표 같은. 어두운 밤하늘 속 유일하게 빛나는 별을 마주한 듯했고. 삭막한 대지로 가득한 사막 속에서 유일한 오아시스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멀리 보이는 몽생미셸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사진으로 이때 내가 느꼈던 감상을 제대로 묘사할 수 없다는 게 그저 한스러울 뿐...


왜, 이 고생까지 해가면서 몽생미셸의 야경을 보려고 했던 건지 그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된 우리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이었다.


야경을 본 후에, 다시 버스 타고 돌아와서 숙소 가는 버스 타기 전, 잠시 올려다본 하늘. 그 하늘에는 까만 도화지를 수많은 별들로 가득 채운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고 말았다.


"신디, 하늘 좀 봐~~"


신디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와... 너무 예쁘다.."


나는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들을 보면서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이기가 우리로부터 얼마나 많은 별들을 앗아갔던가..



나는 그 별들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야경까지 본 우리는 버스 타고 파리에 돌아왔으니, 그때 시각이 새벽 2시였다.. 세상에... 나...


그리고 원래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숙소 샌딩? 서비스를 신청했었는데, 갑자기 여행사 측에서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꼼짝없이 택시 잡아서 숙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우린 멘붕에 빠져 멍하니 있었는데, 그때 가이드분이 죄송하다며 환불해 주고 바로 택시를 불러주셨다.


그러한 가이드 분의 언행을 보면서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기 대처 능력과 서비스 정신이 정말 투철하심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어서 솔직히 오늘 하루 중 가장 감동적인 기억이었다. 투어 내내 쉬지 않고 말씀하시면서 여행할 장소 관련해 얘기하셨었고. 마지막에 딱히 가이드 님 잘못이 아니라, 현지 사정상 생긴 일이었음에도 공손함과 책임감을 잃지 않으셔서 나로선 상당히 충격이었다. 내 인생 통틀어 이러한 어른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너무나 감동이었다. 여행 패키지로 여러 곳을 많이 갔던 나로서 이분만큼은 평생 오래도록 기억할 것만 같았다.. 여행을 다 떠나서, 공손함과 책임감, 친절함을 갖춘 어른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까.. 를 생각하면.. 어쩌면, 평범함이 비범하며, 성실함을 세상 그 어떤 가치들에 견줄 수 없을 만큼 최우선 가치가 아닐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헌신과 친절함, 책임감으로 저는 이전에는 결코 생각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되었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 분 덕분에 택시 타고 숙소까지 도착한 우리. 씻고 짐 꾸려서 다음날 한국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때 시각 새벽 4시였는데, 아쉬웠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다시 공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가게 되니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인 셈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새어 나오는 현실의 물결이 느껴진 것이다. 이에 나는 신디를 바라보았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네.."


신디도 나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보내기 너무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 밤인데.."


순간, 우리는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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