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꿈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

by 오인환

친한 친구 녀석이 '꿈 일기'를 쓴다고 했다. 그런 쓸데없는 걸 왜 쓰냐고 되물었다.

꿈은 하루도 전에 잊히는 기억이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무의식'이 투영되어 있다고 했다. 하루하루의 일상의 기록을 놓치는 것만큼이나, 나만의 무의식의 흐름을 놓치는 것도, 아쉬운 일이라고 했다.


또한, 친구 녀석은 '자각몽'을 꾸고 싶다고 했다. '자각몽'이라 함은, '꿈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실제 나도 몇 번이나 경험해 보기는 했다. '자각몽'은 상상력이라고 하는 커다란 배경을 이용하여,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꿈속에서 할 수 있다.

때문에, 인터넷을 뒤지면, '자각몽'을 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꿈 일기'를 작성한다고 했다. 참 흥미로운 일이지만, '자각몽'을 꾸기 위해, 꿈 일기를 작성하는 것에는 회의가 있다. 나도 친구와 대화에서 느낀 바가 있다.

'무의식의 투영'

언젠가 한 번은, 몹시 추운 날씨에, 반 팔을 입고, 동네 마트를 갔던 적이 있다. 부모님이 춥지 않냐고 물으셨다.

'안 추워'라고 대답했다. 남자다움과, 젊음을 뽐내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꿈에서 나는 추위에 벌벌 떠는 꿈을 꾸었다.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이 불규칙하게 혼동된 세상을 살아간다. 의식이 담당하는 부분에 무의식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믿고, 무의식이 담당하는 곳에는 의식의 틈 또한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무의식과 의식은, 불규칙한 흐름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일종의 카오스 상태로 존재한다. 그 무의식과 의식의 섞임을 교묘하게 띄어내어, 어느 쪽이 더 고농도인가를 따질 뿐이다. 나의 의식이 만들어낸 '일과'를 기록하면서, 나의 무의식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을 읽다가가 봤던 구절이 있다. 실제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꿈을 기록한다.' 그의 무한한 상상력은 그의 태생적 비범함이 나닌 무의식에서 존재할 뿐이다. 무의식은 그 범위가 굉장히 깊다. 때문에 우리의 의식은 전체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바다 아래 잠겨 있는 잠재의식, 즉 무의식이 인간의 전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다.

몇 달 전에는, 한 꿈을 꾸었다. 아주 생생한 꿈이었다. 영화보다 긴장감 있고, 소설보다 짜임새 있는 꿈이었다.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세상에 없던 스토리가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아침 반나절만에 잊혔다.

기막힌 스토리가 떠올랐다는 사실만 남은 채, 정작 스토리는 증발됐다. 나도 나의 친구 녀석처럼 '꿈 일기'를 작성해볼까 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프로이트는 꿈에는 인간의 무의식을 확인하는데 커다란 의미로 사용된다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던, '꿈 일기 작성'이 허구한 날, 해외로 여행 간 친구의 SNS를 훔쳐보는 것보다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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