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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_소설] 48시간병_1화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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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쫌 이상합니다."

남자는 말했다.

앞에 앉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는 되물었다.

"어떻게 이상하신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실은, 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상합니다."

남자의 미간은 찌뿌려졌다.

"실은... 사람들이 행동이 모두 느려졌습니다."

의사는 남자를 바라보던 시선을 키보드로 옮겼다.

의사는 몇 일 전 도박판에서 날린 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 운영은 잘 되고 있지만

매주 도박판에서 큰 돈을 잃고 온다.

의사는 씁쓸하지만 최선을 다해 면담을 한다.

의사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잃은 돈을 잊기로 한다.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느려졌나요?"

"사람들은 말도 느리게 하고, 행동도 느립니다. 심지어 시계도 느리게 갑니다."

의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흔한 증상입니다."

의사는 말했다.

"네?"

의사의 예상 대답에 남자는 놀랐다.

"뭐.. 흔한 증상이죠. 다른 사람이 느낄 1시간보다 1시간이 조금 더 길게 느끼실 테니까요."

남자는 의사를 바라봤다.

의사 역시 아주 아주 느리게 하고 있었다.

의사는 말했다.

"사람마다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시간은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습니다."

의사의 말에 남자는 다시 물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은가요?"

"대게 1시간 10분을 1시간으로 느끼기도 하고 50분을 1시간으로 느끼기도 하죠."

의사의 말에 남자는 조금 안심했다.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어쩌면 치료가 가능한 것일지 몰랐다.

"저도 40세 생일이 지난 뒤부터 갖고 있는 병이에요."

심지어 의사도 갖고 있는 병이라고 했다.

"저는 시간이 남들보다 빨리 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손해도 장난이 아니죠. 사람들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은 어제도..."

하마터면 의사는 잃은 도박 판돈을 말할 뻔했다.

의사는 다시 말했다.

"사람들은 각자 상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달라요."

고로 누군가는 책을 빨리 읽기도 하고

이해력이 빠르기도 하다.

이것은 지능의 차이가 아니라

상대적인 시간의 더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시간 개념이 특별히 이상하지 않다고 받아들이고 삽니다."

남자의 눈에 의사는 아주 느린 속도로 말하고 있었다.

"혹시 얼마나 느리게 보이는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의사는 물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2배 정도 느려진 것 같습니다."

남자는 답했다.

의사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하루가 48시간 정도겠네요? 음..."

의사는 잠시 뜸을 들였다.

"보통 기껏해봐야 10%정도 차이인데... 2배로 느려진 건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네요"

의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묻는다.

"그럼 혹시 지금 의식적으로 말과 행동을 느리게 하고 계신건가요?"

남자는 그렇다고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사의 펜을 뺏는다.

그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2배는 빨라 보였다.

실로 무서운 속도라고 의사는 생각한다.

"혹시... 오해하지는 마시구요.. 포커 같은 게임을 하신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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