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by 노아

토스 평균 걸음 수가 10000걸음에 달하는 나. 그 못지않게 걷고 그도 모자라 등산을 즐기는 진. 등산과 헬스 등 돌아다니는 걸 마치 업 삼는 우리들에게는 많이 걷는 것쯤이야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런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신디는.. 우리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신디는 나와 달리 많이 걷지 못한다. 나는 흔히 말하는 BMW라고, Bus, Metro, Walk를 아주 잘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평생을 걷고 또 걸어왔었다. 반면, 신디는 진짜 BMW를 내가 몰고 데이트를 해줄 줄 알았... (미안해 신디~~~~ ㅋㅋㅋㅋ) 아무튼 신디는 많이 걷는 편이 아니었기에, 평소보다도 더 많이 걸어야 했던 일본 여행 특성상 매번 이따금씩 걷는데 유독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나름 내가 중간에서 도쿄 모든 곳을 걸어버리려는 기세의 진을 통제해서 가까스로 페이스를 맞출 수 있었으나...


하루 허용치가 한계치를 넘어서버린 탓일까?? 시부야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토스 걸음 수 기준으로 20000 걸음을 돌파해 버린 것이다.. 이건, 내가 제주 올레길 투어로 하나의 코스를 걸었을 때 나왔던 걸음 수와 맞먹는 걸음 수인데.. 그걸, 기어이 결국!! 해낸 것이다. 그래서, 신디가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버렸는지.. 시부야의 끝자락 때쯤 나에게 약간? 냉기를 내뿜으며 분명한 톤으로 말했다.


"노아!!!! 언제까지 걸어야 해?"


그때, 약간 한기를 느꼈던 거 같았다. 아, 이대로라면 내가 여행 끝나고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 순간부터 식은땀을 흘렸던 거 같았다. 내가 지금 더워서 땀을 흘리고 있는 건지, 공포심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되었달까?


그러나, 나에게는 신주쿠 마코토!!!! 미리 내가 예약해 둔 초밥집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초밥집을 미끼로 신디를 잘 꼬드겼다~~~~


"신디~~~~ 이제 곧이야~~~~ 초밥~~~~ 일단, 진이 원하는 신주쿠 가부키쵸 가고~~ 거기 갔다가 초밥집 가면 돼~~"


그런데, 여기서 내가 간과한 게 있었으니... 신주쿠 역의 어마어마한 복잡함이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


세상에나... 이렇게 복잡한 역이 있을 수 있다니!!!!


내 계산은 이러했다. 먼저 신주쿠역에 도착해서 가부키쵸까지 걸어가고, 가부키쵸에서 신주쿠 마코토 초밥집까지 걸어가는 거. 구글 지도로 봤을 때 대충 신주쿠역을 기준으로 가부키쵸, 신주쿠 마코토 초밥집 각각 걸어서 7분 정도가 나왔던 것이다. 우선 가부키쵸를 가고. 거기서 신주쿠 역까지 갔다가 신주쿠 역에서 니시 신주쿠 역까지 지하철 타고 근처에 있는 초밥집에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이다. 급하면, 택시 타는 거고.


아래가 그 내용인데... (빨간색으로 표시된 게 가부키초이다~)



그런데, 구글 지도가 미처 우리에게 설명을 못했던 게 신주쿠 역의 복잡함이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시 시부야 역에서 JR선 타고 신주쿠 역에 도착했었는데... 뭔가 도착하자마자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말았다.


아... 망했다...


구글 지도에서는 7분 정도 걸으면 된다고 했던 거리가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왠지 느낌이 JR선 출구에서 내리는 게 아닌 거 같은데, JR선 출구에 내려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 와버린지라 예상을 다 비껴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멘붕에 휩싸였을 때, 신디가... 아... 다소 이 세상 모든 안 좋은 감정들이 다 섞인 듯한 투로 말했다.


"노아, 얼마나 더 가야 돼?? 나 힘들어... 나 더 이상 못 걷겠어!!"


엉?? 신디??? 그러더니, 그녀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초밥으로는 더이상 그녀를 달랠 수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던 찰나에 진이 나에게 물었다.


"형? 왜 그래 형? 우리 왜 안 가는 거야? 뭐 문제 있어?"


넌 또 왜??? 눈치 챙겨, 진~~!!! 한쪽은 더 이상 걷는 걸 못하겠다는 상황인 거고, 다른 한쪽은 왜 안 가는지 모르겠다는 거고. 신디는 계속 못 걷겠다고 하지, 진은 계속 왜 안 가냐고 묻지..


허허허 허허허 허허허 허허허 허... (아, 정말... )


안 그래도 시부야 때부터, 중간중간 신디가 발 아프다고 말하면서 힘들어했었던 반면, 진은 빨리 가고 싶어 했었던, 이 상황에서 나는 구글 지도를 가지고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 했던 상황의 누적으로 인해, 내 정신적인 피로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상황이 이러하니..


노아, 얼마나 더 가야 돼? 형? 왜 안 가는 거야?


얼마나 더 가야 돼? 힘들어~!


왜 안 가는 거야?


얼마나 더?


왜 안 가는 거야?


내 양쪽 귓가에서 맴도는 그들의 음성. 서로 물과 기름 같은 음성은 내 뇌관을 자극해 내 머릿 속을 울리고 있었고.


제발~~~~~

신이시여~~~~

신은 견딜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는데... 너무 날 과대평가한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이 혼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나는 큰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으니.


