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방문해 봤던 사람들은 '신제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행정구역 상에는 없는 이 '신제주'를 제주 사람들은 모호하지만 명확하게 구분하여 사용한다. 지도 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신제주'라는 말은 특정 시내를 일컬어하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신시가지'로 통용되는 기존 시에서 확장된 지역이라는 개념으로 제주에서는 사용한다. 내가 강남에 살 때, 어떤 건축사가 붙여 놓은 커다란 현수막을 본 적이 있었다.
"제주의 '강남' '연동 최고 투자 핵심 1번가"
'신제주'라는 단어는 명확한 한 구역을 부르는 건 아니지만, 대략 연동과 노형동 부근을 말한다. 서울에서 송파구나 서초구를 포함하여 강남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명확한 행정구역의 지명이라기보다 별칭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연동은 제주가 확장하면서 도청과 경찰국, 도교육청 등 주요 관서가 옮겨져 온 곳이다. 그런 관서들을 중심으로 호텔과 식당이 밀집되고 면세점이나 대형마트 혹은 카지노 등이 있는 곳이다. 제주에서는 흔히 '연동'에 산다고 하면, '부자' 구나! 하는 느낌이 있다. 이 곳은 바오젠 거리를 필두로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며 엄청난 중국 자본이 제주로 들어와 퍼붓고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기에는 내가 다니던 학교가 이 곳에 있어 이곳에서 3년간 거주했다. 밤에 눈을 감으면 들리는 소리가 반은 일본어고 반은 중국어였던 그 시절. 항상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어른들을 보곤 했던 곳도 이곳이다.
오랜만에 추억을 삼아 내가 살던 지역을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피하고자, 밖으로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주차장은 도로변에 있지 않고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있다. 도로변으로는 입구가 있다. 프런트에서 예약자 이르믈 말하면 체 트인 이 가능하다. 겉에서 볼 때는 그렇게 높은 건물인 줄 몰랐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제주의 건물 치고는 꽤나 고층건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들어갔을 때는 주중이기도 하고 요즘 시기도 시기인 탓에 주차장도 여유롭였다. 예전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과의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사람을 접촉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전혀 외출하지 않을 필요도 없다고 한다. 국가에서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외출에 신경을 썼다.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한 로비가 나온다. 이곳은 연동인 줄 알았는데, 설펴보니 노형 호텔이라고 나와있다. 내가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노형동과 연동은 얼핏 비슷하다. 원래는 이곳이 농촌지역이었고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만 하더라도 감귤밭이 있던 지역이었는데, 어느덧 유학을 갔다 와보니, 계획 도심이 되어 있었다.
호텔 내부는 몹시 깨끗했다. 요즘 시기가 시기인지라, 청결과 소독에 신경을 쓰는 듯했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요즘 제주는 관광객이 되려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자세한 통계에서는 모르겠지만 제주에 살고 있는 일반 주민들은 차도에서 종종 보이는 렌터카와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에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뭐 다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분들이 제주 이곳저곳을 고르게 방문해주시는 듯하다. 덕분에 제주에 있는 소상공인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도 같다.
객실은 18층까지 있다. 우리가 머물었던 층은 17층이었다. 1층에는 로비가 있고, 2층은 레스토랑이다. 이 호텔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에 대비하고자 하루 3회 자체적으로 호텔 시설 내부 및 객실에 소독작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은 매우 강하지만,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대부분의 소독약으로 거의 파괴가 되는 바이러스라고 한다. 하루 3회나 자체 바이러스 소독을 한다니, 신뢰가 갔다. 우리가 머물렀던 객호다. 가장 꼭대기보다 하나 아래층이었는데, 제주는 특징적으로 건물이 높지 않은데, 17층이라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호텔을 볼 때, 가장 먼저 화장실부터 열어본다. 나는 해외 생활과 타지 생활 등을 오래 하게 되면서 호텔을 머무는 일들이 많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화장실과 침대 상태다. 웬만한 호텔들이 침대 상태는 그나마 깔끔하게 시트를 갈아주지만, 사실 시트만 갈려 있을 뿐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한, 가장 찜찜한 건 화장실에서 발견되는 머리카락 같은 이 물질인데, 기본 같지만, 의외로 관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는 곳들도 많다. 다행히 간단한 살펴본 봐에 의하면 청결하여 좋았다. 아이들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침대부터 올라간다. 콩콩 뛰는 아이들이다. 제주에 살면서 집에 머물지 않고 호텔을 이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집에서만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밖을 돌아다니기는 애매한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들과 호텔에 방문해서 이런저런 맛있는 음식도 시켜먹고 실컷 놀기 위해서다.
