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와 아빠의제주여행#18_오랜만에외식

by 오인환

신제주 롯데마트 안에 있는 제주 애슐리를 갔다 왔다. 지금은 폐점을 했는지 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예전에는 참 많이 가는 곳이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들렸다. 주차장 입구부터 롯데마트는 한산했다. 코로나 19 때문에 외식업이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런 영향인가 싶기도 했다. 주말 점심시간인데 이렇게 한산했다. 아이들은 다음 달 생일이 지나면 36개월을 넘는다. 때문에 현재 35개월이라 음식값은 받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아이들은 사과맛 젤리 몇 개와 아이스크림 한 스쿱 정도를 먹은 터라 많이 먹지도 못했다. 예전에는 아이들과 외식을 하면 식탁 밑에 떨어져 있는 음식들을 주워 담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수월해지긴 했다. 그렇다고 결코 쉽지는 않다.


솜사탕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이다. 사진 상에는 여유롭게 보이나 이 곳에서도 한 차례 전쟁을 치렀다. 이런 외출이 며칠 만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신이 났다. 마스크를 쓰면서부터 답답하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던 아이들을 보니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심리적 우울함이 아이들 무의식 중에 심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거의 10시간 이상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변화가 느껴 신다. 일단, 표정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뒤로 하고 눈을 제외한 거의 대부부의 앞면을 가리다 보니, 눈꼬리에 커다란 변화가 아니고서야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창 말을 배우던 아이들이 아빠와 이야기할 때, 아빠의 입술 모양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것들이 기억난다.

지금은 울룩불룩 마스크가 꼬물거리는 모습이 아빠가 말하는 모습일 뿐일 것이다. 과연 그런 것들이 아이들 언어 형성이나 정서 발달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짐작도 못한다. 입을 막는다는 행위는 아이에게도 좋지 못하다. 가벼운 물리적 가림막으로라고 할지라도 표현을 하는 도구를 가리는 것은 어쩌면 좋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출발을 하며 새로 산 마스크를 아이들에게 씌웠다. 새로 산 마스크는 한차례 빨아야 하는 가 싶었다. 무언가 빳빳한 마스크에서 새 옷 향기가 진하게 풍겨왔다. 아이들은 그 냄새를 싫어했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웃는 표정을 볼 수가 있다. 어린 시절 과학시간에는 미래의 생활 모습을 상상도로 그리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때 나는 전화통화가 가능한 시계와 그 시계로 TV까지 보는 모습을 그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상상하던 그 시계는 지금 내 왼손에 채워져 있다. TV까지는 볼 수 없지만, 아마 불가능하다기보다 불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소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미래인들을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그렸던 기억이 있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모든 미래인들이 산소마스크를 껴야 하는 상황을 그렸던 기억이다. 이제는 긍정적인 미래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미래도 코앞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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