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억울함에 답하다
기쁨과 슬픈 감정을 한꺼번에 느껴 본신 적 있나요?
대형프로젝트를 몇 달에 걸쳐 몰입했다. 늘 하는 일이니 마감일에 맞춰 오픈했다. 회사입장에서 큰 수익이 생겼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술자리가 늦게 끝났다. 집에 왔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무대 뒤로 돌아온 스타가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허무하다.
직장에서 일상다반사로 겪는 일이다. 대리급부터 과장급까지는 이 상황을 못 견딘다. 파티가 끝나면 한동안 퀭한 눈으로 업무에 집중을 못한다. 뭔가 도둑맞은 사람들 같다. 최악의 경우 퇴사한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회사의 명운을 바꾸는 프로젝트에서 큰 역할을 했어도, 내 인생은 변함이 없으니 우울해할 만하다. 그 영광이 내 것이 아님을 자각했을 때, 가슴에 큰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나만의 일을 해야겠다 고 , 오직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세상 밖으로 뛰쳐 나서기도 한다. 행운을 빈다!.
나는 직원 9천 명 규모의 글로벌 그룹의 IT 직원으로 25년째 연속 근무 중이다. 원래 내 꿈은 작가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은 아실 것이다. 내 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불행히도 나는 글을 쓸 때 만족감과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가끔은 프로그램 개발 업무 때문에 내 글이 이리도 딱딱하고 건조한 걸까? 하며 직업을 탓하기도 한다.
그동안 누구도 알아주지는 않았지만, 회사를 위기에서 여러 번 건져 냈다. 동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처우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박차고 나가 내가 원하는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브런치작가 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브런치작가를 폄하하는 말이 아니다. 제대로 된 글조차 쓰지 못할 것이라고 해두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퇴사한다고 창조의 고통이 한방에 사라지고, 한 시간 동안 단 한 줄의 글도 못쓰다가, 갑자기 창조의 천사가 매일 아침 나에게 찾아와서 키보드를 대신 눌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퇴사한다고 해서 안 쓰이던 글이 줄줄 거미줄처럼 나올 리 만무하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생활고만 더해질 뿐이다.
그래도 열심히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나를 알아주시고, 황송하게도 내 글에 like를 눌러주시는 분께는 너무나 감사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월급이 나오지도, 사대보험에 들어주지 도 않는다.
결정적으로 미완의 글이긴 하지만 회사 다니면서도 짧은 시간 쪼개어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나의 꿈과 직장은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아니다. 직장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퇴사를 하게 되면 꿈을 이루기가 더 힘들고 요원 해진다. 당장 생활비와, 꿈을 이루기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적 지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원하는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만을 고민하면 되지만, 직장을 그만두면, 꿈과 생활비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직장에서 큰 공을 세워도 ,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이 허탈해하고 억울해한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안다.
이쯤 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가슴에 대못을 하나 박아야겠다.
직장에서의 그것이 그렇게 허망하고, 허탈하고 섭섭하다면, 과감하게 그 일을 포기해라. 직장에서 큰 공을 세우지 마라. 그냥 숨죽이며, 눈치 보며, 허리는 굽히고 최대한 상사의 눈에 띄지 않게 회사에서 없는 사람처럼 지내라. 그렇게 직장생활을 한다면 허탈해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맞지 않아도 된다.
금방 알게 될 것이다. 회사에서 시킨일인것 같지만, 팀장의 지휘하에 했던 일이지만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성취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쯤 독자님들 대부분이 화면을 닫았을 것이고, 나머지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져 있을 것이다. 죄송하다. 내 말은 이 세상 그 무엇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그것이 직장일 뿐이다. 그것이 꿈일 뿐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오직 자신의 삶이다. 단 1초도 자신의 삶이 아닌 적은 없다. 그런데 왜 직장생활은 자신의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 내가 여기서 이럴 사람이 아니라고 , 나는 어벤저스라고 의미 없는 생각을 하는가?. 차라리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단 1미리라도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을 위해 현명한 길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면 그뿐이다. 그 발전을 나 혼자 인저하고, 내가 알면 그뿐이다.
직장에서 큰일을 하고, 회사를 일으켰다면, 그것은 온전히 당신의 선택이고, 성취감을 좋아하는 천부적인 재능이고 성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