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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01. 2022

[일상] 간밤에 그 녀석과의 사투(실시간)


 1층 사무실, 간이로 만든 아이들 놀이 방에서 아이와 함께 잠에 들었다. 간밤에 목덜미가 근질 근질 거리다가 팔목으로 왔다가 손가락에 그렇다. 깊게 잠들어 있다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눈을 뜨고 어두운 방에서 손을 '휙' 하니 털어낸다. 파리나 모리를 쫒아내려고 한 모양인데 어두워 보이지 않는 방에서 손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 매달려 있다. 얼핏 털이 숭숭한게 느껴진다. 왜 그랬는지는 역시 모르겠으나 스마트폰 라이트를 비춰본다. 깎지 않은 연필 같은 것이 이불 위에 떨어져 있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그 두툼하고 긴 것이 다리가 달렸으며 다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수많은 다리가 앞으로 뒤로 움직인다. '지네다'




 '으으으' 하는 소리를 내며 이불을 잽싸게 던진다. 옆에 아이가 자고 있다. 아까는 몰랐는데 지금 왼손 약지와 오른손 중지가 얼얼하다. 물린 모양이다. 아이를 쳐다본다. 일단 이불을 잽싸게 아이와 떨어뜨려 놓고 휴대폰 라이트로 여기저기를 비춘다. 혹시 한마리 더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행이 없다. 아이의 눈에 라이트가 들어가던 말던, 아이가 갑자기 치워진 이불에 추워서 뒤척이던 말던 라이트를 이리 휙, 저리 휙 돌리며 그 녀석을 찾는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꿈이 었나' 싶어서 다시 누우려다가 보니 손가락이 화끈거린다. 녀석을 찾더라도 다음 대처 방법이 없다. 녀석을 맨손으로 잡을 순 없다. 다른 방으로 들어가 하드커버로 된 책 하나 집어 든다. 책을 집어 돌아와 보니, 녀석은 엄청나게 많은 다리를 움직이며 나를 따라 다른 방 책장 뒷편으로 들어간다. '그냥 잘까' 하다가 잠이 오지 않는다. 불을 켜고 녀석을 기다려본다. 옆에는 '에어콘 청소 스프레이'와 '라이터'가 보인다. 어떻게 해야하지. 잠시 고민한다. 불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습하고 덥다. 일단 에어컨을 가동시킨다. 한 손에는 하드커버 책을... 다른 한 손에는 책에 녀석의 흔적이 묻지 않게 A4용지 이면지를 들고 선다. 분명 책장 뒷편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200사로 서서 쏴 자세로 녀석과 대치한다. 분명 다시 나올 것이다.




 양손에 하나씩 손가락 두 개가 얼얼하다. 녀석이 나오기 전에 잽싸게 책과 이면지를 옆에 두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거품으로 손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녀석의 두툼한 두께가 눈 앞으로 그려진다. '으으으'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손을 닦고 밖으로 나와 다시 200사로 서서 쏴 자세로 하드커버 책과 이면지를 들고 대치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미 녀석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를 켠다. 잠이 깬 김에 뭐라도 작업 해야지 싶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다. 목덜미에서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른다. 다시 생각해보니 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가 생각난다. 혹 한 마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시 들어갈까 갈등을 하던 찰라 녀석의 더듬이가 삘룩 하고 나와 탐색하는 게 보인다. 녀석도 200사로 서서 쏴 자세로 나와 대치 중인 듯하다. 둘은 조용히 대치한다. 또 얼마 간 더듬이 만 밖으로 나와 탐색 전을 하던 녀석이 내가 방문을 열고 아이를 구하러 들어가려 하자 잽싸게 기어 나온다.




