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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5. 2022

[생각]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가

 러시아, 중국, 북한은 왜 몰상식한가. 푸틴, 시진핑, 김정은은 무식하고 추악한 사람들인가. 가치판단은 본인들이 내리기 나름이지만, 세상을 이분법으로만 보면 틀림없는 모순을 맞이한다. 푸틴의 학력은 재밌게도 네이버 인물검색에서 '용인대학교'로 나오지만 실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법학부 국제법과'를 다녔다. 해당 대학은 러시아 최고 명문으로 1724년 표트르 대제가 세운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지금까지 총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모든 대통령이 이 학교 출신이다. 시진핑은 칭화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칭화대는 베이징대학과 더불어 중국 최고의 명문종합대학교며 특히 시진핑의 전공인 이공계가 주력인 대학이다. 세계랭킹으로는 무려 16위에 랭크된 국제명문대학교로 서울대 보다 국제 순위에서는 훨씬 높다. 대통령의 위치에 올라선 이들은 감정적인 선택보다 자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흔히 위 국가들은 '지도자'가 제멋대로 권력을 행사할 것 같지만, 사회주의나 민주주의나 모두 정치 형태는 '공화정'으로 택하고 있다. 공화정은 국가의 대표자나 원수가 있지만 어쨌건 한 명이 운영하는 국가 형태는 아니다. 이미 충분히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러시아는 지도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기온'이다. 지리적 이유는 역사, 문화, 경제를 비롯해 인간의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안타깝게도 러시아에는 '부동항'이 거의 없다. 

 이것은 왜 중요한가. 러시아의 항구는 대부분 계절에 따라 얼어버린다. 즉, 두꺼운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쇄빙선'이 없다면 고립되기 쉽상이다. 러시아는 그런 이유로 세계 최대 크기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세계 유일한 핵추진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40척 이상의 쇄빙선이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러시아의 이런 쇄빙선 보유는 '북극해'를 통해 물류이동경로를 단축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될 예정이다. 북극해를 이용하여 물류를 이동한다면 현재, 수에즈 운하를 통해서 이동하는 물류비의 30%이나 절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러시아는 부동항을 염원하는가. 이유는 경제적으로만 찾을 수는 없다. 1904년 만주와 한국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은 전쟁을 벌인다. 이것은 러일 전쟁이다. 당시 극동아시아함대만으로 일본을 이길 수 없던 러시아는 당시 세계 최강이라는 발틱함대를 한반도로 파견하기로 한다. 1904년 10월 15일 북유럽의 발트해에서 출발한 발틱함대는 지중해를 경유하고 아프리카 서남단을 경유하여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 마다카스카르와 동중국해를 경유하고 10달이나 걸려 1905년 5월 27일 대마도에 도착한다. 일본과 동맹국이던 영국이 수에즈 운하로 통과를 시켜주지 않아 지구 반바퀴를 돌아 겨우 한반도에 도착한 것이다. 어이없게도 세계 최강이라는 발틱함대는 도착과 함께 얼마 뒤 바로 침몰했다. 이처럼 좌와 우가 긴 러시아의 경우 전쟁과 보급에서 결코 원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을 소유하던 영국 때문에, 전쟁에서 크게 불리한 상황이 생겼고 결국 러일 전쟁에서 패배했다. 경제적, 전략적으로 러시아는 반드시 부동항이 필요하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이 냉전이 되면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서유럽과 미국은 '북대서양 조약기구' 즉, 나토(NATO)를 체결한다. 구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 러시아에게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영토 대부분이 동토인 러시아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토지가 굉장히 비옥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영토로 알려진 이 곳은 앞으로 식량문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굉장히 농업에 최적화된 환경조건을 갖고 있지만 '토지 매매 금지 조약'으로 인해 정부 소유의 토지를 대여하여 생산하게 되며 '생산량'이 극적으로 넓어지지 못했다. 이것에 대한 개혁안이 논의되고 매매 금지 조약이 해지되면 이는 세계 곡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지난 동지였던 우크라이나가 변심하며, 나토 가입을 고려하며 러시아와는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게 된다. 지난 2014년 이후부터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세 바스 토플을 흑해 함대의 기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외교부는 러시아에게 이용 임대료로 매년 1억불(1,400억)지불을 요구했다.

 부동항, 비옥한 토지, 전략적 요충지, 서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경로 등 경제적, 전략적 이유가 충분해졌다. 마치 1914년 보스니아 청년 당원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사라예보 사건이라는 '명분'이 주어지자, 전세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에 참여했던 것처럼,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힘의 균형이 한 쪽으로 치우쳐질 때는 되려 커다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힘의 균형이 양쪽으로 나눠졌을 때는 그 대립이 표면적으로 터저 나온다. 서유럽과 한미일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그 균형이 비슷해지고 있다. 심지어 독일의 경우는 천연가스 수요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면서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세계 근현대사는 책으로 볼 때,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었느나, 이처럼 실시간 뉴스로 접하니 재미없이 지루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영화 JSA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쟁은 그렇게 쉽게 나는 것이 아니야."

안전불감증 같은 이 말이 영화관에서 흘러 나오고 '남북한의 전쟁 위기'가 거듭됐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줄 곧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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