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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6. 2022

[소설] 재밌으면 그걸로 됐다_범인 없는 살인의 밤

by 윌라오디오북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 추리소설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전개는 빠르고 군더디기는 없다. 현실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않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를 제출하는 '공장형 추리물'이다. 재미가 없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않다. 다소 억지스럽고 유치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우리 '막장 드라마'와 같다. 다시 말해, 재밌다. 과장된 표현과 설정은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된다. 대중들의 인식은 그다지 날카롭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는 다소 과장되거나 어색한 연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군소리 없이 그것들을 재밌게 본다. 우리가 이것에 몰입하는 것은 얼마나 현실성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예술을 예술로써 본다. 이는 2017년 고등학교 3학년 9월 모의고사 29번 문제에 '3점 짜리'로 실린 지문에도 나온다. "Why does the "pure" acting of the movies not seem unnatural to the audience"로 시작하는 지문에서 당시 수능 준비를 하던 고3 학생들은 이 문제이 첫 지문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우리는 대역하는 이의 행동 하나 하나를 예리하게 관찰하기 보다, 대략적인 의미만 파악하고자 한다. 예술에서의 '설정'과 '연기'는 '현실의 모조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진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필시, 살인이 '죽음'이 소재가 된다. '죽음'이라는 것은 '희귀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의 소설의 사인은 언제나 '살인'이다. 그의 소설에서는 너무 황당한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다. 여기에 '살인범'이 누군지를 추리해 내는 것이 소설의 흐름이다.



윌라 오디오북으로 듣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번째 단편 작품이다. 역시 소설류는 '윌라오디오북'을 통해 듣게 된다. 몇 일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수상한 사람들'에 대한 리뷰에서 '담당자 님께, 간단한 요청사항을 적어 두었더니, 감사하게도 방문답장을 해주셨다. 그러고보면 나의 브런치 페이지의 인기글에 항상 랭크되어 있는게 '윌라 오디오북'이다. 누구나 가입하면 제공하는 '첫 한 달 무료듣기'를 제외하고는 제공 받은 내역이 없음에도 어쩌다 이렇게 광고글처럼 되어 버린다. 눈으로 책을 읽기 힘든 상황이 되면, 그냥 유튜브에서 음악듣기를 듣기도 한다. 다만, 그러기에 '책표지'에서 "내가 이렇게 있는데 안 궁금해?"라고 말하고 있는 도서들이 몇 권 있다. 나라고 책에 미쳐, 오디오북을 듣고, 전자책을 읽고 종이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장 몇 권 넘겼다고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매번 순간의 선택에서 조금 더 아쉬운 선택들을 하다보니, 이처럼 귀가 비어있는 업무 시간에는 '오디오북'을 듣게 된다. 역시나 성우 분들의 연기가 가미된 오디오북이 제격이다. 진중한 말씨의 연기들은 '속도 x2' 정도까지는 무난히 뭉게지지 않는다. 눈으로 읽으면 더 빨리 읽게 될 테지만, 오디오북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그 마지노선이 2배속이다. 오늘도 몸이 움직이며 눈이 일을 하지만, 귀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소설은 당돌하게 호기심을 생성해주고 시작한다. 갑자기 어느 날, 학교 옥상에서 고등학생 하나가 떨어진다. 혹은 백일도 지나지 않는 아이가 목이 졸려 죽었다. 촉망 받는 스포츠 스타가 돌연 자살은 한다.



시작과 동시에 문제를 던진다. 도입에 느닺없이 던지지는 사건에 독자들은 '뻔하지 뭐..'하면서 끝까지 들여다 보게 된다. 가장 처음의 소설은 인상 싶다. 가장 친한 친구인 '다쓰야'의 죽음. 그리고 그의 연인이던 '요코', 사실 그녀를 먼저 사랑했던, '주인공'의 이야기. '작은 고의'라는 제목의 소설은 '한국 드라마형 소재'를 가지고 출발을 한다. 사실 비슷한 어디서 있을 법한, 소재에 몇 번을 비틀면 완전 극적인 드라마가 된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 중에서 실제로 '공포'나 '극적인 상황'을 맞이 할 확률은 크지 않다. 원래 인류는 낮에는 맹수의 공격에 두려움을 느끼고, 밤에는 추위와 배고품에 위기를 느꼈다. 400만년이나 불안전한 미래에 노출되던 인류는 어느덧, 시곗바늘이 가르치는 시간보다 정확한 '인공위성 GPS시계'에 맞춰 세 끼니를 먹는다. 야생동물을 '인류서식지'로 부터 격리시키고, 음식을 썩지 않도록 냉장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식품 위에 '유통기한'을 설정하여 상하기 전에 폐기 시키고

외부적 갈등을 최대한 외교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그러자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본능'이 해야 할 역할을 잃었다. 굳이 돈을 내고 떨어질 듯하게 작동하는 '기계'를 '놀이동산' 속에서 타고, 마치 눈 앞에서 위기가 벌어지는 듯한 상황을 '극장' 안에서 마주한다. 가만히 멈춰 있는 '두려움'의 상상력을 '독서'를 통해 만나려 한다. 본능을 해소 하기에 '추리소설'은 굉장한 오락거리 역할을 한다. 그만큼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지만, 퇴화되어버리지 못한 감정은 어떤 방식이던 튀어나온다. 이를 꾸준하게 해소해 주지 않는다면, 분명 이는 쓸때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과거에 대한 후회 등으로 소비할 지도 모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종의 '장르'다. 나는 그렇게 부른다. 문체만 보더라도 그의 작품인지 대번에 알아차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단어와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밋밋한 문장의 연결만 보고도 그의 작품임을 짐작해 낼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은 그의 문체에 길들여졌고, 그는 사람들에게 선택 받아왔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선택받지 못하다면 잘못 쓴 글이다. 아무리 형편없는 글이라도 선택받는다면 잘 쓴 글이다. 누군가는 그의 글이 너무 쉽고 유치하고 뻔하게 전개 된다고 하지만, 그의 글은 언제나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편하고 쉬운 일종의 장르가 됐다. 이 소설은 솔직히 말하자면 가슴에 오래 남는 소재의 글들은 아니다. 읽으면서는 흥미진진하지만 이후에는 가물가물할 수도 있다. 다만, 독서란 무언가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설과 함께 한 시간 즐거웠고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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