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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와 아빠의 제주여행#14_오션뷰가 좋은 카페로

by 오인환



오션뷰가 좋은 '코코티에'라는 카페를 방문했다. 뉴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에서 세 번째로 큰 군도다. 이는 호주 동해안에서 약 1,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해외 자치주이다. 당연히 이곳의 언어는 프랑스어다. 이곳 뉴칼레도니아의 수도는 누메아(Numea)라는 곳에서는 실제 커피가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아주 소량으로만 생산되기 때문에 뉴칼레도니아의 커피는 외국으로 수출하지 않다. 뉴칼레도니아 내에서만 구입 가능한 이 커피는 우울증이나 피부에도 몹시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에센셜 오일인 니아울리 에센스는 시럽이나 사탕 혹은 마사지 오일 등 여러 형태로 가공되어 많은 방문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커피로 유명한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는 '코코티에 광장'이 있다. 실제로 코코티에는 '야자나무'라는 프랑스 거다. 이름의 유래에 맞게 커다란 야자나무가 상징처럼 있다. 남태평양의 한 섬에 와 있는 것처럼 제주 바다의 한 쪽면을 비추고 있는 넓은 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뉴질랜드에서 오랜 시간을 살다 보니, 남태평양 바다가 주는 향수가 있다.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이 카페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여러 형태의 야자나무가 있다. 제주에서 느끼는 남태평양 한 섬의 감성이다. 입구에 들어가면 깔끔하다는 인상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뉴질랜드에서도 이런 분위기의 카페를 종종 보곤 했는데 제주에서 다시 만나니 더 반갑기만 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앞으로도 자주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은 총 세 군데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음식을 주문했던 커다란 홀이고, 두 번째는 같은 건물에 별채처럼 구분되어 있는 룸이 있다. 이 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이 곳 또한 커다란 창이 있어 시원시원하게 제주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뒷면에는 여러 가지 '수'들이 놓여 있다. 이런 고풍적인 인테리어는 사실 외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경제 성장을 빨리 하던 우리나라의 인테리어는 어쩐지 조금 삭막한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이런 고풍적인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는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도 여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지는 듯하다.


이런 제주바다를 보고 있으면 커피도 커피지만 시원한 캔맥주 하나가 당기기 마련이다. 이 곳은 그런 여러 사람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도록 맥주도 진열 판매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마시고 싶었지만, 맥주를 마시지 않기로 다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는 넘기기로 했다. 아이들은 '초콜릿'이 들어간 케이크를 사주었다. 항상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이 날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냥 초콜릿으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 밀크티 한 잔과 나를 위한 얼그레이 밀크티를 주문했다. '밀크티'는 홍차와 우유가 섞여 있는 차를 말한다. 홍차에 우유를 타느냐와 우유에 홍차를 타느냐의 방식이 있다고 하는데 맛은 차이가 없다. 예전 귀족들은 우유를 먼저 넣었다는 등의 루머들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고 한다. 밀크티에는 설탕을 넣는 것이 일반 적이다. 설탕은 과거 아시아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었는데 12세기 십자군 전쟁으로 프랑스인이 유럽에 갖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세기가 되자, 커피, 차, 초콜릿 등 단 음식 등에 대한 설탕 수요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그 공급을 식민지로부터 얻기 시작했다. 제국주의가 시작하면서 유럽에서는 각 식민지에서 설탕의 소비와 공급이 확대되었고, 1633년 보르도에는 프랑스 최초의 제당 공장이 설립되었다. 프랑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사탕무 설탕 생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설탕 공급이 확대되기 이전인 17세기 이전에는 설탕이 고급품이었다. 그래서 귀족들이 주도적으로 홍차를 넣어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 사회에서 알려진 차는 대개 '홍차'인데, 서양에서 팔리는 차의 90%가 홍차이고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차이다. 중국은 역사상 항상 다양한 패권국들이 들어가고자 했던 시장이다. 지금 미중 무역 전쟁에서 미국 자본이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두드리는 것처럼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일본 제국과 영국 제국 또한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엄청난 인구의 시장은 많은 다른 식민지를 지배하는 일보다 더 탐나는 곳이었다. 실제,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인도양과 동아시아에 대한 모직물 시장과 향료에 대한 무역 독점을 목적으로 세웠다. 영국은 꾸준하게 청나라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 영국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꾸준하게 베이징에 개항을 요구했다. 이때 영국은 ㅈ우극에 모직물과 면직물을 수출하고 차, 도자기, 목면 등을 수입하였는데 그 기간의 무역에서 영국이 적자가 발생하면서부터가 아편전쟁의 발달이 되는 시점이다. 그만큼 영국은 중국의 '차'를 각별하게 좋아했다. 얼그레이는 이런 홍차의 종류 중 하나이다. 이는 19세기 영국 수상이었던 '얼 그레이' 백작이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내부가 탁 트인 오션뷰를 비치고 있어 실내에서도 시원한 제주 바다를 볼 수 있다. 요즘처럼 칙칙하고 무더운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을 피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오션뷰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우리가 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 창가 쪽에 앉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열대 식물들이 실내에 장식되어 있다. 마치 뉴칼레도니아에 와있는 듯하다. 아이들은 딸기 밀크티를 시켜줬는데, 센스 있는 사장님께서 플라스틱 컵에 나누어 주셨다. 아이들이 몹시 좋았다. 사실 나도 얼그레이 밀크티를 다 마시고 나서 많이 뺏아 먹었다. 요즘은 다율이가 토끼모자에 푹 빠져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율이는 요즘 잘 때도 토끼 모자를 찾는다. 애착 용품이 참 많은 다율이다. 다율이는 외출하거나 잠에 들 때마다, 자신의 애착 아이템들을 하나 둘 챙긴다. 애착 이불과 애착 모자, 애착 우산 등등.


