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해, 노아의 세계로 온 걸~

by 노아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시어머니 모드로 빙의하신 채, 신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심층 면접을 하셨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너와 신디의 결혼은 네 아버지에게 달렸다~~
네 아버지가 과연 허락하실지 모르겠네~”


그 어떠한 회사 면접 보다도 험난하고도 심히 빡센, 우리의 결혼~

이를 위해서는 어머니 주관하에 이루어지는, 서류 합격. 그 이후부터 이어지는, 어머니와 동생 주관의 심층 면접. 그 이후에는 아버지 주관하에 치러지는 최종 면접까지 아주 비체계적이고도 지극히 주관적인 결혼 승인 시스템이 펼쳐지리니~


그러나 설상가상, 신부의 경우보다 신랑의 경우에는 과연 제대로 된 사위인지 신랑인지를 가리는 인적성 검사에 추가적인 면접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러한 상황에서 서류 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나와 달리, 신디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으니~ 뭔가 부럽고도 긴장감이 가히 수능 못지않았달까?


그러나 걱정하지마라~ 우선, 수차례의 외국 유학 경험에 따라 원어민 못지않은 영어 실력에 화려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커리어우먼! 신디의 스펙과 지성, 미모 등을 칭찬했던 내 언변에 설득하신 어머니로부터의 서류 합격!

그리고 매일 이어지고 쏟아졌던, 신디에 대한 질의 및 응답에 막히지 않은 채 신디에 대한 찬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어머니의 유도 신문에 휘둘리지 않은 채 흔들리지 않은 어느 브랜드의 침대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그 끝에 어머니로부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으니. 동시에, 어느 여름날에 신디와 함께 했었던 진(내 동생이다~). 그 여행을 통해 진의 마음마저 얻었던 신디는 1차 심층 면접에서 합격할 수 있었고.


비로소, 오늘에서야 아버지로부터의 최종 면접을 앞두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인도 하에 거실에 들어선 나와 신디. 그러한 우리들 앞에 있었던 건 아버지였다. 엄숙하고도 무거운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하시는 카리스마. 지나가는 바람조차도 짓눌러버릴 만큼의 압도. 그 분위기 속에서 한 겨울 속에서 여름의 뜨거움을 느꼈는지, 괜히 목덜미를 타고 땀방울이 맺히는 듯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께서는 딸기를 내오셨고, 나와 신디,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고. 신디는 그런 나를 보며.


‘노아~ 뭐 하는 거야? 무슨 말이든 해봐~ 빨리~ 나 좀 살려줘~’


나는 그런 신디를 보며 이병헌 배우님이 보이시는 건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미안 신디~ 내 머릿속에 이 상황 대처에 대한 족보는 없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어떠한 말로 시작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아버지~ 이쪽은 신디에요! 신디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결혼을 허락해주십시오! 그런데 결혼을 허락해달라니..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거지?? 찰나의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스치듯 쏟아졌었고. 나의 말은 갈피를 잃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걱정을 상쇄시키는, 아버지의 한마디가 내려졌으니.


“그래서, 웨딩홀은 정했니?”


네???


순간,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신디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몇 단계, 건너뛴 거 같은데? 네? 뭐라고요? 저희 합격한 거예요?? 신디? 우리 합격이겠.. 지??


“집은 어디에서 살 예정이니? 보니깐, OO 지역이 괜찮은 거 같더라~ 거기 한번 알아봐라~ 그러려면 대출을 알아봐야 하는데~ 디딤돌 대출이나 버팀목 대출 등이 있는데, 그것도 알아봐야 하고~”


아버지의 속사포 말씀에 나와 신디는 여전히 벙찐 채, 아버지만 바라보았다.


아버지.. 원래, 이렇게 말씀이 많으신 분... 이었.. 나요??


이런 아버지의 반응에 어머니도 심히 당황해하신 느낌이었으나, 오랜 노하우로 축적된 원숙함으로 감추신 채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아니 여보~ 애들 이제 막 왔는데, 애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죠~~~ 얘들아, 딸기 먹어~”


바로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딸기를 쟁반에 담아 올리신 어머니는 딸기에 포크를 찍은 채, 신디에게 건네주셨고. 신디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 나만 바라보았다.


이후, 아버지의 쉬지 않는 말씀은 이어지셨고. 그 말을 내내 들으면서, 과연 내가 아는 아버지가 맞는지 당황하고만 있었다. 어머니께서 지난밤에 어떠한 말씀이라도 하셨는지, 어머니의 숨은 공작이 궁금한 나머지 어머니를 바라보았지만. 나를 응시하는 어머니의 눈빛에서는 그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내가 모르는, 어머니와 아버지 만의 숨은 씬들이 있었고, 그 씬에서 어머니의 설득이 있었기에 오늘의 갑작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던 것이리라~ 어쨌든 어떠하리~ 허락을 받았으니~


이후 이어진 식사 시간. 식사 중 아버지께서 신디에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집 말이다~ 아무래도 양가 어른들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니? 아버님께서는 어떠한 말씀이 없으시니?”


아... 순간, 식도를 타고 내려가던 고기가 다시 밀려올 듯한 통증을 느낀 나는 기침을 하였고. 바로 아버지의 스메싱을 맞받아쳤으니.


“아직, 어디 살지도 정하지 않았고요~ 아직 인사 안 드린 상황이에요~ 인사도 안 드렸는데, 집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 같아요~”


“그래요 여보~ 아직 어디 살지도 안정했는데~ 얘네들끼리 알아서 정하고 알려주겠죠~”


이에 아버지께서는 국을 드시고는 말씀하셨다.


“그래? 그래~”


이후 갑작스럽게 이어지는 아버지의 질문은 계속되었고, 그때마다 어머니와 내 합동 작전으로 그의 스메싱에 맞받아쳤으니, 가히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신디는 과연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으니~


이후 인사 드리고, 서둘러 집을 나오고 나서야 긴장이 풀릴 수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지의 배웅을 뒤로한 채, 집을 나온 우리. 그때가 되어서야 신디가 한숨을 쉬며 나에게 말했다.

“먹다가 체할 뻔했지 뭐야? 그래도 다행이다~ 괜히 걱정했잖아~”


“그러게~ 이렇게 쉽게 허락 맡다니~ 어머니도 놀라신 눈치시더라~”


그때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에 따스한 태양이 새하얀 눈을 녹이고 있었다. 겨울 속에 꽃 피운 봄날과도 같았다. 무언가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 오후였다. 터미널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그 무엇보다도 가벼웠으며, 우리들의 그 길에 어떠한 장애물은 없는 듯했다.


그러나, 그때 불현듯 든 생각.


이제 내 면접 합격만 남았구나.. 그렇죠, 아버님??


서류 합격과 그 후 진행될 심층 면접. 동시에 우리가 밟게 될 첫 번째 관문, 웨딩홀 투어! 우리에게 수많은 과제들이 주어졌지만.


하나하나씩 해나가는 것으로~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함께 어떻게든~ 해나갈 것이다~

서울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

내 어깨에 기대 잠든 신디를 보며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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