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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06. 2024

[논어] 인무원려 필유근우 (人無遠慮必有近憂)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 사람이 멀리 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다.



 멀리 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멀리 본다'는 것은 전모를 살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끼리를 섬세하게 다듬는 장님이 아니라 눈을 뜨고 그 전체의 모습을 살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리 하나, 코 하나가 아니라 전모를 본다는 것은 삶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음 을 말한다. 위와 아래, 안과 속 모두를 살필 수 있음을 말한다.


 현재의 행동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즉 멀리보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수 있다. 작은 것에 연연해 하면 의미없는 것을 '전체'라 착각하고 살게 된다.


 눈 감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 섬세히 다듬으며 코끼리를 파악하는 것 처럼 말이다.



 내러시먼은 1967년 5월 15일 인도 푸네의 힌두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푸네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펜실베니아 대학의 로더 연구소에서 국제학 석사를 받았다. 공과대학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국제학 석사를 받은 내러시먼은 이후 무슨 일을 하게 됐을까.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다.



 스타벅스 CEO는 가장 오래 일한 사람도 커피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도 아니다. 기계공학과 국제학을 공부한 사람다. 취임 전, 6개월  잠깐 바리스타 공부한 것말고 그는 커피에 대해 배운 적 없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 최고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 이유는 이렇다. 그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커피'가 더 저렴한가, 어떤 커피가 더 맛있는가,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근원적인 질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고객이 머무는 공간이다. 대화하고 일하는 공간이다. 즉 문화적 공간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 회사는 인문학적 접근과 문화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하고, 사고 팔며,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서 비롯된  모든 역학관계를 내려다보는 '통찰'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



 맥도날드의 CEO 크리스 켐친스키 또한 듀크 대학교, 공공 정책학 전공이다. 세계최대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데 빵 굽는 방법이나 맛있게 요리 할 수 있는 레시피는 중요치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철학'이다.



 스티브잡스의 대학 전공은 '철학'이다. 그는 젊은 시절 '선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인도'를 찾았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전공 또한 '철학'이다. 일론머스크는 '물리학'을 공부했고 빌게이츠는 '법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수학, 경제학, 물리학의 순수학문은 '철학'이다. 철학은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끊임없이 답을 찾다. 질문과 대답은 끊임없이 본질과 진리에 다가가도록 한다. 선불교에서는 이를 '화두'라 한다. 수행자들은 '화두'를 던지고 끊임없이 답한다. 본질을 골똘하게 고민한다. 결국 본질에 다가선다. 전모를 통채로 내려다 보게 하고 내부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에 휘돌리지 않는다.



 철학은 뿌리다. 뿌리는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전체와 연결된다. 어린 시절 색소 탄 물을 먹인 식물잎의 색이 변색하는 실험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뿌리는 즉각적이지 않지만 틀림없이 구석구석 영향을 끼친다.


 전체와 연결된다. 사실상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시작점이다. 단순 지식을 쌓고 기술을 얻는 것은 즉각적이지만 사실 가장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 때로는 빨라보이는 것이 느리고, 느려보이는 것이 빠를 때가 있다.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땅에 묻혀 있다. 그러나 나무 전체를 지탱한다. 가지가 아무리 바람에 흔들려도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다.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리를 탐구하고 진리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단순히 회사를 경영하고 돈을 어떻게 버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개인에게도 뿌리가 중요하다. 뿌리는 전체를 지탱한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세찬 바람에도 잠시 출렁이다가 제자리를 찾게 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는 우리를 지탱하는 철학이 뿌리 깊게 박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가 다른 경우가 있다. 1984년 고등학생이던 '더그 맥밀런'은 월마트에서 창고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재고를 정리하고 물품을 정리했다. 그는 6년 뒤 1990년 월마트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된다. 구매와 물류 관리를 시작했다. 그의 성실함과 전체를 보는 눈은 다른 직원들과 달랐다. 성실, 리더십, 매장 전체를 바라보는 눈.


 일을 하다보면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직원과의 불화, 불공정해 보이는 직장 상사와의 마찰, 일과 업무의 불균형. 철학이 확고하지 못하거나 여러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면 작은 유혹에도 뿌리는 뽑혔을지 모른다. 입사동료들이 꾸준히 일을 그만두고 나가는 와중 그는 자신의 철학을 바닥에 붙이고 그자리에서 묵묵히 일했다. 2014년 월마트는 그를 CEO 최고 경영자로 선출했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은 현상 뒤에 숨겨진 원인과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도다. 이 탐구는 다른 학문이나 실상활의 문제 해결에 중요한 기초가 된다.


 같은 문제도 사람에 따라 다른 해결책을 만든다. 누군가는 적게 일하고 시간을 떼우며 직장 생활을 한다. 누군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는 가족과는 함께 동거하는 정도의 관계만 형성한다. 누군가는 가족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는다. 전체를 보면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이 보일 때가 있다. 어차피 흘러가 버릴 시간이라면 사실, 본질과 핵심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 았다.



 갈등이 있거나 불편한 상황에 쳐해졌을 때,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올 때, 기술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그 문제를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할 뿐이다. 그것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할까'


'나는 왜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을까'


'나는 왜 저 사람의 말에 화가 일어날까'



 사람이 목적지에 가는데 걸어가게 된다면 날씨를 신경쓰게 된다. 차를 타고 가면 '날씨'는 괜찮다. 교통체증이 신경 쓰일 뿐이다.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어떤가. 비행기를 타고가면 날씨나 교통체증은 문제가 아니다. 더 상위로 올라가서 '우주선'을 타고 가다면 어떨까. 이처럼 상위로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작아진다.



 이러한 생각 방식을 '철학적 사고'라고 한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경영인과 정치인들이 '철학'과 '순수학문'을 공부한 이유는 그것이다.



 인무원려 필유근우' 논어의 가르침은 우리가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이유를 강조한다. 또한 철학적 사고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알려준다.



 바라보는 시야를 육체를 넘어보자. 시각을 확장하여 나의 정수리 위로 확장해 보자. 다시 더 넓여 건물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자. 다시 구름 위로. 다시 지구 밖에서, 태양계밖에서, 우리은하 밖에서. 이렇게 시야를 확장 시키다보면 보이저 호가 태양을 향해 바라보며 찍은 '창백한 푸른점'이 보일지 모른다. 우리가 하고 있는 근심은 확대하면 할수록 커보이고, 축소하면 축소 할수록 작아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현미경으로 바라보기에 미생물은 얼마나 거대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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