앞서 말한 홍차의 주 재료인 '차'는 워낙 귀하다 보니, 실제로 '화폐'로 활용되기도 했다. 명목화폐가 발달하기 전, 세상은 실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동양에서 '차'가 화폐로 사용됐듯, 카카오 원두는 멕시코 원주민들의 화폐로 유통되기도 했다. 아즈텍 문명에서 화폐로 통용될 때는 세금과 공물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그 이유는 매우 귀하고 비싼 원료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콜릿 음료는 지배층의 사치품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은 밀크 초콜릿이다. 이는 1876년 스위스에서 다니엘 피터스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 해태제과에서 처음 초콜릿을 제조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아이들이 몹시 잘 먹는 초콜릿이다. 초콜릿은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집중력을 상승시키며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사랑의 묘약'으로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문화가 현대에는 많이 이벤트로 자리 잡혀 있다.


석기시대에 수렵 활동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들이 거처인 동굴 입구에 풀을 심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의 집과 공공건물 입구에 잔디를 심는 행위는 중세 말 프랑스와 영국 귀족들의 저택에서 시작했다. 아시아의 중앙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 몽고는 13세기 초 칭기즈칸이 등장하면서 역사상 최대의 몽골제국을 건설했다. 강수량이 부족하고 수목이 자라기 어려운 지역인 몽고는 초원지대를 형성했다. 이런 초원 지대는 동물을 방목하고 키우기 쉬웠고 그로 인해 기동성이 좋은 기마민족이 출현이 가능했다. 기마민족은 세계의 여러 지역을 지배하는 지배층이 되었다.

그들에게 기동성을 안겨준 '말'은 언제, 어디서나 식량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초원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우리로 말하자면, '기름 없이 가는 차'를 발명한 거나 다름없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족이나 권력들은 '잔디'를 좋아한다. 잔디는 그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로 아무런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자신의 잉여 노동력으로 비생산적인 일을 할 만큼의 권력이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잔디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사실, 아무런 가치가 없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걸 의미나 가치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잔디는 무가치이자 무의미인 상징이다. 이처럼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 '부'의 상징이 되는 건, 현재도 마찬가지다.

카페에는 둥근돌이 있다. 이 돌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지만, 분명, 아름답다. 이처럼 우리의 미의 기준은 '무가치'일 때 빚이 난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 창백한 피부를 동경하고 먹지 못해 마른 이를 동경하며, 어차피 100미터를 가더라도 자전거로 가는 것보다,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타고 가는 일을 더 동경한다. 하지만 이런 무가치와 무의미는 삶의 여유과 공백을 선물해준다. 4인승 자동차를 혼자 타고 다니는 일과 4인승 자동차에 6명이 우겨타고 가는 일은 분명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아무런 생산활동도 하지 않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수 천 킬로를 비행기 타고 가는 가 하면,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보며 우리는 '생산'의 강박을 내려놓고 '쉼'을 배우기도 한다.

'생산'의 강박을 내려놓고 '쉼'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가끔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휴가나 휴식을 즐길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 여행, 관광 산업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많은 관광객들이 더 들어오고 있다. 사실 제주는 우리 관광산업의 숨통이나 다름없다. '코로나'시대에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냐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관광은 인간의 이동에 대한 본능을 해소해주는 거의 유일한 여가행위이고, 국내 GDP의 2.5%(73조 원) 규모의 적지 않은 산업이다.

미국은 관광산업 규모만으로 1조 8천억 불 즉, 2,139조 원을 번다. 우리나라 GDP가 1,848조 원이던가. 관광산업은 국가의 권력에 비례한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인도 순으로 관광산업이 크다. 이 중 대한민국은 없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안아도 땅에서 솟아나던 잔디가 말의 '기동성'을 높여준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땅속에서 쏟아 나는 관광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코코디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파도가 밀려 들어왔다가, 쓸려가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다 왔다. 아무 의미 없이 들어왔다 나가는 파도나 아무 의미 없이 땅속에 박혀 있는 바위들도 그것이 자원으로 활용되는 이 카페의 여백의 미처럼 우리나라 관광산업도 함께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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