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스터디 카페에서 일정 짜기였다~
예전에 토익 공부 했었던 적이 있었다. 강남 해커스 어학원이었는데, 그 어학원에서 그룹별로 묶어서 영어 공부를 시켰었더랬다. 그때 같은 그룹 사람들과 항상 공부를 빙자한 수다를 스터디 카페에서 떨었던 적이 있었다(원래, 스터디 그룹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어?? ㅋㅋ 항상 스터디를 목표로 하지만, 절친 하나 만들면서 끝나는.. ㅋㅋ 잘 지내시죠..??). 그때 늘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화이트보드가 있는 방에서 보드판에 그려가면서 토익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게 내 나름대로는 인상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그런 방에서 화이트보드에 그려가면서 일정에 대해 토의를 해보며 일정을 대략적으로 짜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여행 일정을 짜기 위해 몇 시간을 토의하는 경험 또한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것이고.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안 좋은 점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점들만 있었다. 화이트보드에 그려가면 왠지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도 정리될 것 같고 해서 나는 스터디 카페에서 일정을 짜는 일을 생각했고. 이를 신디에게 어필해서 주말에 스터디 카페에 갈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고기 테마파크인 명륜진사갈비(광고 아닙니다~)에서 고기 뜯고, 어느 스터디 카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스터디 카페 구하는 게 엄~~~~~~~청 어려웠던 것이다. 네이버 지도에 스터디 카페를 검색해서 나온 카페들마다 자리 있는지 물었었지만, 단 한 곳도 자리가 있는 카페는 없었고. 그럴수록 무더운 더위에 인내심마저 녹아가는 신디에게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주면서 카페를 수소문하였었다고 한다.. 아, 정말.. 배스킨라빈스가 없었다면... 고마워요, 배스킨라빈스~
그래서, 힘들게 찾다가~ 한 곳을 찾을 수 있었으니.. 바로
토즈 강남역토즈타워점이었다~
거기서 2인용 부스를 현장 결재해서 부스에 입성한 우리. 곧바로, 나는 보드마카를 들고 일자별로 구역을 나누기 시작했고. 신디는 스터디 카페 같이 찾느라 4000걸음 정도 되는 거리를 걷느라 피곤해서 졸고 이...
졸아???
존다고??? 신디??? 신~~~~~~~디~~~~~~~
뭐 하는 거야, 일어나~
일정 짜야지~
신디를 깨운 나는 7월 31일 우리의 여행 첫날부터 마지막날인 8월 3일까지 대충 어떠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으니, 아래 사진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자료 찾으면서 틈틈이 여행 일정에 대해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일을 많이 했었다. 하루마다 대충 어떤 스케줄대로 흘러갈지 예상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광활한 화이트보드 판 위에 그려가면서 신디에게 설명을 하였고, 신디는 이런 내 설명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려가면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스케줄 사이에 생기는 빈 일정들이었다. 남는 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날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렇게 산만하기만 한 내 머릿속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터디 카페에서 그려가면서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구나를 배울 수 있었다.
대충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설명한 나는 곧이어 바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짤때 처럼 촘촘히 그려가면서~~
아무래도 도쿄는 버스나 택시보다는 지하철을 통해 장소를 이동하자는 데에 대해서는 의견 조율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사전에 알아보니, 도쿄 택시 비용이 가히 상상 그 이상이었고. 나리타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 타고 가는 건 바보라도 '이건 아닌 거 같아..'를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무모했기에.. 탈락!
그래서 지하철로 이동할 시, 어떠어떠한 역을 환승하게 될지에 대해 사전에 구글 지도로 자료 조사를 했었다.
일례로 우리 숙소까지 나리타 공항에서 지하철로 가야 할 경우에 스카이라이너에서 야마노테선을 지나 주오 소부센 가쿠데 노선을 통해 가는 편이 최적이었다. 나는 이 구글 지도에 명시된 시간을 기준으로 교통 시간을 계산해서 하루에 어떠어떠한 곳을 갈지, 동선을 어떻게 짤지를 계산해 가면서 하나하나씩 신디와 토의하면서 여행 일정 하나하나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각자 가고 싶었던 곳을 말하면서 동선에 맞지 않거나 하는 부분이 있을 시 과감히 빼고, 다른 차선을 선택해 가면서 진이 말했던 장소 이외의 장소들도 선정해서 아래와 같이 여행 일정을 짤 수 있었다.
그리고 스터디카페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내용들은 과제로 하여 아래에 따로 정리하였다.
**해야 할 과제**
숙소 근처에 뭐가 있는지 (7/31 21:00 이후부터의 관광을 위해서)
입국심사 & 세관신고 (직접 서류 or visit japan web) 관련하여 알아보고 확인 및 작성, 준비
가마쿠라 관광 순서, 어디를 갈 것인지(8/1에 어떻게 어떤 순으로 관광할 것인지 대략적으로 순서 같은 거 정하거나 등등을 위해서)
신주쿠 초밥집 알아보고 예약
아키하바라 or 신주쿠 파르페집 알아봐 놓기
**당부사항 & 룰**
여행할 장소나 이런 것들은 당일이나 일정 전날에 찾아보는 방향으로
이렇게 모든 것들을 정하고 나서 나오니 금세 3시간이 지나있었고. 밤이 되어있었다.
이제 초밥집 알아보면 되지만, 이미 타베로그와 구글링을 통해 "신주쿠 마코토?"라는 초밥집 한 곳 알아봐 뒀었고. 그 식당 예약을 미리 해둔 상황이었다. 이 또한, 가격대를 알아보고 여러 식당과 비교해 가면서 적당한 가격에 품질, 평들을 검색해 본 끝에 찾은 식당이라 자신 있었다(이 과정에서도 인상적인 점들 여럿 있었지만, 나중에 그 식당 관련 포스팅을 할 때 그때 하는 걸로 하고~). 그 이후에는 여행의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뿌듯했다. 가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성이었다. 작품 구상한다고 9시간을 앉아서 궁리해서 여러 아이디어들을 얻었던 거만큼이나 성취감이 가히 최고였다.
그때, 우리 귓가에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あゝ私の恋は南の風に乗って走るわ
내 사랑은 남쪽 바람을 타고 달려가요
あゝ青い風切って走れあの島へ
푸른 바람을 가르며 저 섬으로 가요
あなたと逢うたびに
당신을 만날 때마다
すべてを忘れてしまうの
모든 걸 잊고 마는 나
はしゃいだ私は Little girl
설레는 나는 작은 소녀
熱い胸聞こえるでしょう
뜨거운 가슴이 들리나요?
素肌にキラキラ珊瑚礁
맑은 피부에 반짝이는 산호초
二人っきりで流されてもいゝの
둘이서 이 바다에 휩쓸려도 괜찮아요
あなたが好き!
당신을 사랑해요
푸른 산호초를 들으면서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질 우리의 도쿄를 잔뜩 상상하면서 그리기를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
그 시간이 저물고 다음날 아침..
드디어 7월 31일이 밝아왔고. 나는 코엑스 도심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날 기다리는 신디와 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