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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직장의 신 26화

IT 바보였던 내가 조직의 중심이 된 이유

좋아하는 일을 찾지 말라, 잘하는 일을 만들어라

by 한금택

회사에서 맡겨진 업무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저는 외투법인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며, 지난 25년간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일정, 인력, 비용을 빠르게 조정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PM 업무 외에도 조직의 보안책임자 역할을 맡아 보안 체계가 약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관리하고, 매일 ISO 보안 관리를 점검합니다. 오랜 경험 덕분에 큰 부담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IT-Center 조직을 총괄하며 인력 채용, 문제 해결, 회식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런 일들이 저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일정이 빡빡할 때도 있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잘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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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힘: 경험이 만든 전문가

제가 이 많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냐고요? 사실, 저는 IT에서 특별한 재능이 없습니다. 개발 실력도 뛰어나지 않고, 과거에 작성한 코드는 지금 보면 민망할 정도로 서툴렀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을 25년간 반복하면서 요령이 생기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쯤 핵심 모듈 개발이 끝나겠지." 하면 정말 그렇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도 경험 덕분에 침착하게 대처합니다. 로그를 분석하고 설루션을 찾아내는 일도 빠르게 해결합니다.

반복의 힘은 저를 업계 최고의 구루가 되지는 못했지만, 보통의 전문가까지는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몰라서 실수를 밥 먹듯 했습니다. 프로젝트 마감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서버 교체를 제때 하지 않아 CPU가 타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조직 전체가 뒷수습을 해야 했고, 저는 미움과 멸시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며 점차 일을 예측하고, 실수를 줄이며, 실패 확률을 낮추게 되었습니다.


잘하는 일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25년 동안 많은 후배와 동료들이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며 제 곁을 스쳐 퇴사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처음부터 나와 꼭 맞는 일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좋아하는 일조차 반복하다 보면 지루해지고 실수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다릅니다.
좋아한다고 해서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잘하지는 못합니다. 반대로 좋아하지 않아도 잘하는 일도 있습니다. 저는 대학 때부터 차를 운전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군에 입대해서 1호차 운전병이 되었습니다. 30년이 지나도록 접촉사고조차 없이 무사고로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제가 운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못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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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두지 말고, 반복적인 경험과 실패를 통해 일을 잘하게 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하게 된다는 것은 일을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이 쉽게 되면 최소한 싫어하지는 않게 됩니다.

요즘 "자신에게 맞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라고 권하는 유튜버들을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이 노는 것 말고 어디 있나요?. 아직 직업에 대한 해석도 명확하지 않은 2030 후배들에게 허망한 희망을 주면서 토닥여 주는 것이 과연 선배가 할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은 찾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나에게 어느 날 찾아오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오직 자신이 오랜 시간을 들여 연마하고 실패하며 완성도를 높여 가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회사 저회사를 옮겨다니다보면 어느덧 40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계속 옮겨다녔다면, 하나의 기능, 하나의 일에 대해 깊이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합니다. 40대가 되면 자신 외 누군가를 리드하고 이끌어야 하는 위치 입니다. 회사를 자주 옮긴다면, 그런 위치를 잡기는 어렵습니다.


2030 후배들에게 퇴사를 하지 말라고 설득하려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최소 5년 이상 반복적인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년의 기간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던 일에서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기간은 재능이 없더라도 잘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곤 5년이라는 실패와 고통의 세월은 짧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견하고, 더 나은 길을 알아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간입니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경험은 재능을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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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의 결과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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