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와 아빠의제주여행#20_흑염소목장&편백 수목원

by 오인환

최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늑대와 아기 염소 일곱 마리'이다. 벌써 책이 너덜너덜 해질 만큼 이 책만 수 십 번을 돌려보았다. 유치원에서 보내주는 애플리케이션의 사진에서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늑대와 아기 염소 일곱 마리'를 읽어주는 모습도 있다. 매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며 갖고 오는 이 책은 외출 시, 가방에 꼭 넣어두는 애착 동화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 이에 '흑염소목장'이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목적지로 이동했다. 집에서는 대략 15분 걸리는 거리였다. 주소지가 '한남리'로 나오는데 '한남리'는 내가 학교 다닐 때, 같은 학교에 이 곳에 사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차를 몰고 '한남리' 방향으로 이동했다. '머체왓'이나 ', '이승악 오름'처럼 편백나무로 유명한 오름들이자 아직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보물' 중 하나이다. 남원에서 제주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남조로에 '사려니 숲길'이 있었는데 사려니 숲길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냥 도로 견에 있는 숲길이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주차하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니, 이제는 방문하기 쉽지 않다. 다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숨은 명소가 이 곳인 듯하다.


도로는 2차선 도로로 확장되지 않은 도로이지만,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차가 밀리거나 주차하기 힘들지 않다. 길을 가다 보니 염소 모양으로 되어 있는 동상이 하나 서 있다. '토종 흑염소 목장'과 '편백 수목원'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흑염소 목장이 참 좋은 체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최근의 나의 눈에 띄는 것은 '편백 수목원'이라는 글자이다. 예전에는 '편백나무'에서 쉬고 싶다고 하던 누군가의 말에 코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알겠다. 편백나무의 냄새를 맡으면 확실히 마음이 너무 편안해진다. 얼른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주 최대라는 표지가 기대가 되었다.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라 밖을 외출하기 너무 좋았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방문하기 꺼려지는데 마침 이곳을 방문한 날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것은 제주에 사는 특권 중 하나라고 부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든지 이렇게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체험장이 곁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행운이고 나에게도 좋은 것 같다.

어느 정도를 골목으로 들어가자, 다시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에는 700m를 왼쪽으로 더 들어가야 목장이 나온다는 표시판이 나왔다. 사실 꽤 깊게 들어갔는데 아직도 목적지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혹시나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주 최대니 규모가 꽤나 크다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얼마를 더 들어갔다.


얼마를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적당한 크기의 주차장이 보였다. 주차되어 있는 차가 없는 걸로 봐서,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9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 시간이 가장 적정한 시간이었던 듯하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빨간색 코나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아이들과 함께 목장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목장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는 귀엽게도 횡단보도가 있었다. 아이들이 요즘 유치원에서 교통법에 대해서 배우는 듯 횡단보도를 만나자 신나 했다. 한쪽 팔을 귀 옆에 붙여서 횡단보도를 걷는다. 일단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실제 도로교통법상의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아이들에게 알려줄 것이 있어 좋았다.

하율이와 다율이는 출발할 때, 같은 옷을 입었는데 조금 선선해져 가는 날씨 때문에 옷을 두텁게 몇 겹 입다 보니 저렇게 다른 옷들이 되었다. 쌍둥이라고 해서 티 내는 것처럼 같은 옷을 입히는 부모를 보고 예전에는 '어떻게 자기 자식을 동물원 속의 동물과 같이 구경거리가 되게 하는가'하는 등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쌍둥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같은 옷을 입히는 것은 남들에게 자랑하거나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같은 옷을 입히지 않는다면 분명 나중에 싸움이 될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둘이 색깔만 다르고 같은 옷을 입었다. 그렇게 구분해 준 적은 결코 없지만, 핑크색은 다율이의 몫이다. 하율이는 옷에 대해 특별하게 까다롭지 않은 듯하다. 손을 번쩍 들고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아이들이다. 사실 이 도로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안전하기도 했다.


목장은 너무 넓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규모이다. 확실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너무 깔끔하기도 했다. 앞에 있는 지도를 살펴보니 아이들도 지도를 살펴보는 척 흉내를 내어본다.

