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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5. 2023

[생각] 책 많이 읽으면 안 좋은 점_다독 위험한 이유

 챗GPT가 크게 이슈다. 인간이 묻는 질문에 명료하게 답한다. 질문을 해봤다.

'책을 읽으면 안 좋은 점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 혹은 '운동을 해야 한다.', "명상을 하면 좋다."와 같이 사회적으로 의심하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의심해보자.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할까?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 불쌍하다는 인식은 주관적이기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도움이 필요없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인식이 '불쌍해서'라면 기분 나쁘다. 도움은 불쌍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좋을까?' 실제로 운동부족으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운동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 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 선수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이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심장마비이고 쓰러진 선수들 중 약 50%가 사망했다. 운동은 '단련'이다. 단련은 두드려서 단단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적인 충격을 가해야 한다. 그 자체가 위험할수도 있다.


 '명상을 하면 좋을까?' 명상은 '현실 문제 극복'에 취약하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문제에서 '내면의 편안함'을 찾고 '승과 패' 모든 결과에 행복을 얻게 되는 '마인드풀니스'는 위기감을 줄여 되려 현실문제 극복을 취약하게 한다. 환경문제나 전쟁 등의 외부적인 문제를 산적해 두고 자신만 눈을 감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일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좋지 않은 점이 있을까. 챗GPT는 책을 읽으면 안좋은 점에 대해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시간이 낭비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사회성이 결여된다는 점이다. 그냥 호기심으로 넣어 본 질문인데, 그러고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당연하다고 받아드리는 것이 과연 당연한가 의심해보자.


 첫째, 얇은 책만 찾게 된다. 한해 목표량을 정하고 책을 읽으면 최대한 수비고 얇은 책을 읽게 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단련이란 외부적인 충격을 통해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강철은 솜망치로 두드려서는 단련되지 않는다.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자신 있는 분야의 책, 많이 읽었던 주제,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들을 마구잡이로 고르고 읽게 된다. 책을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나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주는가여야 하지만, 빨리 읽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위주로 고르게 된다.


 둘째, 실질 문해가 떨어진다. 문해란 글자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다만, 단순히 글자를 음성적으로 읽어내는 것이 아닌, 그 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능 국어 영역의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을 읽고도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다양한 점수가 나온다. 이유는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글은 필리핀 찌아찌아족도 읽을 수 있다. 다만 그 글이 담고 있는 의미는 서로 모른다. 단순히 글자를 음성화 시키는 능력일 뿐이다. 빨리 읽어 내는 능력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 보지 않고 읽어 넘어간다. 그것은 훈련이 되고 실질 문해를 떨어뜨린다.


 셋째, 생각이나 실천을 하지 않는다. 책에서 읽으면 꼭 해봐야겠다 싶은 것을 달력에 적어두고 실천해 본다. 그 실천의 재미가 있다. 다만 실천을 하려면 읽던 책을 멈추고 메모를 하거나 스케줄러를 살펴 한참을 뒤적여야 한다. 다만 그냥 읽고 머리에 남기는 것은 그 본질이 아니다. 덴마크에서는 '휘게'라는 말이 있는데 아늑하고 안한 상태를 말한다. 휘게를 설명한 책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초'를 많이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 저녁 마트에서 향초를 구매하기도 했다. 책의 본질은 읽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삶에 내려 앉는 것이다.


넷째, 사회성이 결여된다. 함께 하는 스포츠나 모임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니 사회성이 결여된다는 의미다. 책은 만병통치가 아니다. 책이 가진 단점에 불쾌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한정적으로 주어진 시간을 혼자 사용하느냐,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느냐, 거기에는 분명 기회비용이 들어간다.


 다섯째,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만족을 갖는다. 가수 신해철 님은 스펙을 쌓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읽었다는 만족감은 만족감일 뿐이다. 되려 책을 읽었기 때문에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짜고짜 토익과 어학연수, 자격증 부터 따놓고 보는 일은 불안한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으나,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본질인지 의심해볼 필요는 있다. 책은 그저 기호일 뿐이지, 종잇장을 넘기며 문자를 받아들였다는 것만으로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느다.


 여섯째, 적잖은 시간이 소요. 흔히 벽돌책이라고 하는 책들은 많게는 10시간이 넘게 써야 한다. 주말 하루를 통채로 책만 읽어야 한다. 소설책 또한 단순히 재미로 읽지만 몰입해서 읽으면 길게는 5시간에서 8시간을 몰입해야 한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은 꽤 많다. 다만 책이 언제나 만능은 아니며 속도와 시간 면에서 분명 불리한 부분도 있다.



 다들 책을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만 쓰는데, 책을 많이 읽겠다는 것에 집착하면 안좋은 점도 있다. 책의 본질은 읽는 것이 아니라,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책을 읽고 요약하는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것을 배워 사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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