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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25. 2024

[소설] 오! 재미있다. 취향저격_불귀도 살인사건

 소설은 한 가닥의 실로 면을 짜고 공간을 짓는 바와 같다. 한줄 한줄 차곡 차곡 쌓이며 인물의 성격을 만들고 배경을 짓고 관계를 설정한다.

 '불귀도 살인사건'이 그렇다. 툭툭 던져지는 한줄 한줄의 문장이 차곡차곡 쌓이며 완전히 입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한다. 소재는 '불귀도'에서 일어난 모종의 살인 사건이다. 얼핏 어디서 본 듯 하지만 단연코 재밌다. 이동하면서, 운동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그 '스토리라인'에 푹 빠져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온 느낌이다.

 불귀도 살인사건은 섬에 유배 온 양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얼핏 '오래된 전설' 쯤인가 싶다가 배경은 '현대'로 돌아온다. 과거 이야기가 꽤 맛들어져 현대로 배경이 이동 했을 때 아쉬움이 들었다. 다만 배경이 현대로 옮겨진 이후 더 다양한 인물 관계가 만들어지며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불귀도 살인사건은 대략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소설은 아니다. '불귀도'라는 공간의 배경과 가상의 인물의 배경을 쌓는데 진심이다. 

 '불귀도'의 지형은 '하늘'에서 내려다보기에 사람이 손을 쥐다만 모습을 하고 있어서 '파악도'라고도 부른다. 당연히 소설속 작가의 설정이다. 단순히 설정의 디테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말한 '체호프의 총' 법칙에 따르면 소설이나 연극에서 불필요한 요소는 등장해서는 안된다. 즉 중요한 물건이나 사건이 언급되었다면 반드시 나중에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

 소설 초반에 총이 등장하면 그 총은 반드시 발사 되어야 한다. 불귀도가 '파악도'라는 설정. 각 인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사연과 과거들은 '체호프의 총'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된다. 버릴 것 하나 없이 말끔하게 이용한 알자베기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귀신'이 등장하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불귀도 살인사건'에는 '귀신'이 소재다. 특히 '산발귀'라는 귀신은 소설 중반부부터 등장하여 실제 목격되기도 한다.

 이런 오컬트적인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한 이유는 바로 '귀신이란 없어'라는 꽤 현실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인물들 때문이다. 그 인물들은 스토리의 흐름을 좌우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로 작가가 부여한 인물들의 성향을 믿고 소설을 마무리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게 한다.

 분명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와 같이 꽤 현실적인 '공포'를 '공포'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 이 소설은 양쪽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소설임이 분명하다.

 이 소설은 '윌라 오디오북'을 통해 들었다. 책은 '활자'로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윌라'는 포기할 수가 없다. '윌라'에서 나오는 '오디오북'은 '독서'와는 완전히 다른 현태의 '독서'다. 특히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접근으로 시작하면 좋다. 밀린 설거지나 빨래, 청소, 운동을 하면서 듣기에 너무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과 독서'를 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아이와 함께 걸어서 학교를 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헬스장'으로 향한다. 헬스장에서 '운동'이라고 하기 '꽤 애매한 산책'을 하며 오디오북을 듣는게 최근 나의 루틴이다. 이 루틴에서 빠질 수 없는게 '윌라'다.

 단, 도서를 처음 고를 때, 완독 예정 시간이 7시간, 10시간 이렇게 적혀 있는데 '종이책'을 읽을 때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완독시간을 눈으로 보니, 쉽게 책을 선택하게 되진 않는다. 다만 나와같이 루틴이 매일 정해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10시간이건 11시간이건 그냥 선택해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소설과 오디오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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