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의 중심에서 우리를 외치다

by 노아

역을 나오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부야. 그리고 처음 마주하는 미지의 세계. 푸른 막으로 둘러싸인 온실 속 그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씩 우린 무언의 힘에 이끌려 물 흐르듯이 나아간다. 온실 가득 채운 열기의 농도는 짙어져, 이 세상 빈 공간 하나하나 촘촘히 메꾸고. 공백 없이 메워진 결과, 이룩한 고밀도의 세계. 그 해 여름 빗줄기 되어 우리에게로 쏟아진다. 그 빗줄기에 온몸 적셔진 우리는 그 무게에 짓눌려 액체가 될 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언제나 강은 중력의 힘에 이끌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이, 우린 무언의 힘에 이끌려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그렇게 우린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을 따라 걸었고. 어느새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이르렀다. 교차로에 이르자 불꽃놀이의 절정에 이른 듯, 어제의 검은 하늘이 벗겨지면서 오늘의 태양이 떠오른 듯했다. 진은 그 광경을 놓칠세라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스크램블 교차로를 둘러싼 빌딩들을 둘러보고 있었고. 나와 신디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보고 있었다.


"노아~~~~ 너무 멋지다~~~"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속 세계에 있는 듯했고, 그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뛰노는 것 같았다.


매 순간 쏟아지는 8월의 절정에 멈추지 않는 땀과 소멸되어 가는 체력이었으나, 우릴 지치지 않게 한 건 설렘이었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웅장함과 낯섦, 그리고 모험심이었다. 모든 것들이 새로웠고, 어디부터 가볼까? 하고 기대하는 마음. 유년 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이래서 우린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겐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겠지만, 우리로서는 새롭게 느껴지니. 이렇게 느끼는 건 당연할 것이다.


물론 마냥 새롭게 느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뭔가 익숙한 거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치 명동 거리를 보는 듯한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그런 묘한 느낌을 주는 곳들도 군데군데 있었다. 이런 점들을 찾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이 거리가 그런 매력이 있었다..


어떤 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른 언어에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다채로운 상가 건물들까지 맑은 하늘에 입혀져 모든 게 선명하고도 깨끗해 보였다. 그래서 유난히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았다. 그래서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우린 그 거리에서 사진을 한참 찍었고. 그때 마침 배가 고팠던 지라, 근처 식당을 찾아 밥을 먹기로 결정하고선 급히 구글 맵을 검색 했고~


그중 아래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츠키시마 몬자 오코게 시부야였다~

https://g.co/kgs/FELoeWg


여기서 우린 몬자야키와 오코노미야키를 주문하였었다~~


여기가 몬자야키 맛집이라고 해서, 신디가 주문했는데(신디, 이런 건 언제 또 찾았대??? ㅋㅋ 역시 빨라~ ㅎ), 처음에는 이런 감정 밖에 없었다.


그래, 일본 현지의 철판 요리는 얼마나 맛있을지 지켜보겠어~~~


홍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노 사이드"라는 식당을 잘 알 것이다. 그래, 그 여러모로 악명 높고도 유. 명. 한 곳~~


정말이지, 그 식당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려고 영겁의 불편함을 참았던 기억이 있었어서, 당시 나는 이렇게 다짐했었다.


'반드시!! 일본 현지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보리라!!'


마치, "노 사이드" 식당 아저씨로부터 이곳이 아니라 다른 오코노미야키 집을 가도 이 식당만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지라, 그 아저씨의 자신감을 꺾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내 치기 어린 마음이었을까? 그 이후 나는 한국에 오코노미야키 집이란 집은 방문하여 먹어보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하게도 "노 사이드" 못지않은 맛을 내는 음식점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래서, 일본 현지에서 그 못지않은 맛을 찾아서 "노 사이드" 아저씨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나 혼자 마음속으로만 되뇌는 말이겠지만..


그래서, 기대 가득한 채 자리에 앉아 몬자야키와 오코노미야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참 기다렸을까? 어떤 여성 분이 나타나서 밀가루 반죽을 철판에 놓고 주걱으로 반죽을 으깨고 섞어주고 있었으니, 교향곡을 연주하는 뮤지션처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몬자야키를 만들고 있으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아이스링크 위를 자유롭게 뛰노는 김연아처럼, 철판 위를 화려한 손놀림으로 자유롭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듯 보였다. 그 선율에 따라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는 몬자야키와 그 과정 내내 지켜보는 우리.