입장권은 성인 8,000원이고 어린이는 3,000원이다. 도민이면 도민 할인이 있기는 하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와서 11,000원이면 나름 싸게 먹히는 것 같다. 우리는 오전 내내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키즈 카페를 방문해도 나가는 돈이 무시 못한다.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키즈카페를 가면 아이들을 방목시켜놓고 부모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유튜브를 보는 관경을 종종 보게 되긴 하는데,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편백나무 숲도 걷고 체험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너무 아이를 위한 플랜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어른 위주의 플랜도 좋지 않다. 여행에서는 둘 모두가 좋은 여행 이어야 한다. 그런 장소는 많지 않은 듯하다.

들어가면서 이렇게 편백수 스프레이와 흑염소 목장이 찍힌 받침대를 받았다.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후각 세포를 통과하고 혈액으로 스며들어 몸의 이곳저곳을 정화시켜 내는 듯하다. 아빠의 그러한 모습이 재밌었는지 아이들은 스프레이를 두 손 꼭 잡고 이렇게 아빠를 흉내 낸다.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자.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고 소리를 친다. '산타할아버지?' 아이들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하고 보니 입구의 바로 앞에 한 염소가 서 있었다.

물론 진짜 염소는 아니었다. 이제 얼마나 남지 않은 성탄절 맞이를 이곳은 벌써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가장 신났다. 사실 오늘 방문을 할지 내일 방문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내일은 날씨가 비라고 하니 오늘을 방문했는데 정말 잘한 결정인 듯하다. 물론 실내에서 염소를 체험하는 곳도 있긴 했지만, 편백나무뿐만 아니라 산책로를 포함하여 무조건 날씨가 좋은 날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손가락으로 산타할아버지 볼을 콕, 콕, 찔러보는 하율이다.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하니, 아이들이 무턱대고 아무 거나 만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서는 교육이나 천성이냐 이야기가 분분하지만, 아무래도 타고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든다.


하율이가 신나 한다. 아이들과 다시 주말마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기로 결정하면서 아이들도 주말을 가다리는 듯하다. 하율이는 항상 아빠와 여행을 왔을 때처럼 앞 장 서서 저만치 뛰어간 다음 아빠를 부른다.

"빨리 와요! 빨리 와요!"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하율이다. 하율이는 개구쟁이처럼 빠르고 날렵하다. 어딜 가면 하율이가 항상 아빠 앞에서 아빠를 이끈다. 그러면 한참을 가고 나서 하율이와 만난다. 그리고 아빠와 하율이는 그 자리에 서서, 뒤처져 오고 있는 다율 이를 기다린다. 다율이는 차분하고 체력이 조금 약한 편이다. 조금 먼 거리를 가면 어린애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고 '천천히 가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란성쌍둥이가 어쩌면 이렇게 성향이 다를까 싶다.

요즘은 아이들이 저녁 8시나 8시 반이면 잠을 잔다. 그러다 보니 아침 7시도 전에 눈을 뜨고 아빠를 깨운다. 그 이유 덕분에 늦게 잠에 드는 아빠를 아이들이 깨운다. 아이들은 마치 '뒤'는 없다는 듯이 활활 에너지를 모두 태우고 나서 '픽'하고 잠들어 벌인다. 서서히 발동이 걸리고, 천천히 에너지를 소모하다가 꺼질 듯 말 듯, 밤늦게 까지 불씨를 남겨두다 사라지는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잠과 일상의 분리가 확실하다. 저렇게 타오를 때, 활활 타고 꺼질 때, 픽하고 꺼지는 삶이 부럽다.

아이들을 따라 조금 걸어가다 보니, 먹이 주기 체험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우유 체험 먹이 주기 체험이 있었는데, 관리하시는 직원분의 말씀에 따르면 11시에 종이 울리면 이 체험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염소들도 밥 먹는 시간이 있는데 아무 때나 가서 밥을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가자마자 밥을 줄 생각을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기적인 생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방문하실 분들이 있고 체험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은 듯하다.

