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표선'에 있는 드르쿰다를 다녀왔다. 표선에 있는 '드르쿰다'는 역시 '목장'을 가지고 있는 카페답게, 중산간에 위치해 있다. 여동생이 살고 있는 '성산' 지역에 해변을 끼고 있는 '드르쿰다'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과 어김없이, '드르쿰다'를 방문하기로 했다. 쏟아질 비구름이 몽땅 땅으로 비가 되어 내려버렸는지, 요즘은 구름 하나 없는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이런 날은 기온은 무덥지만, 사진을 찍으면 몹시 예쁘게 나온다. 이날은 기온은 무더웠지만 성산의 바다답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 바람이 있는 곳에서는 그다지 무덥지는 않았다. 카페를 들어가면, 깊숙이 까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나온다. 역시나 '주차장'은 내가 어떤 곳을 갈 때, 가장 염두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시원시원한 하늘처럼 주차장도 넓게 있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보이는 풍경과 그림 같은 날씨다.
역시나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건 회전목마였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기타 조형물들을 놔두고 바로 회전목마로 직행했다. 안타깝지만 회전목마는 현재 운영하지는 않고 있었다. 아쉬운 듯 고개를 빼어 들고 한참을 회전목마를 바라보는 다율이다. 회전목마 대신에 아이들에게 '표선'에서도 보던 빙글빙글 도는 자전거를 태워 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 날은 날씨가 너무 뜨거워 달궈진 의자에 아이들이 앉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또 치마를 입고 있어서 조금 안타깝지만, 다음에 자전거를 타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이 곳은 성산 일출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있다. 성산일출봉을 그토록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이런 보석이 숨어져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모르는 듯하다. 성산일출봉이라는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은 정말 필수 코스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묻자 두 말할 것 없이 "요구르트"를 외친다. 지난번 표선에서 먹었을 때는 돼지바 음료를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요구르트만 줄곧 외치는 녀석들을 보며 생각을 다시 해봤다. 다율이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요구르트를 먹겠다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마실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돼지바 한 잔!
요구르트 한 잔!
이렇게 세잔을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보니 '게르'로 보이는 천막이 보였다. 게르는 몽골족이 거주하는 이동식 집을 말하는데, 원통형 벽과 둥근 지붕이 특징이다. 이는 위에 펠트를 덮어서 쉽게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모양의 특징은 앞서 말한 대로 분해와 조립이 용이하기 위함도 있다. 이는 유목민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구조는 바람의 저항이 적고 여름에는 시원한 게 특징이다. 몽골의 초원 바람은 강하다. 이는 초원의 특징이기도 한데, 거칠 것이 없는 넓은 초원과 바람 많은 제주의 특징의 공통점을 드르쿰다는 재연한 듯했다.
단!! 에어컨이 두 대나 있었는데, 아직 실내는 너무 더웠다. 아이들과 나는 역시나 음료를 들고 게르로 들어갔다. 내부는 넓고 깔끔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시나 골랐던 음료 중 단연 인기가 있던 음료는 돼지바 음료였다.
빨대 두 개를 꽂아서 머리를 박고 서로 먹겠다고 장난 중인 하율이와 다율이다. 졸지에 내가 마셔야 할 음료는 2잔이 되어버렸다. 쌍둥이 녀석은 둘 다 저 음료만 먹겠다고 다투고 있었는데, 사실은 나도 저 음료가 마셔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결단코 한 입도 주지 않았다.
