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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Nov 15. 2024

안녕, 시부야

어제 내가 보았던 너의 숨결과 모습. 내가 느꼈던 너의 떨림과 온기. 푸른 하늘의 아늑함과 붉은 태양의 따스함까지 전부, 한 여름밤의 꿈방울이 되어 망각의 저편으로 흩날리고. 그 공백의 끝자락에서 다시 마주한 오늘. 어제와 같이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이 불어와 우리 마음을 간질인다. 


우리에겐 오늘!! 시부야와 신주쿠를 가야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그러나, 그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오전 8시쯤? 일어나서 역 근처 소바 집에서 소바를 먹었다.


스이도바시 역에 있는 가게였는데, 가게 이름은 모르겠고. 역에 붙어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여기를 어떻게 알았냐면, 전날에 아키하바라에서 스이도바시로 도착한 후, 역을 나오려 할 때 마침 발견하였고. 타이밍 좋게 당시 배가 고팠었기 때문에 갔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 식당에 왔을 때, 어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제각각 자리에 앉아서 소바나 우동을 먹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야구 경기를 보고 나서 이곳에 소바를 먹는 것처럼 보였다. 근처에 도쿄돔이 있으니, 도쿄돔에서 야구 경기 관람한 후, 열차 타고 집 가기 전에 잠시 이곳에 들러 소바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지~ 싶어 바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달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역 안에 편의점은 있어도 식당이 있는 경우란 없는 듯 보이는데, 일본은 이렇게 떡하니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특징들도 문화적 차이인가? 란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러한 점 이외에도, 유독 일본에서 면 요리를 하는 식당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밥 천국이 많다면, 일본은 면 요리가 유독 많이 보였달까?


한편으로는 이렇게 면을 많이 먹으면, 당뇨는 안 생기고, 비만은 또 안 생기려나? 이 질문이 안 나올 수가 없기도 한 것 같다. 일본에서 내가 봤던 일본인들 중 몸집이 큰 사람들을 볼 수 없었고, 대부분 호리호리한 체형이거나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람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식당들을 보면 면 요리나 튀김류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여서, 면이나 튀김 같은 음식들을 먹으면서 몸매 유지는 어떻게 하시는지?? 무척이나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외에도 많은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 질문에 답변해 줄 일본인 지인들이 없기 때문에 가슴에 혼자 담는 것으로 하고~


어쨌든 그래서~ 당시 주문했던 메뉴는 냉소바와 온소바였다. 맛은 그럭저럭 무난했지만, 만약 이 소바집에 가게 된다면 냉소바와 냉우동을 먹는 걸 추천한다. 온소바는 정말이지, 차가운 꼬리곰탕을 먹는 기분이었달까? 굉장히 그 맛이 언밸런스했으며, 미각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그래도 기본 정도는 하는 듯하여,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어제에 이어 육신을 넘어, 정신까지 기름에 튀겨질 거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푸른 열기 아래에, 데워질 듯한 우동을 먹어서 그런가.. 아침부터 땀을 많이 흘린 채, 도쿄에서의 세 번째 날을 맞이하고 있었던 우리였다. 


우선 우리가 간 곳은 긴자역이었다. 


우리가 긴자역에 간 이유는? 신디 때문이었다. 원래 오늘 오전 일정이 아키하바라였으나, 전날에 아키하바라를 갔기도 했고. 너무 진만 생각한 여행인가 싶어서 내내 신디가 걸렸던 것이다. 특히, 전날에 신디가 유독 피곤해했으며, 걷는데 힘들어해서 나로선 진과 신디 사이에 균형을 찾는 여행 일정을 짜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 하나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균등하게 비율을 나눠서 할당하는 일. 이를 보면, 유느님께서 무한도전에서 진행을 함에 있어서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개미 똥만큼 정도라도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어찌나 눈물겹던지... (신디와 진은 이러한 내 고충을 알았을까? 알고 있는 거.. 지?)


그래서 오전 일정의 목적은 오로지 쇼핑!!


신디의, 신디에 의한, 신디를 위한 일정이었다. 


진~~~~ 미안하지만~~~ 네가 지루함을 느껴도 어쩔 수 없어. 이건 신디 타임이니~~~ 아무리 네가 지루하.. 진??? 진???


"진 어딨 어???"