일단 체험 전에 이처럼 아기 염소들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아기 염소에 대한 동화를 항상 보여주었는데 실제 아기 염소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는 듯하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 있는 일곱 마리 아기 염소는 분홍,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보라, 주황색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 동화를 읽어주면서 '딸기맛, 사과맛, 블루베리맛, 수박 맛, 바나나맛, 포도맛, 오렌지맛' 옷을 입고 있다고 알려주곤 했는데, 아이들이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갖고 있었는지, 호 나서 조용히 '딸기맛, 바나나맛~' 하면서 아기 염소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참을 염소들을 보면서 귀엽다고 말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안내문을 보게 되었는데, '염소 고기의 효능?!'...

'응?'

뭐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아이를 데리고 간 탓이었을까. 살짝 웃음이 났다.

이곳은 염소의 종류로 나누어 이렇게 구분해 두었는데 염소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읽어보면서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지만, 다시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까? 싶다. 어쨌거나 그냥 의미 없이 다니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나 더 체험하고 공부하는 느낌으로 여행하는 것의 의미 있지 않나 싶다.


다율이가 한참을 염소 앞에 서 있다. 이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참을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염소를 쳐다보다가 "아기 염소~ 안녕!" 하고 염소에게 말을 건넨다. 말을 마치 알아들었는지 아기 염소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하여 이렇게 펜스를 넘어오려고 하자 다율이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 곳이 실내였기 때문에 염소들 냄새들이 조금 났다. 입구에서부터 들고 다니던 피톤치드를 염소에게 뿌려 주겠다고 하는 아이들이다. 지금 염소들에게 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네~ 아빠' 하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졸리거나 배고픈 예민한 상태가 아니라면 대체로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고집을 부리거나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 대체로 이 나이 어린이들이 그런지 우리 아이들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의외로 수월한 편이다.


아기 염소를 가볍게 구경하고 밖으로 나가자 연못이 하나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볼 것들이 풍부했다. 아이들에게 연못이 있다고 알려주자. '후다닥'하고 하율이가 앞장선다. 연못 옆에는 흑염소 모양들이 마치 살아 있는 염소 마냥 역동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하나하나 직접 공예하신 듯한 작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바로 뒤에 있는 편백나무 뒤로 자연 친화적인 공예가 잘 어울렸다. 아이들은 의자를 보자 앉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여도 하고, 염소를 보자 앉아보고 싶다고 난리다. 자기 물건이 아니면 함부로 앉거나 만지면 안 된다고 일러주었더니 바로 알겠다고 하는 하율이와 다율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미끄럼틀이다. 나도 그랬겠지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유독 미끄럼틀을 좋아한다. 집에 있는 소파를 보면 무조건 등받이를 타고 미끄럼틀을 탄다. 운동한다고 사두고 모셔두고 있는 '윗몸일으키기 운동기구'도 아이들에게 미끄럼틀이다. 하율이와 다율이 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마음껏 놀게 하려고 노력한다. 꼭 이렇게 체험하는 곳에 오게 되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욕심에 이곳저곳을 끌고 다니곤 했었는데, 요즘을 그렇지 않다. 이런 곳에 방문해서 그냥 미끄럼틀만 타고 온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즐거웠다면 그것을 만족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어른들의 욕심을 채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자신의 관심사보다 부모의 관심사에 더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하는 노예 같은 아이를 키우는 교육이다. 내 아이가 노예라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 아이를 내 말 잘 듣는 노예로 키우고 싶지 않다. 내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 집을 지킬 강아지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아이들은 자율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줄 아는 멋진 성인이 되기를 빈다.


가만히 보다 보니, 하나하나 공예품이 귀엽다. 꽃을 물고 있는 돼지이다. 이런 모든 것은 철조물이나 동상에 비해 얼마지 나지 않아 금방 썩어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저렇게 투박하게 생긴 조형물이나 자연을 보고자란 나로서는 정겨웠다. 아이들이 가장 올라타고 싶어 했던 기차이다. 하트 모양이 밖여 있어서 정말 타도 되는 것일지도 몰랐는데, 나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타서는 안된다고 일러주었다. 너무나 타고 싶어 한참을 기차 앞에 서서히 던 다율이다. 다율이는 한참을 기차를 쓰다듬고 지켜보다가 못내 포기했다. 관리하시는 분께 타도 되는지 여쭤 볼까 하다가 다율이가 그만 가자고 하자 알겠다고 하고 다른 장소로 옮겼다.

