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에 뚜껑을 닫고 6분이면 맑은 물이 저절로 차오른다.'
쿠마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종지에 물이 차오르는 동안 반경 수백 km에 6일간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떻게 확인하셨나요?
진호는 찻잔에 담긴 차를 한모금 마시며 물었다.
찻잔에는 독특하게도 낙엽이 함께 띄워져 있었다.
진호는 인도의 고풍스러운 차문화가 마음에 들었다.
"모르죠. Bob이 제게 그렇게 말했을 뿐이에요."
카메라는 깜빡이고 있었다. 쿠마는 슬며시 카메라를 살폈다.
"한국으로 가져가 주세요. 제가 갖고 있을 물건은 아닌 것 같아요."
인도식 발음이 묻어난 한국어지만 그의 한국어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금은보화도 아니고 그냥 물 정도가 차는 '종지'가 신기하긴 하지만 욕심나는 물건은 아니였다.
군다나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물건을 덥썩 가지고 올 수는 없었다.
"기분 상해하진 마시구요. "
진호는 쿠마가 내민 종지를 거절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그냥 월급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들이라... 받을 수가 없겠네요."
쿠마는 심각한 표정을 하며 종지를 바라본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다만 혹시라도 이 물건이 한국에 간다면 욕심에 쓰이지 않도록 살펴주세요."
쿠마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진호는 그의 이야기에 알겠다고 답을 했으나 그가 말했던, '한국에 간다면...'이라는 가정이 찜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