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이면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아이를 보면 한편으로 뿌듯하면서 해방감을 느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보았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책에 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에 6, 7세라는 나이는 매우 소중하다.
항상 무언가를 할 때마다 책을 손에 쥐고 있는 편이라,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모습을 각인 시켜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좋은 점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첫째로, 긴 글을 읽지 못하게 됐다. 가끔은 벽돌책을 잡고 한참을 몰입해 읽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다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장 먼저 그 부분을 내려 놓아야 했다. 특별히 아이가 독서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하기 때문은 아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이유로 '몰입'이라는 과정이 사라졌다. 아이는 종종 무언가를 물어봤고 어떤 사고를 쳤으며, 아빠가 혼자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에 시기하기도 했다. 시간이 남으면 특히 책을 들고 있으며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같은 부분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 읽고 난 뒤에는 '무엇을 읽었나' 남기지 못했다. 짧게 끊어진 주의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 짧은 영상'에 적합했다. 1분마다 쪼개지는 주의력을 싸매 쥐는 일에 피로를 느꼈다. 고로 남는 시간에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엄지손가락만 까딱거리고 싶었다.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을 보고 또보고, 넘기고 또 넘겼다. 이후 다시 책을 들어도 1분 뒤에는 스마트폰으로 손이 갔다. 집에서 육아를 하는 '가정주부들이 건망증'이 빈번하다 하듯, 짧아진 주의력은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깡총깡총 이곳저곳에 맴돌았다. 당연히 주의 깊게 몰입하는 것이 없으니 건망증이 높아졌다. 신경은 예민해졌다. 아이에게 '책 읽는 추억'을 남겨 주겠다는 최초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되려 아이에게 '버럭'하고 호통치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후 타협해야 할 부분을 찾았다. 탈출구는 '짧은 글'이다. 아이의 질문과 질문사이에 짧게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이다.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은 아주 짧다. 초단편소설이다. 이렇게 짧은 글을 엽편소설이라고 한단다. 글은 시작과 동시에 몰입 시키고 한호흡에 소설 하나를 마무리 시킨다. 소재는 매우 신선하여 글 읽는 맛이 있다. '김동식 작가'의 글쓰기 방식을 모방하여 짧은 소설은 연재 했었다. 그것이 멈춰진 이유는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3년은 정말, 바쁜 한해였다. 개인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었고 여유가 생겨도 그저 허송세월처럼 흘려보낼 뿐이었다. 이런 핑계로 2023년에 목표했던 '소설출간'은 이루지 못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다. 나의 머릿속을 남의 머릿속에 넣는 일이다. 글쓴이가 '태양'을 생각하면, 읽은 이는 '태양'을 떠올린다. 글쓴이가 '바다'를 쓰면, 읽는 이는 '바다'를 읽는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하지 못할, '생각 이식'을 '독서'는 가능하게 만든다. 꼭 값비싼 기술력이 들어가야만 좋은 기술은 아니다. 앞으로도 '독서'가 가진 '생각 이식 기술'은 그 어떤 과학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소설은 그렇다. 소설은 허구다. 읽는 이들은 글쓴이의 망상을 읽는다. 그것을 문자화 하지 않으면 망상은 망상일 뿐이지만, 그것을 문자화하면 그것은 '소설'이 된다. 자신의 망상을 얼마나 잘 문자로 구현할 수 있는지, 그 기술에 대해 사람들은 평가한다. 마치 음악을 만들거나 명화를 그리듯, 글쓰기는 전에 없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창조행위'다.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소설'은 '세계'를 창조한다. 저자본으로 지구를 종말로 몰아갈 수 도 있고 배우의 연기력 논란 없이,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그런 능력을 얻기 위한 시도는 할만하다. 그것은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없고 대단한 배경도 필요없다. 그저 쓰기만 하면 그만이다. 2024년에는 소설 출간이라는 목표를 다시 가질 예정이다. 벌써 써두고 투고하지 못한 소설과 글이 많다. 2024년에는 하나씩 정리해 출간해 볼까 한다.
몇 일 전, 아이와 책 한무더기를 구매했다. 대체로 짧은 소설, 시, 에세이였다. 아마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3월 전까지, 천천히 읽을 예정이다. 창작물을 접하다보면, 그 소재에 이어 나만의 결과를 만들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럴때마다 이야기를 기록해 두었다면 아마 꽤 괜찮은 글들이 됐을 것이다. 김동식 작가의 글은 쉽고 가볍게 읽히지만 몰입력이 좋다. 아마 작가의 다른 책도 구매해 읽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