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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16. 2022

[일상] 지옥봤다,그 뒤론 하루도 운 나쁜 날이 없었다

인플루언서 글쓰기 정지중(D-20)


 지난 2021년 12월 28일, 중앙일보 박현영 기자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기사 헤드라인은 이렇다. "한국전쟁서 지옥 봤다, 그 뒤론 하루도 운 나쁜 날이 없었다." 제목이 이렇게 공감될 수가 없다. 해당 기사는 찰스 랭글 전 하원의장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8세에 군대를 입대했다. 1950년 6월 그는 워싱턴주 포트루이스 기지에서 대기중이었다. 그러다 해리 투르먼 최고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다. '북한이 남침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13일을 항해하고 8일 그는 부산 땅을 밟았다. 같은 해 겨울에 파견 미군들은 북한 땅을 밟았다. 대략 크리스마스 정도가 되면 집으로 귀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병사들 사이에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뒤, 하지만 중공군이 내려오며 그는 '지옥을 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대원 절반 가까이 사망한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탄에 부상을 입고 병사 44명과 탈출했다. 그 끔찍한 과거를 당시의 현재가 만들어가며 그는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2006년 17년이 된 그의 책 제목은 '그리고 그 이후로 하루도 운 나쁜 날이 없었다.'이다. 지옥을 보게 되는 그 뒤로 하루도 운 나쁜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인간의 역사가 산업화되면서 상품의 품질과 모양, 성능, 크기 따위들이 '규격화'되기 시작했다. 표준이 생겨나고 격식과 틀이 생겨나며 그에 맞는 '불량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표준'에서 벗어나는 것들에 '불량'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나니 '상대적 가치'보다는 '절대적 가치'에 비중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절대적 가치'는 말 그대로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상상의 매개물로 형성된다. '크다', '작다' 따위의 규격이 본래 자연상에 존재 할리는 없다. '공룡은 크다.'라고 정의하고, '개미는 작다'라고 정의 할 수 있는가? '공룡이 크다면, 과연 명왕성 보다 큰가?', '개미가 작다면 과연 짚신벌레 보다 작은가', 흔히, 이처럼 '많다', '적다', '크다'. '작다', '높다', '낮다'는 것은 인간의 관념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실재하지 않는다. 행복과 성공도 일종의 관념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성공은 크기가 정해진다. 마태복음 7장 13~14절에는 이런 글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굳이 에티오피아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던 마태오(Matthaios)의 이름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 옛말에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있다. 고생을 하지 않으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행복과 성공의 본질이 '상대적임'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그 절대 기준선 설정을 될 수 있다면 이른 시기에 마치는 편이 낫다. 삶은 유한하지만 갈수록 노쇠하여 같은 값의 '고생'이라 하더라도 틀림없이 그 상대적 크기는 다를 것이다. 18세의 젊은 나이에 600만 명의 남북한 국민들이 사망이나 실종(SBS 한국전쟁 다큐멘터리방송)을 하고, 파견된 미군 사망자가 4만 5천명이나 되는 전쟁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3,000만 명의 인구 규모를 가진 국가에서 10% 이상의 국민이 죽었다는 것은, 경상도, 제주도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은 그 친족이나 가족, 이웃을 이 전쟁에서 잃게 됐다. 이 끔찍한 전쟁은 민간인 사망자가 극도로 높았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보다 비율적으로 높았다. 90세까지의 인생을 살았다면 그의 인생이 그 뒤로도 무난했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희노애락을 겪고 산다. 남의 큰 상처보다 제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손톱 밑 가시의 고통을 100으로 설정하고 세상을 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고통이란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행복'과 '성공'은 일종의 상대적 기준선에 얼마나 넘치게 도달했는지로 결정된다. 1인당 세계인들의 평균 GDP는 약 1만 1천 달러로 월 '108만원' 수준이다. 이는 하루 8시간 주 5일, 최저임금 절반에 가까운 5,170원으로 받을 때의 급여와 비슷하다. 주말 간, 쌍둥이 녀석들과 평화롭지만 전혀 평화롭지 않은 전쟁같은 시간을 보냈다. 혼이 쏙하고 나가는 주말을 보내며, 생각해보니 절대값이 얼마나 낮길래, 나는 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 조차 힘들다고 여기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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