아 그만!!!!!! 웨잇~~~~ 어 세컨드~~~~~~

우리 잠시 쉬자~~~


"나.. 나 쉬고싶어.. 쉴래... 우리 쉬자.."


그래서 우린 사이좋게 일렬로 나란히 앉아서 신주쿠 하늘을 보며~~~~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의 체력 일부를 내 왼쪽과 오른쪽 어린양들에게 나눠줄 수 있기를 바라며~

내 오른쪽에 있는, 쌩쌩한 사람의 체력 일부를 내 왼쪽 사람들에게 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에게 제발 길 좀 가르쳐달라고 애원하고픈 마음을 숨기며~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신디, 하늘 참 이쁘지 않니?


그러다 문득 어머니께서 여행 전 나에게 말씀하셨던 게 떠올랐었다.


그나저나, 이번 여행 때 네가 진과 신디를 잘 케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둘이 정말 다르잖아~ 네가 많이 고생하겠어~

여행은 언제나 허리케인~ 편 참조..


이번 여행 때 네가..


진과 신디를 잘 케어할 수 있을지..


케어~~ 케어~~


네가 많이 고생하겠어..


고생~~~ 고생~~ 고생~~ 고생하겠어~~ 하겠어~~~


순간, 신주쿠 한복판에서 어머니의 말씀이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는데 눈물 날 뻔했다. 어머니~~~~~ 당신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저.. 저는 이 두 명을 잘 케어 못할 거 같아요~~~ 어머니의 염려대로,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신이시여, 꿈이라면 빨리 깨게 해 주세요.. 제발..


들리는가~~~ 신주쿠에 울러퍼지는 내 소리가~~~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었을까? 이런 내 소리 없는 절규와 패닉! 멘털이 와사삭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목도하는 진과 신디는 이런 나를 오히려 다독이며, 신디는 애써 걸으려 하고 있었고. 진은 힘들어하는 신디의 상태를 살피며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서 가부키초로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또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으니~

택시를 일본에서 어떻게 잡아???


한국이야 카카오가 꽉 잡고 있다지만, 일본에서는?? 소프트 뱅크가 잡고 있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과연 잡힐까? 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딴에서는 피가 말렸지만, 항상 하늘은 내 편이라고 했던가...


택시가 바로 잡혀서 다행~ 그리고 의외로 택시 가격이 비싸지 않았고. 가부키초까지 거리가 가까웠다. 그래서 문제없이 가부키초까지 갈 수 있었고.


가부키초에 도착한 우리는 본격적인 신주쿠 가부키초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가부키초에 대해 뭐 하는 곳인지는 몰랐었다.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있는지 자체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택시에서 간단히 검색하고 나서야 알았다...


밤문화의 대표적인 곳이었다는 것을...


저마다의 네온사인과 간판들의 상가 건물들로 가득한 거리 자체는 산만함과 난잡함을 풍겼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없게 만들었다. 다채로운 색상과 무질서하고도 산만한 구성이 마음을 혼잡하게 만드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부키쵸에 대해 세상에서 말하는 것들에 대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막상 가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물론, 화려하긴 했다. 특히 진이 관심 있어했던, 도호 시네마 건물에 있는 고질라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거 빼면.. 뭐...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다였다.



오히려, 나는 이곳에서 화려함 이면에 숨은 허무함을 느꼈던 거 같았다. 일본 여행하면서 유독 거리에 000엔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있는 여성을 알음알음 봤었는데, 여기서는 거리 자체를 일렬로 에워싼 채 팻말 든 채 서있는 여성들을 많이 봤던 거 같았다.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보았다. 다 어린 소녀들이었다.


그리고, 다리가 저린지 다리를 주무르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 하면, 애써 피곤해하는 모습을 숨기려는 미세한 표정을 많이 봤었던 거 같았다.


상상 그 이상의 비주얼로 거리에 나온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누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을까..

이게 과연 옳은 걸까..


그들을 둘러싸는, 거대한 건물들을 보면서, 그 건물들에 둘러싸인 채, 거리에 서있는 그들을 번갈아 보면서 문득 이런 느낌이 들었다.


화려함 속에 숨어있는 허무함... 웃음으로 애써 포장한 고독. 그러나, 그 고독은 아무리 숨겨도 숨겨지지 않고 드러나버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허무함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을. 그 허무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격렬하게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어딘가로 이끄는 거리. 그 거리 속에서 계속 방황하는 사람들..


이곳에서 그런 사람들을 계속 본 거 같았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이 주는 산만함과 화려함이 어떤 선입견을 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항상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세상은 22세기를 향해 나아가려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있다..
20세기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이 22세기를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들과 세상을 막고 있다..

막으려는 사람들과 저항하려는 사람들.. 그 사이 간극은 괴리감을 만들고, 그 괴리감은 허무함을 낳지는 않는지..


내가 느낀 가부키초는 이런 느낌이었다.


진도 신주쿠에 대해서는, 특히 가부키초에 대해서는 특별히 좋은 인상을 얻지 못한 듯했다.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많은 의문을 가지게 한 곳이었다.


그러는 사이, 날은 저물어갔고. 다리가 아파 카페에 있었던 신디를 만난 우린, 이곳에서 느꼈던 씁쓸함과 허무함을 애써 잊어버리고 내가 예약했던 초밥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린 일본 여행의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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