나는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헤이즐넛은 우리나라 말로 개암이라는 견과류인데, 예로부터 강장제로 사용했다. 이는 맛이 고소하고 풍미가 있다. 원산지는 남유럽과 서 아시아인데, 기름이 많아서 오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암은 동의보감에서도 포만감을 주고 기력을 높여주는 강장제의 역할을 해준다고 적혀있다. 또한 식욕을 증진시키고 눈의 피로를 회복시켜준다고 하는데,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제외하면 모두 내가 필요한 효과들이기도 하다. 질 낮은 커피의 향을 감추기 위해 헤이즐넛 향을 추가했기 때문에 헤이즐넛 커피는 질 낮은 커피라는 인식도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한라봉 요구르트였다. 다율이 가 그토록 먹겠다고 졸랐던 한라봉 요구르트는 하율이가 몇 입 먹고는 모두 내 몫이 되었다. 이 또한 맛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돼지바 음료가 최고인 듯했다. 사실 달달한 음료를 좋아한다면 돼지바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기도 하다. 게르를 나와 아이들과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출봉이 슬 적하고 보이는 전경에 분수까지 시원시원한 전경이다. 저 분수에 어떤 사람들은 들어가서 물놀이도 하였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요즘 공주님이 사는 성을 동경하는 아이들이다. 집에 가기 전에 꼭 이곳을 들려야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사진상 보면 오른쪽 위에 하얀 액자 모양이 있는데, 드르쿰다는 이런 식의 설정샷을 찍기 좋다. 저곳을 포인트로 사진을 찍으면 SNS에 올릴 만한 좋은 사진이 나오는 듯하다. 이 곳, 저곳에 예쁜 장소들이 많았다. 사실 아이들을 세워 두고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느라 아이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뭐가 어찌 됐던, 추억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는 거지, 사진을 찍으려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 되니까. 앉아서 제주 바람을 맞고 내리쫴는 태양볕을 받을 수 있는 의자들이 많았다. 저곳에 누워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싶긴 했지만, 그러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방문한 시간이 그랬는지 그날따라 사람이 유독 없었다. 넓은 공간에 깔끔한 구성이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나? 싶었더니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좁은 공간에 모두 모여 있었다. 우리는 산들산들 바람이 들어오는 커튼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굳이 에어컨이 있지 않아도 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오는 게 시원하니 좋았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런 식의 한글로 된 디자인이 예뻐 보인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은 옷이나 가방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외국어나 영어가 적혀 있을 때가 있는데, 나는 저런 식의 세로 쓰기 한국어가 멋있게 느껴진다. 우리가 있던 게르를 건너오면 앞서 말한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공간이 나온다. 스튜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말 그대로 스튜디오였다.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다양한 소품과 인테리어, 가발, 코스튬이 진열되어 있다. 아이들도 이곳에서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의자에는 이미 다른 분들이 자리를 하고 있어서 안 자서 창밖을 보거나 할 수는 없었다.
더운 기온 탓에 다율이 와 하율이의 얼굴이 뻘겋다. 요즘은 하도 밖에 나가 노는 일이 많다 보니, 얼굴이 많이 탔다. 여자 아이들이라 피부관리도 슬슬 시작해야 할 텐데, 너무 밖을 돌아다니나 싶기도 하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한다고 하니 외출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은 사진을 찍기 최적화되어있다. A, B, C... 의 여러 방의 형태로 각 방마다 테마가 있다. 들어가 보면 어설프지 않게 잘해 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각 방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날이 너무 덮다 보니 아이들이 이쯤 돼서 체력이 떨어진 듯했다. 각 방마다 에어컨이 들어가 있어, 덥지는 않다. 또한 요즘과 같이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해야 할 때는 이렇게 야외에서 추억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다양하고 재밌는 소품과 배경들이 많은 스튜디오다. 아이들은 여러 테마 중 한 테마에 빠지면 너무나 오랜 시간을 있으려고 한다. 아버지로서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끌고 다녔지만, 아이들은 정작 토끼가 있는 테마방을 가장 좋아했다. 사실 이곳은 개인적으로 표선 보다 사진 찍기 최적화된 듯했다. 표선의 드르쿰다는 체험이 테마였다면 이곳은 사진 촬영을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촬영 스폿이 있었다.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성을 올라가기로 했다. 이 곳을 올라갈 즘에는 다율이가 들고 다니던 돼지바 음료의 행방이 묘연해졌을 때쯤이었다. 다율이는 본인도 어디서 놓고 왔는지 모르는 음료를 아빠 보고 찾아내라고 떼를 썼다. 이런 난감한 상황일 때는 일단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다가, 갑자기 말을 돌리는 것이 최고인 듯하다. 육아의 방법에서 이 방법이 맞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효과는 즉각적이고 좋다. 다율이는 금세 돼지바 음료의 존재를 잊고 '안나 공주 같아~'라고 하며 성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시원한 제주의 성산일출봉이다. 성산일출봉은 날이 좋은 날 보면 가슴이 뻥 하고 뚫린다. 어떤 면으로 보아도 장관이라는 성산일출봉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본 모습 또한 장관이다. 성의 꼭대기에서는 드르쿰다가 한눈에 보인다. 이 전체가 '카페'라니 싶다. 사실 에버랜드를 갔을 때, 아이를 이끌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기진맥진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에버랜드는 볼 것도 많고 넓지만, 이만한 아이들은 에버랜드보다 이 정도 규모의 테마공원이 적당한 듯하다. 비록 우리 집에서 한 시간이나 차량으로 이동하여 갔던 곳이지만, 언제든 휴일마다 여러 차례 재방문할 의지가 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