작품 한 편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 듯해서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다. 철판이 만들어내는 열기에 땀을 흘리시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시는데 열중하시는 직원 분도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꽤나 한국어.. 를 잘하셨다~


한국인 아니야? 싶을 정도로~


"아직 안 돼요~~~"


"이제 드셔도 돼요~~"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발음이 네이티브 한국인 발음이어서 나로선 놀란 눈으로 바라봤을 정도였달까??


"한국인 아... 니세요???"


또한, 친절도도 상당히 높아서 맛과 서비스 그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충격이었던 건, 그 여성 직원 분만 한국말을 잘하는 게 아니었다. 직원들끼리 교대로 돌아가면서 몬자야키를 만드는데, 여성 분 뒤를 이어 오신 남성 직원 분도 한국말을 잘하시는 게 아니던가!!


그래서, 나로서는 당시 이런 의문이 들었었다.


여기는, 한국말 잘하는 게 필수인가요???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그냥 한국 말이 아니라 네이티브 한국인 발음으로 또박또박 한국어 발음을 잘하셨다는 게~~!!! 덕분에 잘 알아들을 수 있었고, 소통이 된다는 점에서 좋았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의아함이 많았지만~~ 뭐 어때?? 맛만 좋으면 됐지~~


그렇게 감탄에 감탄을 하다가 어느새 완성에 이른 몬자야키~~


솔직히 여기서 더 익어야 하나보다~ 싶어 기다리다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어서 직원 분에게 물어보니


"지금 드셔도 돼요~"


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씀해 주신 직원 분 덕분에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던 우리~


그러나,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당히 묽었고. 전이 부쳐지기 전, 밀가루 반죽된 상태와 흡사한 비주얼이라서 맛이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그... 비주얼이 진짜 아무리 봐도 그거 같아서 먹고 싶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뭔가, 더 익혀야만 할 거 같고.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와우??? 신디??? 맛있는데??


"노아~~~ 맛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맛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하여간 맛있었다. 비주얼과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비주얼에 놀라고, 맛에 또 한 번 놀라는 경험이랄까?


그렇게 몬자야키를 먹은 우리는 직원 분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빨리~~~ 먹을 거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신디가 변한단 말이에요~~


라는 아우성을 외치는 듯 마음속으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 이런 우리들의 눈빛에 직원 분이 바로 우리에게 와서 바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기 시작했으니~ 철판과 주걱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경쾌한 리듬이 시작되고 있었고. 그와 함께 점점 오코노미야키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흡사 "노 사이드" 못지않은 맛을 드디어 볼 수 있는 것인가?? 하고 내심 설레고 있었다. 아, 노 사이드 그곳보다 맛만 있으면 성공~~~


그렇게 조금 많이? 기다렸을까?


짠~~~~


그리고 한 입 먹어본 순간, 아.... 이건!!!


지금 이쉰관~~~~ 마법 춰 럼~~~~


그동안 "노 사이드"에서 설움 받으면서 먹었던 순간들이 알알이 들어오더니 눈이 시큼해짐과 함께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노아 울어?"


"응~~~ 드디어!!!! 노 사이드보다 오코노미야키 잘 만드는 식당을 찾았어~~~ "


아저씨~~~ 들리십니까? 보이십니까? 당신이 부정하고 싶었을 순간~~~~


역시 맛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당시 먹었을 때 진~~~~~~~짜 맛있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결국 원조가 진리인 건가? 싶은 생각이..ㅋㅋㅋㅋ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에서 먹어야지~ 싶어, 오사카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는 일은 훗날로 미루는 걸로 하고~


아무튼 그렇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일전에 예약했던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 시간이 얼마 안 남았었기에 그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가 있는 건물인,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빌딩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또 미리 출발해서 나쁠 건 없으니깐~~~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빌딩으로 가면서 진은 나에게 말했다.


"형~ 그냥 시부야 거리 걸으면 되는데, 뭐 하러 전망대까지 가야 하는 거야?"


그런 진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아~ 그래서 네가 애송이란 거란다~ 훗~"


결코 닿을 수 없을, 아득히 먼 하늘. 어쩌면 그 하늘에 가까운 지대에서 온 세상을 내려다보는 일이란 가슴 뭉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유독 마천루든 언덕 정상이든, 지대가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조망하는 일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늘 그리움이 터져 나올 때마다 높은 곳에 오르는 일을 해왔던 거 같았다.


세상의 정상에 올라 네가 있을 곳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일..


