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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8살 아이의 생일 선물로 현찰 40만원을 주는

by 오인환

"아빠, 우리반 친구들은 다 스마트폰 있는데 왜 우리만 없어야 돼?

정말 그러한가.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년이 왜 스마트폰이 필요한지.

정말 아이의 말대로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은 스마트폰이 필수인가.

그 말에 깜빡 속아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알아봤다.

저렴한 스마트폰부터 접을 수 있는 폰, 과일 그림이 그려진 고가폰까지 있었다. 아이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우리반 ㅇㅇ이가 가지고 있는 거다'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 접는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단다. 사회초년생 직장인 월급만한 그 스마트폰의 가치를 그 친구는 알고 있을까.

아이가 '친구'의 이야기를 하자 정신이 번뜩했다.

앉아서 서명만 몇번 끄적이면, 매장에서 가장 비싼 스마트폰을 들고 나올 수 있다. 그 '신용거래'를 아이가 배울 것만 같았다. 그러면 지출에 대한 통각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기기값, 통신요금이야, 부모 요금에서 합산되어 빠져 나갈테니 알바 없을 것이고, 중학생이 되면 한달에 7~8만원하는 핸드폰 요금도 고정지출이 될 예정이다. 어떠한 감사함도 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갈 것이다.

어떤 어른은 한 달을 꼬박 일해야 저 스마트폰을 겨우 가질 수 있는데...

월 5만원씩하는 스마트폰 요금도 1년이면 60만원이다. 분납이 주는 눈속임이다. 10년간 스마트폰 요금만 내어준다면 그것도 600만원이다. 비싼 요금인 10만원짜리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10만원을 매달 10년을 납부하면 스마트폰 요금만 1200만원이 된다. 차라리 매달 10만원씩 10년간 그 스마트폰 회사 주식을 사는게 맞지 않을까.?

애플 주식을 요금납부하듯, 매달 10만원씩 10년을 매수했으면 10년 간, 1200만원이 3400만원이 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옆에서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스마트폰을 바꾸었다. 2학년쯤 되어 보였다. '애플'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최신기기를 들고 나갔다. 아이는 이미 게임 삼매경이고 어머니는 주어진 종이에 싸인하기 바빴다.

곧 나에게 있을 모습 같았다. 고개를 흔들고 밖으로 나왔다.

가장 저렴한 요금 3만원, 12개월을 썼다고 치면 대충 40만원.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가 그냥 초록돈 40개를 줄께."

"아빠, 초록돈 40개면 뭐 할 수 있어?"

"초록돈 40개면, 과자는 400개 먹을 수 있고... 공주옷 10개 살 수 있겠네."

아이가 반색한다.

그렇게 ATM기기로 가서 40만원을 출금했다.

'초록돈 40개를 받으면 어떻게 사용할꺼야?'

40개가 어떻게하면 41개가 될 수 있까. 아이와 고민할 예정이다.

차라리 '강원랜드'와 '존디어' 주식을 더 담아주는 편이 낫다.

이참에 용돈 기입장 사용법을 알려줄 것이다.

아무개가 말했다.

8살인데 40만원은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좀 위험할 것 같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것은 '돈'보다 '스마트폰' 쪽인 것 같다. 아무리 싸구려 스마트폰도 40만원은 넘는다. 그것을 가지고 다니며 60만원짜리 요금을 1년간 흘리고 다니는게 더 위험한 것 처럼 보인다.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사는 순간, 아이는 세상과 연결된다.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나이를 묻지 않는 '광고판'이 무자비하게 아이를 현혹하고 '체류시간'을 '광고비'로 환산하는 '도파민 사냥꾼'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모두가 익명으로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모두가 보정된 사진을 찍으며, 인생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만 편집해 놓는 '환상적인 곳'이다.

욕, 성, 돈 등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조심'하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꺼내진 곳이고 거기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섞여서 체류하는 곳이다.

윽, 끔찍하다.

아이의 생일선물로 그런 미래를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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