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자 조각가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책은 의약품 개발에 관할 '백승만' 작가 님의 글이다. 인간을 위한 '의약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꽤 흥미있게 담은 책이다. 책이 말하는 의약품의 흐름은 이렇다.
첫째, 운으로 찾는다.
둘째, 자연을 모방한다.
셋째, 사람을 연구한다.
넷째, 물질을 창조한다.
우연히 인간에게 필요한 약을 찾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 나아가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여 약을 찾는다. 더 나아가면 인간을 연구하고 스스로 물질을 창조한다. 아래로 내려가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넓은 부분이 '운으로 찾는다'이다. 인간이 굉장히 창조적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자연이 만들어 것을 모방하고 그것을 우연하게 발견하는 정도로 발전을 시작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데 역시 자연을 모방하여 창조하는 인간을 보면, 인간은 자연이 낳았다는 것을 여실하게 알 수 있다.
현재 기업인 중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을 찾으라면, '박영옥' 님을 꼽을 수 있다. 박영옥 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철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박영옥 '주식농부'로 알려진 '슈퍼개미'이자, 대한민국 최고 투자자 중 한 분이다. 이 인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투자 철학이 '농업'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언제 물지 모르는 낚시 바늘을 시장에 담궈두고 때를 기다린다. 그는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기회는 달콤한 독과 같다."
그 말은 날카롭게 다가와 가슴에 꽂혔다. 인생의 3대 재앙이 있다고 했다.
첫째, 초년 성공
둘째, 중년 방황
셋째, 노년 빈곤
이중 최악의 재앙은 '초년 성공'이다. 어린나이에 너무 빨리 성공하는 것이 인생의 3대 재앙 중 최악이란다. 큰 성공아니다. 다만 나름의 작은 성취를 초년에 겪어 봤다고 착각했던 시기가 있다. 그 말은 맞았다. 초년의 성공이 최악인 이유는 그것이 중년의 방황을 가져오고, 노년의 빈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꽤 괜찮은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것을 모두 걷어찬 이유는 너무 어린 나이에 위로 솟구쳤다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항상 떠올랐다.
"내가 이걸 하고 있을 게 아닌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생각은 떠올랐다. 자신의 자리에 돌아왔어도 내가 바라보던 자리는 '제자리'가 아니라 '높았던 기억'일 뿐이었다. 그 짧은 기억은 감사함을 모르는 오만한 덩어리로 나를 키웠고 때로는 씀씀이를 크게 만들었으며 누군가의 무능함을 비웃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보건데, 인생의 3대 재앙을 반대로 하면 그것은 최고의 삶이라고 본다.
첫째, 초년 고생
둘째, 중년 안정
셋째, 말년 부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흔히 '열정페이', '꼰대', '워라벨'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지만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에는 고생 좀 해보는 게 맞다. 열정페이를 받아도 좋고 꼰대들에게 다양하게 깨지고 배워봐야하고 워라벨이 아니라 열심히 살아봐야 한다. 물론 이것은 반대쪽 입장에서 상대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오롯하게 나에게만 적용 가능하다. 젊을 때 고생은 돌이켜 보건데 전부 자양분이 된다. 버릴 것 하나 없다. 상처라고 느껴지는 그 부분까지 알뜰 살뜰하게 경험으로 챙겨쓰고 나면 그 자리에서 뿌리가 강한 식물이 자라날 수 있다.
그것은 어쩐지 '모소대나무'를 닮았다. 모소 대나무는 심어두면 4년 동안 3cm 밖에 자라지 않는다. 미동도 없이 멈춰져 있는 그 바보같은 시간이 지나면 5년 뒤부터 성장을 시작한다. 4~5년 간 깊게 뿌리를 밖으며 겉으로 보이지 않는 세월을 썼던 모소 대나무는 5년 뒤부터 무섭게 자라며 매일 30cm에서 많게는 1미터까지 미친듯이 자란다.
중년에 안정되야 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다. 부모의 중년은 '아이'에게 몹시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도전을 한다고 설쳐대기도 힘들고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할 수도 없다.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서 적잖은 수입을 올려야 한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아이와 가족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말년은 부유해야 한다. 말년에 부유해야 하는 이유는 설명이 필요없다.
"준비 끝에 찾아오는 행운"
BTS(방탄소년단)의 지민의 노래로도 유명한 '세렌디피티'는 그렇다. 준비 끝에 찾아오는 행운이다. 물론 준비를 했다고 무조건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준비 않고 맞은 행운은 '재앙'에 가깝다.
해외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한국으로 들어와 있던 시기, 방탄소년단을 본 적 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청담동 카페에서 여성 기자 님과 인터뷰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멀리서 보기에도 아이돌 가수일 것 같은 알록달록한 사람들을 보고 모른척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그룹명이 '방탄소년단'이라는 것을 듣고 '고거 이름 참 희안하네...'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가장 좋아하고 거의 유일하게 응원하는 아이돌 가수이다.
아무튼 그 뒤로 그 잊혀졌던 그룹은 내가 잊고 지내던 시기에 꽤 여러 활동을 하고 다녔는지 그들은 조금씩 인지도를 넓혔다. 다만 나에게 '이름 독특한 아이돌'이라는 인상이 전부였다. 얼마 뒤, 이 그룹이 점차 성장하더니 한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인정 받는 최고의 그룹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찾아보고 생각을 들어봤다.
조용히 준비해오던 이들이 역시 행운을 얻어갈 자격을 함께 얻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젊은 시절의 고생이 좋은 쪽으로 자리 잡으면 중년과 말년까지 단단하게 버텨질 '철학'이라는 좋은 양분이 된다. 그들의 철학이 무명 시기에 길러졌듯, 청년의 고생은 '철학'을 쌓는 기간이다. 가만보면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