닿을 수 없는, 아득히 멀리 소산 해버린, 그 시절 수많은 네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떠난 사람은 아무 고민 없이 찰나에 소산 해버리지만, 남은 사람은 남겨진 현장에서 이 세상 떠돌고 있을 그 온기가 다시 자신에게로 불어오기를 바라는 법이니까..


기약 없는 영원의 단절과 에필로그일지라도, 내가 너와 이룩해 온 책을 덮지만 않으면 영원히 끝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미련에 아직도 이 책을 덮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니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지대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조망하는 일을 즐겨해 왔던 거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진도 언젠가 사랑을 하게 될 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될까?? 아무튼,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빌딩으로 간 우리들은 14층까지 올라가서. 거기서 사전에 예약했던 바우처를 제시해서 입장하여 47층까지 또 올라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많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막혀있었던 가슴에 박하 바람이 불어와 온몸을 시원하게 하는 듯했다. 실제로, 태양에 도달한 나머지 두 날개가 녹아 익사해 버린 이카루스처럼, 강렬히 이글거리는 하늘의 열기 바다에 익사당할 공포를 느낀 순간이었지만 말이다.


내가 그 무수히 많은 시간 속에서 태양이 만들어내는 열기, 푸른 하늘이 만들어내는 공활함.. 시원한 물을 마셨을 때 느끼는 짜릿함. 서로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체온과 떨림. 함께하면서 흘러가기 시작하는 시간. 그 시간을 자아내는 시곗바늘의 움직임까지 그 모든 걸 네가 없었으면, 느낄 수 없었겠지..


신디, 고마워..


비록, 함께 할 때 서로 맞지 않은 가치관과 이해 못 하는 세계관 차이로 인해 자주 어리둥절해하고, 공감 못할 때가 많지만. 너로 인해 내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음은 분명하다. 물론, 예상 못한 어둠의 물결이 다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지만 여느 때처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너와 내가 함께 이렇게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추억을 만드는 이 순간이 다시는 오지 못할 시간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니, 이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히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신디의 손을 잡았다. 또한 진의 어깨를 잡으며, 그렇게 47층 전망대를 넘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옥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고 선망해 온 그 하늘에 가까운 곳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그곳과 가까워지고 있었고. 가까워지는 그 순간에 단 한 번도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던 우리.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지막한 비명과 함께 우린 손을 풀고 말았다.


"너~~~~~~~~~~~~무 ~~~~~~~~~~~~~뜨거워~~~~~"


너무 강렬했던 그 해 여름이었을까? 가뜩이나 더움을 넘어서 뜨거운 날씨였는데, 그늘 한 점 없이 탁 트인 고층 지대이다 보니 평상시 수준을 넘어서 어나더레벨 수준으로 뜨거웠던 것이다. 마치 불판에 올려진 새우 구이가 된 기분이었고. 찜 통에 갇힌 만두가 된 기분이었다.


이대로 여기 더 있다간 만두소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내 두뇌를 엄습해 왔고. 나는 이내 탈출하고픈 마음을 갈망하게 되었다.


찜질방 정도로는 애들 장난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한 여름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로 오라~~~

특히 옥상에 올라가 볼 것을 추천한다..


상상 그 이상으로 뜨거워서 황급히 옥상에서 탈출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니...



이야~~~~ 하늘은 예쁘지~~~ 창 너머로 보이는 시부야, 도쿄 전경도 아름답지~~~

멀리 보이는 도쿄타워는 어떻고~~~


그러나, 작열하는 태양과 열기에 온몸 한가득 쏟아지고 있던, 태양의 장마를 매 초마다 맞다 보니, 그 열 방울 하나에 지글거리는 듯한 내 피부를 느끼고 신디가 나에게 말했다.


"노아... 나가자~~~~!!! 너무 뜨거워~~~"


"그래, 나가자~~~~ 못 견디겠다~~~"



그렇게 나와 신디는 서둘러 옥상을 탈출하였고. 진은 조금 더 남아 일광욕을 즐기면서 몇 분 정도 후에 옥상에서 내려왔다.



지나고 보니 그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 못 했을 사람들과의 도쿄 여행. 함께 시부야에 가서, 몬자야키를 먹고. 시부야 스카이까지 가서 도쿄 시부야 전망대를 보며 더위에 울고 웃고 하던 그 순간 하나하나..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타며 옥상으로 향하던 순간까지 그 하나하나 잊을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서 도쿄를 바라봤던 우리.

그러나, 우리의 시부야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다음 목적지를 향해 우린 전망대를 뒤로 한채, 바로 내려가고 있었다..



keyword
이전 18화안녕, 시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