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붙잡고 싶었던 것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갑게.
조용하게.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이…
이상했다.
깊게 쉬어지지 않았다.
흐릿해지는 시야
눈을 뜨고 있는 건지
감고 있는 건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
노란 빛이
흐릿하게 퍼져 있었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사람 쓰러졌어!”
“구급차 불러!”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아주 멀리.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둔탁하게 들렸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려고 했다.
손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숨만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여기서 끝인가’
그 생각이
문득 스쳤다.
짧게.
하지만 분명하게.
나는
그 생각을 부정하려 했다.
‘아직…’
‘아직 안 돼.’
떠오르는 얼굴들
그때였다.
이상하게도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마치
천천히 재생되는 영상처럼.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
부엌에서
밥을 차려주시던 모습.
“많이 먹어.”
라고 말하시던 목소리.
내가 힘들다고 했을 때
조용히 들어주시던 얼굴.
그리고
병실에서
누워 계시던 모습까지.
그 모든 장면들이
겹쳐졌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엄마…’
동료들
다음으로 떠오른 건
동료들이었다.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던 사람들.
“괜찮아?”
라고 물어보던 목소리.
같이 웃고
같이 밥 먹고
같이 버텼던 시간들.
그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민수.
그리고 다른 동료들.
나는 그 이름들을
마음속으로 불러봤다.
친구들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
별것 아닌 일로
웃고 떠들던 시간들.
늦은 밤까지
이야기하던 기억.
“야, 힘들면 말해.”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아직 끝낼 수 없었다
나는 그 순간
분명히 느꼈다.
‘아직… 끝낼 수 없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
그리고
나를 믿어준 사람들.
의식이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왔다.
소리는 더 멀어졌다.
“의식 있어요?!”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
점점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감각
비가
얼굴에 떨어졌다.
차가웠다.
그 감각만이
마지막으로 또렷했다.
나는 그 차가움을
느끼면서
천천히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고 싶었다.
눈을 뜨고 싶었다.
다시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의식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완전히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괜찮아.”
그 한마디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