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 23:5)
차를 타고 해안도로 쪽을 달리며 음악을 들었다. 시린 에어컨 바람을 잠시 멈춰 두고 굳이 창문을 열어 바닷바람을 들이마셨다.
바람소리에 옅어진 음악에서 문뜩 한 음절이 귀에 꽂혔다.
"충분해~"
수많은 노래 가사 중 '충분해'라는 단어가 귀를 통해 가슴에 꽂혀 들었다. '충분하다.'라는 말...
살면서 충분하다는 말을 할 기회가 얼마나 있었나 돌이켜봤다. 어차피 공짜로 주는 거라면 1개보다 2개를 받아 보자는 거지근성이 나를 채워가고 있진 않았을까? 삶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부족하다는 착각 때문이다. 내가 받았던 성적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거나,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부족하다거나 내가 받는 사랑이 미달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성경에는 좋은 말이 많다. 그중 좋아하는 말은 앞서 말한 '내 잔이 넘치나이다.'이다.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이 시 미라 주의 주팡이 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시라로다.
신앙인이 비 신앙인보다 두려움 속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유는 그 마음가짐 때문이다. 나는 비 신앙인이다. 실제 신이 나를 인도하거나 보살핀다는 생각이나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신의 아들로서 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이의 의지력은 인간의 그것을 초월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면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믿음이 있는 사람이 괜스레 부럽기도 하다.
내가 쥐고 있는 잔이 철철 넘쳐흐르면서 빈곤한 마음가짐을 갖는 건, 다만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라는 그릇을 스스로 키워가기 때문이다. 이미 나의 잔에는 내가 익사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함이 채워져 있다.
그에 항상 감사하고 깨우쳐야 한다. 항상 뭐든지 충분하다는 마음,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