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직원 분이 신디의 에코백 안에 있는 것 하나하나 살피더니 한 물건들을 꺼냈으니, 넥쿨러였다. 그 넥쿨러를 보더니 공항 직원 분이 말씀하셨다.
기내에 액체류는 반입 금지입니다~
이 물건들은 따로 수하물로 맡기셔야 할 거 같아요~
이에 신디가 어리둥절해한 채 당황해하면서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알았다는 듯이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나는 곧, 그녀가 무엇을 알아차린 건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튜브 안에 물이 있으니까 당연히 안 돼잖.. 찰나의 순간에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아..."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반입될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거였네.. 나, 수하물에 맡기고 올게~~ 먼저 가있어~~~"
그리고 공항 직원 분과 함께 가는 신디의 뒷모습을 보며~ 이 상황을 영문 모른 채 나를 보고 있는 진과 그걸 지켜보는 나~~~
신디!!!!!
아, 내 하고픈 말은
남쪽 바람을 타고 달릴 거예요~
아, 푸른 바람을 가르고 달려줘요~ 그 섬으로~
지금 이 순간 전부, 푸른 산호초와 함께 날려버리는 걸로~
이 또한 추억이 되어 이렇게 글로 남기겠지~~~
캐리어를 수하물로 맡기기 위해 신디가 공항 직원과 함께 가는 걸 뒤로 한채, 나와 진은 탑승구로 서둘러 향했다. 제2여객터미널에 있는 탑승구였는데, 이번에 일본 여행을 진에어로 가면서 제2여객 터미널을 처음 가봤었다. 그리고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제1 여객 터미널은 이렇게 혼잡한 느낌이 있는데,
제2여객터미널은 상당히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제1여객 터미널에 비해 시설들도 별로 없는 거 같고. 그래서 일찍 탑승구에 도착했으면서도 할 게 없어서 멍 때리고 있어야 했다. 신디가 좋아하는 면세점도 별로 없고(요건 좋은 건가? ㅋㅋㅋ)~ 신디 말로는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들이 주로 이 터미널을 이용한다고 했는데 따로 찾아보니 스카이팀 항공사는 이 터미널을 이용한다더라는 후문이?
그래서 진과 나는 털썩 주저앉아서 멍하니 신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디를 기다리는 사이, 나는 진에게 물었다.
"내 여자친구 어떤 거 같니?"
나의 말에 진은 무미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음.. 좋으신 거 같아."
이런 눈치 없는 녀석~~~~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 이에 나는 집요하리만큼 물었고. 이에 진은 마지못해 대답하는 듯 보였다.
"좋으신 분 같아~ 그리고 엄마하고 느낌이 비슷하신 거 같아~"
진의 대답에 놀란 나.. 나도 요새 느끼고 있는 포인트였어서 놀랐었더랬다. 거의 매일 어머니와 신디와 통화를 하는데, 어머니의 언행에서 신디가 보이고~ 신디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현상을 매번 겪고 있는 나였어서,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같구나~ 싶었더랬다. 그런데 그거 아니, 진? 어머니와 어머니와 비슷한 면모를 보이는 신디, 이 두사람으로부터 매일 사랑받는 기분이란.. 아.. 정말.. 너도 반. 드. 시!! 느껴봤으면 좋겠다! 꼭! 아 정말이지... 하고픈 말은 많지만.. (나, 아무 말도 안 했다?ㅋㅋ)
이렇게 진과 신디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을 때 멀리서 신디가 바로 보였고.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여느 때처럼 영혼을 끌어모아 겨우겨우 존재했던 면세점을 구경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었다.
징그럽게 안 가는 시간~ 아직도 살짝 어색한 감이 있는 너와 너의 모습. 그 모습 사이에 껴있는 나는 열심히 중재하고 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탑승 시간이 되었고. 우린 나리타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패키지 없이 떠나는 여행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동시에 이런 후회가 들기도 했었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쉽게 갈 수 있었던 자유 여행을..
나는 왜 그동안 갈 생각을 못했을까..
2020년쯤, 한창 떠난 인연 때문에 힘들어했던 나는 펜팔 친구로 일본인 친구를 만나 라인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주곤 했었다. 일상을 주고받기도 했었고. 서로의 사랑도 응원해 주고, 그렇게 1년 넘게 교류를 이어갔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일본에 가면 가이드해줄 수 있냐고 그 친구에게 물었었고. 그 친구가 좋다고 했었다. 이에 나중에 만나러 일본에 가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一旦はあなたに会いに行くのが目標だから。"
"そんな日が来るといいね!"
당시는 코로나로 한창 방역이 강화되었었기에 갈 생각 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후 어느 순간부터인가 연락이 뜸해지더니 그녀와의 관계는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만약 그때, 용기를 내서 일본에 갔었더라면.. 그러면 그때 나와 네가 만나서 지금까지 소통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 때문에 안 갔다고 했지만, 실은 그건 핑계였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나는 잘 알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었기에, 안 해봤기에 생각조차 안 했던 자유 여행.
어느 날 갑자기 파리 여행을 했던 이후, 그 친구와 교류가 끊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인 지금, 비로소 일본을 가게 되었다. 패키지 없이 말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이런 생각들에 잠겨있었을 때, 불현듯 누군가의 음성들이 들려왔으니.
"형! 나 유심칩 끼우는 거 좀 도와줘~"
"자기야~~~~ 나 설렌당~~~~"
아 그래~~~
그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진과 신디와 함께 있으니~~~
내가 사랑하는, 날 사랑하는 진과 신디가 있으니~
이들과 함께하는 일본 여행이란~
과연, 일본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을지~~~
설렘 가득 안고 남쪽으로 달려가~~~
드디어 일본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24년 7월 31일, 3박 4일간의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일본 여행은 이렇게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