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살인 사건... 살해 피해자는 있지만 범인은 없다. 가장 편해야 할 곳이 불편한 곳이 되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적이 된다. 불쾌한 사건사고는 즐거워야 할 20년 전의 어느 날을 악몽으로 만들었다. 소설은 두껍지만 사건이 일어난 20년 뒤에 3일 간,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년 전 맥알리스터의 가족은 여름 캠프를 떠난다. 여기서 '아만다'라는 한 소녀가 몽둥이를 맞은 채 보트 안에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 소설은 3일 간의 기록을 인물별로 관점을 다르게 하며 서술한다. 중간 중간에는 20년 전, '아만다의 관점'이 들어가며 과거이 현장과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얽히고 섥혀 있는 문제가 과거와 현재가 교차로 힌트를 주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의 표지 분위기는 얼핏 스릴러 같지만 추리소설에 가깝다. 분위기와 다르게 유머도 섞여 있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몇 번을 뒤집으며 범인을 좁혀 나간다.
소설을 읽은지는 꽤 됐다.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 탓에 독서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나 완독을 했다. 제주도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실시가 되고, 본의 아니게 2~3주간 나 또한 여유 시간이 생겨버렸다. 더할 나위 없이 책읽기 좋은 기회를 맞아 진도를 나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는 날들이 계속 되면서 소설 속 분위기를 현실이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웬만한 책은 '정독'으로 읽는다. 물론 비슷한 분야의 책을 몇 권 읽다보면 저절로 속도가 붙거나 속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책에서 얻을 정보가 대략적으로 파악 가능한 경우에는 속독으로 넘겨 읽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의 경우는 결코 속독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상황과 감정에 대한 적절한 이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넘게 밤마다 읽었던 책이다. 아이들이 잠에 들고나면 겨우 조용해진 시간에 먹먹한 귀를 잠시 진정시키고 몇 장의 책장을 넘기곤 했다.
소설은 너무나 극명한 모순과 반전을 두고 있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이것을 적는 건 맞지 않다. 다만 가까워야 할 이들사이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에 그들 모두는 서로 알면서 모르는 척, 모르면서 알면 척. 불완전한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간다. 사건이 현장 또한 그렇다. 사망 사건이면서 휴양지이기도 하고 추억이 있으면서 악몽같은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상기시키는 곳이다. 20년이라는 세월 간, 입을 열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며 해결되지 않는 오해를 갖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들은 어쩐지 추리소설의 배경설정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우리의 삶과 같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의 속마음을 가장 모르고서 우리는 표면적으로 '그럴거야' 싶은 일들을 '그럴거야' 인지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꼭 살인 사건과 같은 중대한 일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각자 다르고 복잡한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이들이 가장 멀다는 설정이 감정이입 되는 건, 어쩌면 비현실적일 것 같지만 가장 현실적인 설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이 20년 전의 하루의 오점만 지우고 난다면 평온하고 평범한 가족들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부모님이 부모님에게 물려주고 부모님이 다시 5남매에게 물려주기로 한 캠프의 소유에 문제와 추도식 참여를 위해 캠프를 찾아왔다. 20년이 지나 다시 모인 그들은 20년 전의 찜찜한 하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로와 서로의 과거와 비밀을 하나씩 들쳐내야 했다.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쩐지 지난 2018년 개봉한 '완전한 타인'을 생각나게 했다. 말하지 않으면 일상을 이어 갈 가까운 인물들끼리 모여, '진실'을 빙자한 '과거'와 '비밀'을 서로에게 밝혀내며 결국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만들어 낸다. 책의 제목 'I'LL NEVER TELL(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추악한 진실을 가려 거짓 평화를 가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상호합의적 비밀'을 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상호 간의 호의와 불완전하지만 안정적인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암묵적 합의. 책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과거 현재를 끌고 다닌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와서야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정의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