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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만큼 재미있는 짧은 단편소설_치즈 이야기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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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예은 작가의 책을 자주 보고 있다. 단편을 몇편 봤던 기억이 있지만 뒤로 나오는 작품일수록 더 괜찮아지는 느낌이다.



지난 추석 '책방 구경'을 나갔다가 '노란색 벨벳 감촉의 표지'의 책을 보게 됐다.


'치즈 이야기'


띠지를 걷고 나면 책 앞면에는 '작가, 출판사, 책 제목' 아무것도 없다. 그냥 샛노란 치즈가 그려져 있다. 함께 동행한 아이에게 '아빠가 치즈 느낌나는 책을 샀어'라고 말했더니 아이가 만져보고 냄새맡아 보고 이리저리 살핀다.



책을 만질 때 느낌과 색깔이 정말 좋아하는 '치즈'의 그것을 닮아 책을 펴기도 전에 기분이 좋다.



책을 편 뒤에는 더 흥미로웠다. 조예은 작가 특유의 음침하지만 깔끔한 문체가 '치즈 이야기' 단편을 서술해 갔다. 소설은 단편 소설이지만 그 여운은 장편만큼이나 오래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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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이야기'는 총 여덟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소설 하나하나의 소재가 모두 신선하고 기가막히게 클리셰를 피하는 흐름까지 흠잡을 곳이 없다. 한창 재미있게 읽고 몰입하면 단편이 금새 끝나는 탓에,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 잠깐씩 보기도 좋았다.



첫번째 소설 '치즈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두번째 이야기인 '보증금 돌려받기'도 흥미진진하다. 어쩐지 있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다가 '톤'의 변화없이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설득력과 흥미 모두 있다.



사실 '소설'을 간혹 보기는 하지만 '남들에 비해 서사가 있는 글을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나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태백산맥', 이런 류의 소설은 시작도 못한다.


아무리 단권으로 끝나는 장편 소설이라고 해도 최소 8시간은 걸리는 탓에 잠들기 전에는 시작하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읽는 딜레마에 빠져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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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한몫 한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쉽게 쉽게 읽히던 책들이 이제는 큰맘먹고 집어 들어도 얼마 뒤에 내려 놓는다. 수년전에 비해서 도서 리뷰의 양도 그탓으로 줄었다.



쇼츠라던지, 릴스라던지 그런 것들을 우연하게 보게 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에 '유튜브'도 지워 버렸다. 이런 와중에 쉽게 읽고 싶어 구매하게 된 '치즈 이야기' 어쩌면 짧은 영상 위주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들에게 간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소설집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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