이 곳은 관리자분들이 머무는 공간인지 어떤 공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이곳에서 관리하시는 분들이 나오시는 걸 보니 관리자 외 출입 금지 공간인 듯하다.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 임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것은 서울에서 놀이기구 하나를 타기 위해 한두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기억보다는 훨씬 더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보낼 수 있는 선택인 것만은 확실했다.


여러 가지 분재들과 조형물들 그리고 휴식하는 공간이 있었다. 사실 가장 좋았던 어디서 흘러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었다. 요즘은 공원이라고 하는 곳들도 들어가 보면 가사가 있는 음악들이 흘러나오곤 하는데, 가사가 있는 음악은 아무리 힐링되는 가사라고 하더라도 머릿속이 비워지는 느낌보다는 채워지는 느낌이 강하다. 이곳에서는 기분 좋은 공기와 향기를 들이켜고 귀를 통해 마음을 정화할 수 있었다. 편백 숨 쉼터라고 적혀 있다. 저걸 보자마자 바로 들어가서 흔들 침대에 들어 눕고 싶었다. 하율이도 관심이 있는 듯하다. 높은 나무가 가득한 곳을 가리킨다. CF에서나 볼법한 높은 변백 나무들이 들어서 있다. 사실 우리 집에서 이토록 가까운 곳에 이런 자연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제주도민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하율이와 아빠가 이미 편백나무에 들어설 때까지도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다율이다. 다율이는 항상 느린 발걸음이다. 앞으로 달려가는 하율이를 따라가야 하는지, 뒤에서 쫒아오는 다율 이를 기다려야 하는지 중간에서 항상 난감하다. 다시 어느 정도를 걷고 산책길로 들어선다. 오백 년 고목 산책길이라고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그냥 산책길 이름이 그런가 보다 하고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달려가는 하율이다. 당연히 다율이는 내 등 뒤에 있기 때문에 사진에는 항상 하율이가 먼저 찍혀 있다. 저렇게 달려가다가 갑자기 '휙'하고 뒤돌아서서 하율이는 외친다.

"아빠! 빨리 와요!"

하율이가 다율 이를 기다려주고 나서 다율이 도 함께 있는 모습을 찍을 수가 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조용히 소원을 하나 빌었다.


동산을 올라가니 속이 시원하다. 아이들이 조금 위험해 보였지만 나름 괜찮았다. 500년 된 나무인 듯한 게 서 있다. 돌을 먹는 나무라는 푯말이 쓰여 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해서 봤더니 실제로 나무가 돌을 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완벽한 날씨, 완벽한 자연, 완벽한 하루




갑자기 다율이가 가방에서 뭘 꺼내려고 한다. "뭐야?"라고 물어보자, 아빠랑 하율이랑 먹으려고 빵을 갖고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인형 같은 걸 갖고 왔나 싶었다. 다율이 가 한참을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저 조그마한 가방에서 진짜 빵이 나왔다. 빵이 2개가 있었는데 다율이는 자리를 잡고 앉아 하율이에게 빵을 하나 건네고 자신도 하나를 꺼내 먹는다. 4살치고는 성숙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빵 먹을 때, 마스크 빼요!'라고 말하고 맛있게 먹는다. 이렇게 옥상에서 빵을 먹으며 재미난 수다를 떨고 있다가 갑자기 하율이가 '쉬하고 싶어요' 하더니 옷에 실수를 해버린 모양이다. 관계자분께서 신경을 써주셔서, 간단한 샤워 도구로 씻기고 잠시 차로 가서 옷도 갈아입고 되돌아왔다.


