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와아빠의 제주여행#21_제법쌀쌀해진 날씨

by 오인환

이젠 제주도도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추운 날씨가 찾아왔다고 하기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야 비로소 겨울이다 싶은 날씨가 돌아왔다. 아이들과 드라이브를 나왔다. 추운 날씨에 아이들에게 두터운 옷가지를 입혔다. 자동차로 얼마를 간다. 도착한 곳은 '칠성통' 근처이다. 이곳은 제주시내에서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주변을 공허하게 헤매다가 아이들과 '공영'주차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요금을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요금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쨌건 나, 지하로 이루어진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었다. 아이들은 항상 주말마다 아빠와 드라이브를 한다. 오늘도 역시 북적거리는 사람을 피해 한적한 공원 어느 곳쯤에 머물렀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왠지 조금 썰렁하다. 우리가 도착한 공원에도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바로 크게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환호했다. 공원 이 곳 저곳에는 예쁜 글씨로 쓰인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등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대낮에 방문해서 불이 들어온 모습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역시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달려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꾸며주셨던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동내에서 자라는 방풍나무를 잘라다가 거실에 크리스마스를 꾸며 주셨다. 거기에는 위와 같은 반짝거리는 구슬이나 리본은 없었지만 불이 들어오는 라이트가 있었고 발목 늘어난 양말과 흰 솜 몇 뭉치를 걸어 놓곤 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좋은 선물을 부탁합니다라고 기도를 드렸다. 크리스마스에는 로봇 장난감이 들어있을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갈 때마다 나의 선물은 '초코 미니쉘'과 '1,000원'짜리 용돈'으로 그쳤다. 참 동심적이지 않게도 나는 그 뒤로 산타를 기다리지 않았다.


산타 할아버지께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바란 선물은 잘 오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을 입밖에 내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말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으면 '산타가 아니라, 그것이 '신'이라 할지라도 들어주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결국 얻고 싶은 소원을 쉽게 얻어간다는 이치를 그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결코 우연으로만 일어날 뿐이다. 그것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 위해선 스스로 원하는 바를 알려야 하다. 아이들은 '하트 모양 쿠션'을 갖고 싶다고 했다.

역시나 내가 준비한 선물과는 다른 걸 바라고 있었다. 먼저 물어볼고 구매했어야 했는데, 상황과 정황상 어쩔 수 없이 다른 선물을 사게 되었다. 제주애 퐁당이라는 감성적인 이름의 기프트 가게가 보인다. '감성 소품샵'이라는 글씨가 쓰인 감귤 인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곳을 들어가기에 앞서 아이들은 커다랗게 보이는 제주도 똥돼지를 보며 쓰다듬고 있었다. 제주스러운 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남기기 위해선 제주스러운 사진을 찍어야 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제주를 찾는데, 제주 하면 돌하르방, 귤, 흑돼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셋을 작은 보폭 10걸음이면 이곳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귀여운 감귤 인형이 서있다. 이름 또한 '제주애 퐁당'이다. 사실 기념품 샾이라고 하면 터무늬 없는 구성에 비싼 물품을 진열해둔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에 구매하던 상품들이 떠오르지마는 기념품 샾 중에도 가성비 좋은 녀석들을 구비해 놓는 곳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조용한 주말 제주 시내 나들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곳이 그랬다. 나는 최근에 Yes24에서 스페셜 에디터 상품들을 찾고 있었다. 고급 벤츠 승용차나 명품, 가방이 아닌, 유니크한 나만의 디자인이 적용된 '연필'과 같은 소소하고도 특별한 애장품이 필요했다.


'제주 기념품 샵 답게 커다란 선물 박스가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마치 나를 위한 선물인 듯 기분이 좋다. 예전 일본 만화에서 본듯한 아기자기한 마을의 한 곳 아담하고 깔끔한 입구가 눈에 띈다. 얼핏 카페 같아 보이기도 하다. 깔끔해 보이는 이곳의 입구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한 컷 찍어 주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추워하는 바람에 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앞마당 구성이 사진을 찍으면 깔끔하게 나올 것 같았다. 사실 생각해보니 내가 뉴질랜드 랜에서 일하던 곳도 '기프트 샵'이었다. 그곳에서도 당연히 기념품들을 팔았는데, 그곳에서는 매출이 꽤나 높은 편이었다. 관광객이 많을수록 수입이 많아지던 기념품 가게의 특성상 방문객들은 대게 외지인인 경우가 많다. 나는 제주도 토박이로써, 대략 이곳에 어떤 진열품들이 있는지 감을 잡지 못했으나 처음 방문했을 때, 꼭 기념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를 들어서니 안내카운터가 나오고 그 오른쪽으로는 계단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1층을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3층은 문이 닫혀 있어서 구경을 하지는 못했다. 어쨌건 계단을 좋아하는 하율이 다율이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보니 바로 옆에, '탐라원' 보석귤이 있었다. 알기로 4000원 정도에 판매하는 걸로 알고 있던 보석귤이 이곳에서는 3000원에 판매하는 걸로 봐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콜릿이 묻은 보석귤이다. 예전에 관련 회사에서 잠시 일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어떻게 이 과자를 생산했는지 전 과정을 이미 알고 있다. 이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과자로 굳이 제주의 특산품 과자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종종 마니아 층에서 구매해서 먹곤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들과 어떤 곳을 갈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함부로 만지면 안 돼!'라는 말인 것 같다. 내가 무심코 하는 말이 아이에게 교육이 되어버려 결국은 소심한 아이로 키워지려나 싶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가끔 하율이가 , 모든 일을 할 때마다 "아빠~ 이거 해도 돼요?"라고 물어보는데 혹시나 내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이 말을 더 자주 하진 않았는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 곳에 있는 필기구를 만져보고 싶어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한 게 못내 가슴에 남는다.


굳이 명품 가방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제주를 여행하면서 여자들은 이런 유의 오가닉 한 제품을 많이 들고 다니는 듯하다. 굳이 명품이라는 도움이 있을 필요가 없는 가치 있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비싼 포장지 따위는 의미가 없는 듯하다. 가수 이효리 님의 생각하는 방식이 요즘 젊은 사람들 사 아이서도 꽤나 유명한데, 그녀 또한 스스로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는 이 중 하나다. 생각해보면 스티브 잡스나 워런 버핏, 마크 주커버그를 포함해 여러 부자들은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주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값비싼 휴양지는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국내의 보물 중 하나다. 제주에 대한 기념품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다. 하나하나 귀여운 물품들이라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다. 다만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급하게 자리를 옮기긴 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제주를 상징하는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나 해녀를 상징하는 캐리커처는 나중에서야 무엇인 줄 알았다.


'비자림 아침'처럼 제주의 향기를 담은 퍼퓸들도 있다. 그냥 라벤더향, 장미향, 보다는 제주 바다 냄새나 비자림 냄새와 같은 제주 자연의 냄새가 더 마음을 안정화시켜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에서 유명한 '꿀'과 '차'도 있다. 제주 '꿀'은 매우 유명하다. 아마 유채꽃 축제로 유명하기도 하고 깨끗한 자연과 감귤 밭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꿀을 많이 먹고 자랐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약처럼 꿀을 한 숟갈씩 입에 넣어주시곤 했는데 그렇게 하면 겨울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고 하셨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제주에서도 항상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밖을 나다니는 일을 걱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수는 한 해 611명이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자 수는 1만 3천 명이 넘는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방을 철저히 지키며 안전에 유의해야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들도 잊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생존만큼이나 '사람다운 삶'도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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