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독후감
질서 없이 엉망 같은 그림이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도통 원근법이나 색채도 무시한 이 책의 표지는 이 책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언니를 잃은 슬픔의 기간 동안 슬프며 때로 간간히 설레는 일도 경험한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우리의 일상이란 완전히 일관적이지 않다. 모순 덩이 감정이 이리저리 섞이며 어떤 부분을 비추는지에 따라 비극과 희극이 보인다. 짧게 쪼게 진 소주제마다 17살 여자 아이의 일기장이 늘어져 있다. 겉에서 보기에 슬퍼해야 할 상황마다 때로 우리는 무심하게도 다른 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이 책의 주인공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슬픔 가운데에는 때론 생각 이상만큼이나 정상적인 감정이 우리를 감돈다. 우리가 너무 메마른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러하면 또 어떠하리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은 주제의 배경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은 않다. 분위기는 유머스럽기도 하고, 주인공 나이에 맞게 솔직하기도 하며 때론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색채를 표현하자면 어쩌면 이 책의 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다르면서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가 하나 생각이 난다.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 유학시절에 봤던 영화다. 유연히 인터넷으로 추천영화를 보다가 보게 된 영화다. 보통 그 시절 내가 자주 보던 영화는 지구가 멸망하거나 사람들이 좀비가 되거나 폭력과 살인이 남무 하는 자극적인 영화들이었다. 얼핏 주인공을 보니 디카프리오와 조니 뎁이 출연한다는 간단한 이야기만 듣고 영화를 시청했다. 영화가 한참을 진행하는 동안 느낀 건, 그냥 평범한 시골의 가족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자극적이고 활동적인 영화를 기대했던 나는 실망을 했지만 가슴멍먹하게 영화의 마지막까지 시청했다. 영화를 마지막까지 시청하고 나의 먹먹한 감상 후 감정이 이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을 때와 상당히 비슷했다. 가장 현실적인 내면을 표현한 소설과 영화.
앞서 말한 영화는 디카프리오와 조니 뎁의 어린 시절 풋풋한 외모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미국의 어느 촌구석을 배경으로 잔잔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따지고 보자면,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야 흥미가 생기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지구가 종말 하고... 혹은 남은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되거나... 살인과 폭력이 남무 해야 겨우 감성을 흔들 수 있는 나의 감성에 가장 오래 남는 영화는 '길버트 그레이프' 같은 영화다. 어떤 시기에 어떤 감성으로 보느냐에 따라, 지루하거나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와 소재들은 사실 우리의 일상 감정에 가장 맞닿아 있다. 극단적인 자극에 훈련된 어느 날 바로 본 이런 은은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이 책 또한 정서를 순화시키는 듯하다. 잰디 넬슨이 단 두 권 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섬세한 감정 묘사가 그를 그 자리로 만들어 낸 역할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도 우리는 남들이 자는 시간에 잠을 자고 배고파서 밥을 먹고 사람들과 웃고 농담하기도 하며 때론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갖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감정은 주변에 의해 숨겨야 하고 흔히 외부적으로 '그래야 할 시기'에 대한 최소한의 슬픈 감정을 꾸준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문화적 강압이자 폭력 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진 감정이 뒤섞인 책이다. 17살의 소녀의 일기장처럼 솔직하고 때론 엉뚱하다.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다만 그것을 겉으로 보여내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문화에 잘 학습된 어른들이 많은 사회는 '회복'이 더디다.
'부모가 죽었는데, 남편이 죽었는데, 아내가 죽었는데, 자식이 죽었는데...'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감정을 강요한다. 또한 강요당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맞이하는 슬픔이나 상처는 극복하고 잊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한 치유를 하려 한다면 우리는 곧 정신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적당한 그리움과 자책, 가끔 떠오르는 추억들을 적당히 안고 무덤덤히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그녀가 보낸 언니처럼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사라져서 없어졌다고 믿는 것들은 끝내 우리를 놓지 않고 쫒아 간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앞으로 다가 올 현실과 삶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엉망진창인 감정을 그대로 날 것 그대로 내놓고 재밌는 책이다. 이 책은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책에서 받은 감동과 감정을 얼마나 잘 재연시킬지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