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물에 인생 장기 계획을 세운 적 있다. 몇 살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을 하고 다시 몇 년 뒤 까지는 무슨 일을 하고 다시 몇 세가 되면 무슨 일을 할지 꼼꼼하게 계획 세웠다. 이런 장기 계획은 내가 가는 길이 근본 없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간다는 안도감을 준다. 목적 없이 표류하는 다른 젊은이보다 안정적으로 원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자부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장기 계획이라는 막연한 방향 설정에 의존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장기계획은 나를 움직여주지 않았다.
장기 계획이 엎질러지고 수년이 지났다. 내 인생의 이루는 스케줄러도 없이 흘러간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잡았다. 계획과 목표를 쪼개기로 했다. 당장 움직여 이룰 수 있는 일종의 동작들을 위주로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장기 계획은 접아두고 방향만 잡기로 했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적어두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계획을 짜는 시간을 따로 내지 못한 날은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주 단위 계획을 짜기로 했다. 이 획기적인 시간관리법으로 나는 웬만하면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년 150~2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됐고, 2권의 책이 출판되고 한 권의 책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또 다른 한 권은 집필 마무리 중이다. 주 스케줄을 짜다보면 스케줄이 몰려지는 날이 있고 아무런 스케줄이 없는 날도 생긴다. 그럼 그 일의 균형을 잘 맞춰 나눠야 한다. 나는 네이버 달력을 이용하는 편인데, 일단 해야 할 일들을 월요일 하루에 몽땅 몰아 적어 놓는다. 그리고 마우스로 드래그 하면서 하나씩 끌어서 적당히 일마다 분배한다.
그리고 그 주요해야 할 내용을 필두로 대략의 하루 스케줄을 시간 단위(최소 30분 단위)로 작성한다. 스케줄 작성법은 간단하다. 모든 스케줄에는 대괄호 []를 사용한다. 대괄호에는 '무조건' 동작을 넣는다. 가령 이렇다.
'[문의] 세무서'
이런 식이다. 또한 간단하게 어떤 걸 문의할지 영어로 치자면 '보어에 해당하는 것들을 _(언더바)로 표시한다.
'[문의] 세무서_부가가치세 관련'
이런 식이다.
'[구매] 책_촌스러워도 괜찮아'
'[집필]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포스팅] 블로그_감사일기'
이런 식이다. 장기 계획만 세우는 사람은 단언컨대 하루 계획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그날 하루에 무엇을 완료했는지 체크도 안 한다. 내가 '책을 한 번 써봐?'라고 주변에 제의하면, 대부분이 시간이 없다거나 여유가 없다거나 주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흘러가는 시간을 체크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그렇게 느낄 뿐이다.
내가 앞서 말한 대로 동작을 쓰는 이유는 그 표시만으로 내가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작] 목적어_보어'의 방법은 영어에서 5 형식에 속하는데, 사실 서술어가 뒤로 가는 우리말과 다르게 영어는 간소한 몇 단어만으로 빠르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할 수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서술 구조로 스케줄을 작성했었다. 그렇게 하니, 핸드폰으로 달력을 켜면 앞부분은 보이는데 뒷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순은 중요한 부분이 뒷부분에 가있는다.
가령 '어제 구매한 책 읽기'라는 스케줄을 작성하면 '어제 구매....' 이런 식으로만 표시된다. 때문에 '[독서] 책_어제 구매'라고 표시하면 다음 내가 할 계획인 [독서]는 명확하게 보인다. 또한 나는 완료한 일에 대해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독서기록을 하게 되었다. 나의 스케줄에는 거의 모든 것들이 적혀 있는 샘이다. 매주 체크를 하며 수정하고 다시 매달 큰 행사를 확인하기 때문에, 난데없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또한 살다 보면 아무런 특별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날들이 생기는데, 그렇게 비워져 있는 날들을 무조건 채워야 하는 강박이 있기 때문에,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적기도 한다. 가령, 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써 보거나, 감사한 은사님에게 전화를 해보거나 하는 등, 생각만 하면서 못하게 되는 일들을 스케줄러에 미리 작성해두면, 다른 스케줄처럼 의무적으로 그 일을 처리하고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들도 모두 하게 된다.
혹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고, 오늘의 스케줄을 모르고 있으며 이번 주의 스케줄도 미리 나와있지 않다고 하면, 분명하게 추천한다. 인생을 다양하게 살 수 있는 좋은 tip을 놓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