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하나 만들었는데 하루 두 번을 헬스장을 가는 것이다. 가서 대단한 것을 하진 않는다. 그냥 트레드밀 한 시간 씩 걷고 오는 것이 전부다.
한번도 가져 보지 않은 루틴을 가지며 느낀 점이라면, 생각보다 이미 그러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일과를 마치면 캔맥주를 따서 마시는 일상은 모두가 공유하는 삶이라 여겼다. 그것이 일반적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각은 환경이 바뀌며 알게 됐다.
그렇다.
이미 그것이 루틴인 사람은 차고 넘쳤다. 건강한 루틴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비슷한 곳에 모여 있었다. 나의 루틴 중 그들을 만나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 삶이 그러지 않은 사람들과 환경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랬다.
아침 일찍, 저녁 늦게 두 번을 운동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사람들은 과연 직업이 뭘까.’
대부분 무엇하는지 정확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벌써 알게 된 일부는 강사나 의사, 치과의사, 사업가 등이었다. 어쨌건 대부분 꽤 넉넉한 소득을 갖고 있을 법한 직업군들을 알게 됐다.
몇 명을 그렇게 알게 된 뒤에 옆에 운동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저 사람도 자기관리라면 꽤 하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일까.'
그러며 스스로를 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의지가 약한 탓에 거창한 '자기관리'를 목표로 운동을 시작하진 않았다. 그저 하루 시작과 끝에 샤워하러 가는 분위기로 루틴을 잡았다. 어차피 샤워는 해야 하고, 그냥 씻기는 뭣하니, 운동이나 좀 하다가 씻자는 꽤 엉터리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저 사람들이 나를 볼 때도 비슷하게 생각할까.'
송인창 시인의 ‘평범한게 참 어렵더라’를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우리는
공간, 공기, 환경이 같아도
각자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오직 본인만의 관점이고
나의 색깔인 것이다.
파란색이어도 좋고,
빨간색이어도 좋다.
색이 섞여도 좋고,
단색이어도 좋으니
나를 나타내는 색깔로
살아갔으면 한다.
어떤 색깔이든
조화를 이룰수 있는 색깔이기에.
다른이들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트레드밀만 60분씩 두 번 타고 집으로 가는 ’나’ 라는 사람의 존재는 어떻게 비칠까.
어느 집단에 속해 있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나'의 속성은 '촌스러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단한 환경에 있어도 '나'는 꽤 촌스러운 사람이다. 남들처럼 거창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실행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꽤나 촌스러운 이유로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사람이다.
아직까지도 소주보다는 콜라를 좋아하고 고급진 뷔페나 레스토랑보다는 죠리퐁에 우유를 말아 먹는 편을 '맛있다'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본질이 그렇다보니 나이가 먹을수록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평범함'과 거리가 멀어지는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지만 방대한 지식인과는 거리가 멀고 10년 동안 해외에서 유학과 취업을 했지만 TV에서 보이는 잘난 '유학파'들과도 거리가 멀다. 어느 집단에 속해 있어도 항상 '이색적'인 것이 '고전적 의미'의 어떤 것과 괴리가 있다.
사람마다 색깔이 달라서 이런 사람도 분명 있겠으나 거시적으로 나와 닮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시기가 되면 '콜라'보다 '술'이 좋아야하고, '사이다'보다 '커피'를 좋아해야하고, '나이키'보다 '루이비통'을 선호해야 하겠으나, 나에게 술, 커피, 루이비통은 제 나이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위장하는 주변 아이템들일 뿐이다.
그러니 나는 바쁘게 남들이 말하는 '보통'에 다가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삶을 낭비해 내고 있는 듯 했다. '나이값'하기 위해, '평범'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스스로를 보고 가끔은 안타깝게 여길 때가 있다. 송인창 시인은 '태권도'라는 진로에서 다른 진로로 삶의 배경을 바꾸었다. 그 과정에 다양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나오며 했던 삶과 오버랩 된다.
생각해보면 너무 '스스로'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참 주책 맞을 때가 있고, 그렇다고 '평범'하고자 목숨거는 것도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냥 그 중간 적정선에서 걸쳐져서 마음속에는 스스로의 촌스러움을 가지고 겉으로 얌전 빼는 '인지부조화'의 삶이 '숙명'인 것 같다.
애초에 '평범'이라는 것은 워낙 쏜살같이 움직이는 과녁 같은 거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