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점으로는 어떻게 들리느냐.
"아빠!!! 아빠!!! 마스크 먹고 싶어요!!! 없어요!!!"
"응? 마스크 먹고 싶다고?"
"아니! 마스크 없다구요!!"
그러면 부랴부랴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낸다. 그때 귀청을 때리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
"아빠!!아빠!!! 사탕 먹어도 없다구요!!"
"어? 사탕 먹어도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니!! 아니!! 사탕 먹어도 되냐구요!!"
마스크를 꺼내다 말고
"어!! 어!! 사탕 먹어!!! 근데 누가 물어봤어?"
"하율이!!!"
"아빠!! 대답 왜 안해요!! 마스크는요??"
"아! 맞다! 잠시만!"
그러면 사탕을 꺼내달라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건내고, 마스크를 꺼내달라는 아이에게 사탕을 건낸다. 아침에 눈을 뜨고 쉬지 않고 입 두 개가, 고막을 때린다.
"야! 니네 둘 다 입좀 오므리고 있어봐."
개당 20만원 이상은 한다는 골전도 이어폰을 하나씩 아이의 아이의 관자놀이에 채워 놓고 넷플릭스로 영문 만화 하나 틀어 놓는다.
그제서야 귀가 멍~해진다.
"야~ 안보여!!!"
"너가 조금더 가깝거든?"
"아니거든? 너 쪽으로 더 있거든?"
뭔 상황인가, 바라보니 대략 1cm 더 차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게 전쟁만큼 치열하다.
"그럴꺼면 둘 다 보지마!"
화면을 치운다.
그러면 해결이 되느냐. 아니다.
"너 때문에 거든?"
"아니거든? 너때문이거든?"
"야야야야야!, 제발 그 입 좀..."
6년을 시달린 끝에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입속으로 달달한 것이 들어가면 되더라.
"아이스크림 먹을래?"
그렇게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갔다.
어디로 나가면 항상 어딘가 든든하다. 아이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밝게 잘하고 꽤 싹싹하다. 이 정도면 괜찮다. 아이의 감정이 어떤 이유로 한 번 달궈지면 안타깝게도 그것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정신이 가출된 상태라 앞에서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가방을 뒤적거린다.
"야!! 초코맛 내꺼거든?"
"아니거든? 너는 딸기 맛 골랐거든?"
"아빠!! 아빠!!! 하율이가 먹었는데 초코맛이래요?"
"뭔소리야?"
뭔소린가 싶다.
"아니거든? 아빠 내가 초코맛 골랐죠?"
"아이고.. 그냥 아무거나 먹어.. 몰라 아빠는... 어차피 똑같이 생겼으니까, 아무 입에나 들어가도 되는 걸로 치면 안될까?"
이런 소동이 있고나면 기진맥진하다. 에너지 100으로 나섰는데, 도착지에 와서 10%만 남는다. 마치 출근하고 폰을 봤더니 절전모드가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금일 방문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사장 님이 꽤 친절했다. 보통은 아이들도 예의바르게 상대한다. 어쩐지 오늘은 아이들이 부끄러울 만큼 산만하다.
그렇다. 6년을 시달린 끝에 깨달았다는 것도 사실은 소용없는 일이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가지고 온다는 '원두'라고 설명하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라바짜' 커피가 나왔다.
'왜 이렇게 안 시고, 안 쓰지?'
인터넷에 '라바짜' 커피를 검색해본다. 어쩐지 나에게 맞는 커피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칭얼거림을 보고 넷플릭스를 껐더니, 아이가 '버럭' 화를 내면서 식탁을 발로 밀었다.
그러자 아이의 의자가 뒤로 꽝 하고 넘어졌다. 지나가시던 '농협 직원분'께서 아이를 일으키며 먹을 것을 쥐어 주었다. 뒤통수가 바닥에 닿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직원 분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보라고 말씀하셨다.
아이가 뒤로 넘어가는 모습은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껴졌다. 아이의 표정과 내 심장박동이 1초 안에 이뤄진 건 아니라고 말하듯 느리게 흘렀다. 아이가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자, 냉철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서 더 놀란 듯 했다. 당사자인 다율이와 하율이가 동시에 놀랐다.
먹던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두고 가게를 나왔다.
'아이고... 정신이 없다.'
생각을 한다. 아이에게 발로 차거나 집어 던지는 행동이 위험하다고 알려준다. 대게 아이가 칭얼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졸릴 때'다. 아기 때부터 아이는 졸리거나 배고프면 칭얼거렸다. 아이의 눈에 촛점이 없다.
대충 20살 때, 소주 반병 정도 먹었을 때, 표정을 애가 짓고 있다 싶으면, 최대한 빨리 재우는게 상책이다.
아이를 빨리 재우는 방법은 이렇다. 몸을 쓰게 하면된다. 평소 아빠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아이들이다.
"그럼, 니네가 씻어봐 한번."
아이들은 신나서 세차한다. 물론 혼자할 때보다 요금은 더 나온다. 그래도 키즈 카페에 아이를 가둬 두고 앉아서 스마트폰 보는 것보다 뭔가 활동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읽던 페이지를 기억하는 방식이 있다.
'1장'이라던지, '87쪽(87년생)'이라던지, '100쪽(딱 맞은 숫자 백)', '33쪽(삼땡)' 처럼 기존에 알던 숫자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억에 더 잘나더라.
고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학습할 때, 붙일 거리가 많으면 좋을지 모른다.
오늘은 세차 경험이다.
"내 차례야. 너는 아까 100번했어!"
"아니야! 너가 100번 했어! 아빠, 다율이가 100번했다고 거짓말해요!"
그러면 나는 하율이를 집어들고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팡팡하고 때린다.
"이놈의 다율이!!"
"나 하율이거든?"
"아! 아빠가 깜빡했네?"
그리고 다시 팡팡한다.
"이놈에 다율이!!!"
쌍둥이 아빠의 유머다. 그러면 아이들은 앞전 상황을 까맣게 잊는다.
차는 깨끗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세차도 아니었다. 솔이 닿은 부분과 닿지 않은 부분이 있기에 더 얼룩질 것이다. 아이들은 직접 차를 청소했다. 어떤 책임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세차가 끝나고 오락실을 들렸다. 연령제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총으로 악마를 무찌르는 게임을 했는데, 어쩐지 교육적이지 못한 것 같아서 두더지 잡기로 바꿨다.
아이들이 두더지를 신나게 잡는다. 오락이 재밌었는데 1000원짜리 지폐를 4장씩 가져갔다. 내가 보기엔 돈을 넣거나, 안넣거나 구별 못하고 하는 것 같은데... 일단 쥐어 줬다.
마지막, 식사다. 목구멍이 작아서 아이들은 많이 먹지 못한다. 대략 3시반 정도에 식사를 하면 1시간 넘게 하는 듯 하다. 다 먹고 나면 5시. 집으로 가서 씻고 자면 딱 맞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면 아이를 씻긴다. 커다란 욕조에 물을 받고 물놀이를 하게 한다. 목욕이 끝나면 머리 말리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7시 반, 아이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자리에 누워서 말한다.
"오늘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아빠가 정신이 없으면 깜빡하고 화가 날 때가 있어."
"괜찮아요. 저도 죄송했어요."
이러고 하루가 마무리된다. 분명한 것은 이런 대화는 꽤 여러 번 이어졌다.
녀석들이나 나나, 기억상실에 걸린 것 처럼 서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사과를 반복한다.
이 글을 쓰는 밤 12시. 아이들이 이미 잠든지 5시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귀에서... 아이들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또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