나의 질문에 신디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놓인 의자에 다리 뻗은 채 앉아 입 벌린 채 자고 있는 진을 가리켰다.


"자고 있는데???"


그런 진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참 자유로운, 영리한 녀석 같으니~ 아주 바람직한 선택을 했구나~ 그런데, 그거 아니, 진? 네가 앞으로 연애를 하게 되면, 그렇게 잘 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


"노아~~~ 이 옷 어떤 거 같애?? 응? 응? 응?????"


아하, 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 즐겨야 해~ 알겠지? 스파이더맨 명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깐~


그렇게 신디의 옷을 신나게 골라주고, 쇼핑에 쇼핑을 나선 우리~


그리고 이곳저곳을 가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래도 막상 가니, 아키하바라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새로워하는 진의 모습을 보며 내심 안심했었다. 물론, 나도 보는 눈이 지루하지 않고, 긴자만의 색다른 매력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에 내가 신디랑 단둘이 일본 여행을 갔다면, 다른 양상이 펼쳐졌겠구나 하고 말이다. 아마, 쇼핑 위주의 일정을 짜지 않았을까? 여행 테마에 따라가는 도시는 달라지는 법이고, 그에 따라 도시 모습과 그에 따른 도시 분위기도 제각각이니, 분명 어떤 도시를 선택해서 일정에 넣느냐에 따라 여행 양상은 천자만별일 것이다. 


이런 걸 보면, 도쿄란 곳은 제각각 다른 매력과 양상을 가진 도시들을 가진 곳이구나 싶어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테마에 따라 각기 다른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 꽤나 도쿄란 곳은 넓은 곳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해보았다. 이러한 생각을 하니, 새삼 감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란 건물들과 그 사이에 도로가 있다고 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 도시는 단순히 도시가 아니다. 그곳에서 풍겨지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고. 그 분위기가 곧 정체성을 만든다. 그 정체성은 곧 그 도시에서의 사람들 일상을 통일시켜 나가 도시 고유의 특성을 유지시켜 나간다. 이는 곧 도시 고유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또한, 낮과 밤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에 따라 분위기 또한 달라지며, 이러한 점이 외부 사람들을 끄는 매력 요소가 되기도 하고.


많은 곳을 거닐고 겪어오면서 이러한 점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낮과 밤, 서로 상반되는 시간대에 달라 보이는 풍경. 그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양상. 또한, 도시마다 다른 특성과 그에 따라 특정 상가 건물의 분포도가 달라지는 등의 모습. 그 모든 걸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면서 도시란 결국 사람이 만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던 거 같다. 


이런 나의 경험으로 볼 때, 도쿄란 곳이 나에게 주는 인상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너무 다양했고. 지역마다 특성들이 제각각이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았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 듯했고, 제각각 개성이 뚜렷했다. 그리고 이러한 각기 다른 개성은 지루함을 덜어주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는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곧 관광객들을 계속 끄는 요인이 아닐까? 


무조건적인 찬사는 옳지 않지만,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가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세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고수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서로 다른 개성이 모여 통일된 하나의 모습을 형성하고. 그 모습이 곧 하나의 세계관으로 구축되는 일이란 꽤나 멋지지 않나.. 그 세계관 하나하나가 조립되어 이어지면서 완성된 거대 세계. 그 세계가 도쿄가 아닐까란 인상을 강하게 받았던 거 같았다.



모서리가 각진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만이 아니라, 곡선을 가진 조형물이나 건물 디자인도 또한 만만치 않은 매력으로 다가와서. 건물 보는 재미 역시 여행 내내 있었던 거 같아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어쨌든 쇼핑을 다 한 우리는 원래 긴자역 근처에서 파르페와 점심을 먹기로 하였지만, 아침에 먹었던 소바가 너무 배불렀던지 전~~~~~~~~~~혀 뭘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아서 시부야에서 먹기로 하고~ 바로 시부야로 향했다. 



긴자역에서 시부야역까지 지하철 타고 도착한 시부야~


역에서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형형색색 빛의 향연과 함께 시부야가 그 위용을 보이며 우리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서울의 그 어떠한 도시 보다도 거대했으며 웅장했다.


마치 화려한 날개를 뽐내는 공작과도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 규모와 위용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 화려한 도시의 날갯짓에 우린 말을 잃은 채 한동안 우리 앞에 펼쳐진, 파노라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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