이때다. 녀석도 '이때다', 나도 '이때다' 녀석은 필사적인 속도로 책장 앞에 있는 선반 아래를 향했다. 나는 간밤에 무서운 속도로 달려간다. 그리고 이면지를 덮은 하드커버 책을 냅다 던진다. '스스스스슥' 녀석의 몸이 종이를 스치고 지나가는게 느껴진다. 가만 두면 놓칠 것이 뻔하다. 육중한 몸뚱이를 하드 커버 위로 던진다. '뜨뜩' 하는 불쾌한 소리가 난다. 몸서리 쳐진다. 책을 들어 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조심스럽게 책 위에서 내려온다. 책에는 불쾌한 물기가 묻어 있다. 이면지는 처참하다. 온갓 구길 수 있는 얼굴 근육을 다 구기고 녀석의 사체를 치운다. 그러나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시간을 살핀다. 2시 20분. 잠을 잘 수 있을까 싶다. 다시 아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자고 있다.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았는지, 방금 전까지 녀석이 지나다니던 이불을 덮고 잔다. '저건 아니다' 싶다. 일단, 아이가 추워하던 말던 이불을 들춘다. 휴대폰 라이트로 샅샅이 뒤진다. 아무것도 없다. 역시 두 마리나 있을 것 같진 않다. 방금 본 녀석도 내 생에 봤던 녀석중 가장 큰 녀석이다.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두고 아이를 근처 소파 위에 올려 놓는다. 이불이고 베게고 전부 샅샅이 뒤진다. 검색이 완료된 '클린'한 것들을 하나 하나 소파 위로 올린다. 통과가 된 것들을 살피도 다시 살핀다. 이제 아이에게 덮어준다.




 손가락이 얼얼하다.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을 뭐하러 물어서 간밤에 이런 사고를 만들어 내나 싶다. 아이의 자는 표정을 본다. 녀석이 아이가 아니라 나를 물었다는게 내심 감사하다. 감사의 일기를 작성하려고 노트북을 켠다. 아이를 등 뒤에 두고 소파에 걸터 앉아 글을 작성한다. '스스스스슥' 무언가 소리가 난다. 마치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부는 소리가 난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이젠 환청도 들리는 구나 싶다. 다시 '스스스스슥'. 노트북에 한참 글을 쓰는데 다시금 소리가 난다. 주변을 돌아본다. 에어컨 소리인가 싶다. 이렇게 큰소리는 사람이 내는 소리가 틀림 없다. 글이나 대충 끄적이고 자야지 싶다. 노트북 화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쓸 때 쯤이다. 


<<불을 켜고 녀석을 기다려본다. 옆에는 '에어콘 청소 스프레이'와 '라이터'가 보인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글 끝 쯤에서 커서가 깜빡거린다. '스스스스스슥' 소리가 나더니 내 손가락 보다 굵은 녀석이 하드커버 책보다 긴 녀석이 전속력으로 아이가 있는 소파로 질주한다.




 눈동자가 다른 방에 놓아 둔 하드커버 책으로 향한다. 불이 꺼져 있어 '녀석'의 모습은 어렴풋하게 보인다. 잽싸게 뛴다. 녀석보다 빨라야 한다. 하드커버 책을 집고 보니, 이면지는 이미 하나 사용한 상태다. 잽싸게 다음주 활용해야 할 '서류' 하나를 짚어든다. 방으로 뛰쳐 들어간다. 녀석도 나를 봤는지, 잠깐 멈춰 섰다가 다시 아이에게 달려간다. '스스스스스스스슥' 아까 해봤던 게 '경험'이라고 이번에는 조금 더 익숙하게 녀석의 머리 위로 이면지와 책을 던진다. 명중한 것은 맞으나 녀석은 책 밑에서 꿈틀거린다. 금방이라도 밖으로 나올듯 하다. 다시 육중한 몸을 던저 녀석의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 '뜨뜩' 불쾌한 소리가 났지만 이번에는 열어보지 않았다. 급한대로 일단 간이 이불과 배게를 2층으로 올린다. 아닌 밤중에 안개가 불쾌할 만큼 쌓여 있다. 다시 내려온다. 아이를 안고 아이가 좋아하는 '희붕이'라는 곰인형을 챙긴다. 2층 방으로 눕힌다. 목덜미와 손가락을 스치던 첫 번 째 녀석의 흔적이 지금도 소름끼친다. '뜨뜩'하는 두 번의 소리와 흔적이 불쾌하게 사라진 첫번째 녀석의 사체에 소름이 끼친다. 잠이 오지 않는다. 두번 째 녀석은 지금도 내가 만든 이면지+하드커버 책 아래 그대로 있다. 처리하지 않고 왔다. 처리하지 않겠다. 해가 뜨고 처리할 요량이다. 새벽 3시 15분.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잠을 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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