그런 이유로 옷이 갈아입혀져 있는 하율이다. 조금 식은땀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웃으면서 상황을 넘어갔다. 목장을 한 바퀴도는 도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저 산책과 운동이 목적이라면 면적이 넓진 않다. 하지만 그저 천천히 걷고 휴식을 취하려면 이만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한 바퀴 다 돌았다. 입구 쪽에는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잔뜩 내고 있는 그네가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며 재밌게 놀았다.


안내해주는 관계자 님께서 아이들을 이끌어주시고 흑염소 먹이 체험하는 곳으로 이동해주셨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종소리가 울렸다. 종소리에 맞춰서 염소들이 한 줄로 서서 이 먹이를 주는 장소로 모여들었는데 신기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통에든 먹이를 염소들에게 주었다. 자신이 넣어둔 먹이를 먹는 염소를 보며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는 다율이와 하율이다. 아이들이 이 체험을 가장 신나 했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염소를 만지고 교감했다. 사실 염소는 귀여운 동물이라고 알려주고는 있었지만, 결국 아빠인 나는 염소를 만지지 못했다. 먹이 먹는 시간이 끝난 염소들이 줄을 맞춰 내려가기 시작하자 다율이는 아쉬운 듯 염소에게 '빠이 빠이'하며 인사를 한다. 염소들이 모두 나간 뒤에도 아이들은 못내 아쉬운 듯 한참 동안을 염소를 바라보고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료를 먹였던 통은 제자리에 두고 잘 정리하는 거예요"라고 일러두자 아이들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제자리로 보이는 곳에 빈 통을 넣어둔다. 아쉬워하는 듯했지만, 큰 미련 없이 이곳을 나왔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던 체험이라. 나중에 다시 와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민들레예요"


아이들이 조금 더 어렸을 때 민들레 씨앗을 꺾어주었던 적이 있다. 어렸을 때, 민들레 씨앗을 '후 후'하고 불고 자랐던 기억이 있어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는데, 이렇게 아이들은 민들레 씨앗을 보면 무조건 서로 앞다툰다. 커다란 민들레 씨앗을 발견하니 기분 좋아하며 '후, 후' 부는 다율이와 하율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편백나무 숲길이 나왔다. 좀 더 깊게 가 보고 싶긴 했는데, 다음으로 '우유 먹이기 체험'이 있다고 하셔서, 이 근처에서 놀기로 했다. 아이들의 옷과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혼내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지저분하게 놀아야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너무 더러운 것은 만지지 못하게 하지만, 저 정도 나무를 만지거나 흑을 만지는 일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원래 '자연'의 일부이다. 언젠가부터 '자연'을 직접 만지는 일을 더럽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더러운 것'은 스스로가 아닌 사람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멋대로 온갖 더러움을 방출하는 주제에 자연을 더럽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마음껏 즐기고 거부감 없이 교감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만 보니 앞에 있던 토끼의 눈이 솔방울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투박하게 만드셨지만 참 귀여운 토끼라는 생각이 든다. 관리자 님께서 아이들에게 나눠주셨던 초콜릿이다. 이 초콜릿을 아이들에게 주기로 했다. 물론 쓰레기는 내 주머니에 보관하고 차에서 버렸다. 아이는 서 있는 정승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다며 한입 먹으라고 권한다. 발상이 참 귀엽다.


그다음으로 우유 먹이기 체험을 했다. 어쨌거나 이 전체의 과정 중에서 이 과정이 아이들에 가장 많이 웃었던 체험이다. 특히나 집에 와서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던 체험도 이 우유 먹이기 체험이다. 하율이가 우유를 먹이다가 한 염소가 하율이가 입고 있는 치마를 먹었는데 하율이는 고모가 사준 옷을 염소가 먹었다며 울먹울먹거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렌지인 줄 알고 먹었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더니 하율이가 깔깔 거리며 웃는다. 그 뒤로도 한참 동안을 아기 염소가 치마를 먹었다고 이야기하는 하율이다. 아이들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다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꺼려지면서 외출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전혀 외출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담배 한 갑을 사러 나가더라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쇼핑이나 필수품만큼이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체험이 필요한 것도 필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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