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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Sep 27. 2024

[읽을책]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아무리 자녀라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법이다. 우리집 역시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집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도를 두고 강하게 노력한 것도 아니다. 대략 8년 정도를 반추해 보자면 그렇다. 노출을 더 시켜 보고자 했을 뿐이다.



 8살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조건을 만들어 줬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집에 스마트폰과 TV를 없앤다.


 맹모는 맹자를 위해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력을 심어주지 않았다. 환경을 바꾸어 주었을 뿐이다.


 TV를 거실 가장 목 좋은 곳에 두고 스마트폰 충전기는 방 침실에 두고 있지는 않은가. 가만 살펴봐야 할 것이다. 풍수지리는 과학보다는 철학적인 방식으로 길흉을 점치지만 이는 해석하는 방식일 뿐, 과학적 해석으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여긴다.


 


 현관으로 들어 왔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무엇인가. 집에서 가구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 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겨우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처음 보게 될 광경이 무엇이 될지, 꽤 고려하곤 했다.



 될 수 있다면 현관 입구에 가장 편안한 '안락 소파'를 두고 책을 펴놓고 아이를 기다리곤 했다. 맞은 편에는 'TV가 아니라 책'을 두었다.



 집에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충전기는 찾을 수 없다. 그것은 혼자가기 무서울 정도로 어두컴컴하고 무서운 세탁실에 둔다. 하루를 마치면 조용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세탁실 충전기에 꽂아 놓는다.



 무덤가 근처에서 살던 맹자는 장례식을 자주 보며 흉내를 내곤 했다. 장례식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장례의 예식을 흉내내어 그 분야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건 그 분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손웅정의 아들이 손흥민이고, 차범근의 아들이 차두리가 되고, 김용건의 아들이 하정우가 된 것 처럼, 어떤 영역에서는 유전자가 굉장히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듯 하다. 다만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긴 힘들다. 특히 가족 구성원 중 일부의 삶은 그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맹모는 맹자가 주변을 흉내내는 것을 보고 시장으로 이사를 간다. 맹자는 다시 시장의 상인 흉내를 낸다. 환경의 중요성을 맹자의 어머니는 깨달았을 것이다. 이어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를 간 곳은 '학당'이다. 아이는 그곳에서 환경에 맞는 옷을 입는다.


 사람의 유전자는 분명 특별한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다만 유전자가 결정하는 수준은 특정 범주까지다. 다시말해 유전자가 키를 결정한다고 할 때, 정확히 170cm라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60cm에서 180cm 사이라는 범주를 결정한다. 다만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대체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다 고만고만한 범주 내에서 적성을 찾아내는 셈이다.



 제주에서 자라는 감귤 모종의 일부를 외국에 심으면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바로 제주에서는 없던 감귤에 '씨'가 생겨난다. 이유는 기후와 재배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의 특정 기후 조건이 불화합성 품종에 이런 씨 없는 감귤종이 되도록 한다. 다만 다른 환경에서는 같은 품종이라도 씨가 생길 수도 있다.



 영국들은 호주로 이주를 하면서 가져간 자국의 귀여운 토끼 몇 마리는 물만난 물고기마냥 성장하더니 개체수도 늘고 그 외형도 캥거루처럼 무섭게 생겼다. 유전자는 완전하지 않다. 유전자는 끊임없이 '범주'를 설정하고 열등한 인자를 도태 시킨다. 고로 환경이 유전자보다 더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의 아들은 역시 학자로써 삶을 살았다. 그 아들의 아들 역시 대학교수로 일을 했고, 그 아들의 아들의 아들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의사'로 일을 하고 있다. 얼핏 유전적으로 우월해 보이긴 한다.


 다만 그것이 환경의 탓이 아니라고 장담 할 수는 없다. 조선왕조 500년은 모두 같은 핏줄을 타고 났지만, 그 과정에는 흥망성쇠가 모두 닮겨져 있다. 고로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세계의 위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꽤 많이 존재했지만 그들의 자손들의 능력은 점차 평범한 수준으로 혹은 눈에 띄지 않는 그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다름아닌 부모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자에 익숙한 아이들은 향후 학업을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된다.


 고로 부모의 몫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 어떤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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