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 독후감
"태초의 달은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가진 행성이었다. 달과 지구는 가까이에서 서로를 지탱하고 쌍둥이처럼 닮아 가며 같은 속도로 태양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에서 대변혁이 일어나 태양계를 휩쓸면서 둘은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그 가공할 충동으로 인해 달은 대부분의 질량을 지구에 내주고 까마득히 멀어져 갔다. 달이 남기고간 무수한 금속성 광물들은 지구를 행성인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자석으로 변모케 했다. 이렇게 형성된 강력한 자기장이 태양풍을 타고 끊임없이 날아오는 하전 입자들을 차단함으로써 지구에는 물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생명체가 번성할 토대가 구축된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나마 달은 수십억 년을 한결같이 저 멀리서 우주가 번성하는 관경을 흐뭇이 지켜보고 있다."
다소 이과스러운 주제로 글을 시작한다. 분명 제목은 '봄의교향악'으로 잔잔하고 부드러운 문과형인데 말이다. 첫 글은 이 책이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말하고 있다. 저자인 박황서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이과박사다. 현재는 세종대학교 교수로 재학하며 집필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그가 쓰고자하는 소설은 그가 갖고 있는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직업처럼 복잡하게 융합되어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작가가 쓴 글의 첫 구절은 달의 기원설중 하나다. 달의 기원은 현재까지 미스터리에 속해져 있다. 달의 기원은 총 4가지로 분류되는데 태양 주변을 돌던 찌꺼기들이 합쳐지며 지구가 될때, 함께 탄생했다는 동시 탄생설, 지구옆을 우연히 지나던 소행성이 지구 중력에 붙잡혀 지구 주위를 돌게 됐다는 포획설, 지구가 만들어질 때, 자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구의 일부분이 달로 분리 되어졌다는 분리설, 마지막으로 지구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돌다가 지구와 충돌된 중돌설이다. 이중 가장 유력한 가설은 충돌설이며 많은 학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정설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 소설이 이런 달의 기원을 시작으로 기술이 시작된 것은 처음에 의아한 일이다. 다만 소설을 완독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달의 기원에서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했다. 철저한 이과적 감성으로 바라 본 달의 기원을 문과적 해석으로 다시 살펴보자면 이처럼 비슷한 결의 친구가 다른 친구를 위해 제몸을 희생하는 우정의 이야기로 탄생한다. 달은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홀로 모행성을 돌고 있는 위성이다. 그러면서도 모행성의 크기가 다른 태양계의 위성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희안하게도 달과 지구는 많은 미스테리한 관계를 가진 행성과 위성이다. 그 크기는 400배 멀리 떨어진 태양보다 정확하게 400배가 작아서 달과 태양의 지름은 소숫점 자리까지 일치할 정도다. 또한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가 달의 자전 주기가 27.3일로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우리는 달은 우리에게 뒷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지구에게 어두운 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뒷모습을 숨기는 달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두 친구 관계를 연상 시킨다. 달은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며 은은한 빛으로 지구의 밤을 비춰준다.
달이 지구에 도움을 준 것은 직접적인 것 말고도 간접적으로도 있다. 밤하늘에 달을 바라보던 아이작 뉴턴은 어째서 달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과나무의 사과를 떠올리며 '만류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낸다. 그 뒤로 지구의 문명은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달과 지구의 지질학적 특징은 거의 비슷하다. 달은 지구와 닮아 있으며 멀리서 지구 주위를 돈다. 이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지켜보고 자신의 뒤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 관계를 닮아 있다. 권투를 하던 근호는 가와 같은 체육관에서 스파링 연습을 하더 벌어진 일로 강민을 혼수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 때문에 수술비를 벌기위해 생체실험을 한다. 운동을 하던 사람이 자신의 몸을 버려가며 구하려 했던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재희와 근호, 한나가 이끌어가는 이 이야기는 잔잔한 소설일 것 같지만 초반 절반까지, 성추행, 범죄, 뇌사, 납치 등 어둡고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그들의 배경을 설명하던 소설은 점차 친구들 사이의 관계로 촛점을 바꿔가며 전개해간다.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인데 담고 있는 내용은 꽤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장편 소설인듯 하면서 단편소설 같기도하고 다시 또 대하소설 같기도 하다. 책은 빠른 전개를 통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데, 어쩐지 현실성 있는 소재 같지만 충분히 소설같은 이야기와 전개임에도 충분하다. 사실 영화나 소설을 볼 때 ,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한 문제일 수는 있으나, 현실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에게는 현실성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어두운 배경을 갖고 있는 소설이지만 표지에 담고 있는 '봄의 교향곡'이라는 제목처럼, 또한 이학박사가 쓴 장편 소설인 것처럼 소설은 양면된 두 가지를 숨기지 않고 모두 들어내며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책은 잔잔한 주말에 카페에서 잠깐 잠깐씩 시간을 내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종이 위에서 눈을 띄고 시선을 옮겨 현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먹먹함과 잔잔함이 뒤늦게 묻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