역시나 아이들과 나는 객실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언택트', '비대면' 서비스를 모두 체험했다. 최근에는 시골에 살다 보니 '배달앱'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오래간만에 배달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그러니 결제부터 배송까지 너무 쉽게 이루어져서 놀랐다. 요즘은 네이버 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여러 가지 결제 상품이 함께 나오면서 이런 어플을 사용하면 너무 쉽게 결제가 가능했다. 돈 벌기는 어려운 시대인데 돈쓰기는 이렇게 쉽다니. 한편으로 좋으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돈 벌기도 쉬우면 얼마나 좋으련... 아이들은 뽀송뽀송한 침대 시트가 좋은지 지치지도 않고 한참을 콩콩 뛰었다. 이 곳, 맞은편에는 에이 바우트 커피가 있고 몇 걸음 걸어가면 맥도널드와 아웃백, CGV, 이마트 등이 있다.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숙소를 잡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호텔 바로 옆에는 노형동 안심 골목 지도라는 팻말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범죄 예방 안전 CPTED마을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사실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안심 골목 지도라는 팻말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텔 옆에 있는 귀여운 돌고래들이다. 아이들이 돌고래를 보자 만지고 타보려고 했는데, 올라타지 마시오라는 글자가 있다고 손으로 알려주었더니 아이들이 금방 수긍했다. 아이들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데, 아빠가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가리키면서 적혀있다고 타이르면 금세 수긍하고 자신도 손가락을 한 자 한 자 가리키며 읽는 척을 한다.
요즘 같은 시기는 사람보다 선인장이 더 살기 좋은 날이 아닌가 싶다. 이런 찜통 같은 더위는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제주에서 선인장이 많이 자라곤 한다. 이 식물은 현재도 지구에서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인데, 어쩌면 인류가 사라져도 저 녀석들은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제주에서는 백년초 초콜릿 등을 포함하여 백년초 관련 상품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원래 남미에서만 자라는 선인장이지만 이제는 제주도 월령리에도 있다고 한다. 이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되어 있고, 해당 주민들은 이 선인장을 담장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아이들도 '키키 묘묘'를 보며 좀 쉬고, 나도 그 간 책을 보면서 한참 쉬었다. 아이들에게 웬만해서는 영상 매체를 틀어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꼭 사진을 찍고 보면 유튜브를 보고 있는 사진만 찍힌다. 아마도 사진을 찍기 위해 영상을 잠깐 틀다 보니 그런 사진들이 찍히는 듯하다.
아이들은 은은한 조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랐다. 이제는 녀석들이 스스로 모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웬만한 일들은 스스로 하게끔 교육을 한다. 내가 '톡'하고 눌러버릴 수 있는 간단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나 신발 신기, 옷 갈아입기 혹은 밥 먹기는 웬만해서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이 나이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배변활동부터 모든 걸 부모의 손으로 해주다 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구분을 학습해야 된다고 나름 생각한다. 조식은 이런 쿠폰을 들고 가야 했다.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또한 한산했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코로나 블루'라는 심리적 외로움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요즘 영화관에서는 벌써 400만이 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반도는 거의 400만 가까이 갔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같은 경우는 이미 400만을 훌쩍 넘었다. 강철비도 200만을 바라본다고 한다. 기왕이면, 사람들이 소비문화가 넓고 구석구석으로 퍼져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조금은 안타깝다.
조식은 말 그대로 간단한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요령이 생겼다. 제1의 법칙은, 밥 먹을 때 내가 먹고 싶은 걸 떠 오면 안된다. 아이들이 먹을 만한 것들을 떠 오고, 남은 걸 내가 먹는 게 좋다. 그러지 않으면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나는 아이들에게 식빵에 딸기 잼을 발라주었다. 하율이는 식빵 위에 발라진 딸기잼만 혀로 핥아먹고는 아빠 먹으라고 준다. 또한 다율이는 자기가 단어 공부책에서 봤던 야채들이 잔뜩 있는 걸 보고 먹겠다고 했다가 모두 남겼다.
덕분에 원래 뷔페나 요릿집에서 고기만 먹거나 소시지 등만 골라 먹는 내가 건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다율이는 야채가 적혀 있는 단어장에서 '브로콜리'를 자주 접했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브로콜리'라고 하는 발음이 귀여워 자주 브로콜리를 말해보게 했는데, 다율이는 브로콜리가 좋다고 한 입 베어 물고는 저런 표정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