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온스 바뀌는데 10년.
2온스 바뀌는데 10년.
대부분 직장인은 9시 이전까지 출근했었다.
부장은 8시 50분, 과장은 8시 30분, 그 밑에는 보통 8시 30분 이전에 출근했다.
본게임 하기 전 지옥철 언더카드 경기를 무사히 끝내고 사무실에 도착해 처음 하는 일은 커피를 타는 일이었다.
8온스 240ml 용량의 컵에 동* 막대믹스커피 봉지를 찢어 넣는다.
정수기 뜨거운 물을 컵에 75% 정도 채우고 빈커피포장지를 돌돌 말아 휘휘 두세 번 저으면 끝이다.
오늘 잡힌 미팅과 마감업무를 살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믹스커피는, 30년간 한결같이 살아온 아내처럼 무심하다.
업무 하다가 잠깐 흡연하러 가는 동료들은 믹스커피를 들고나갔다. 담배 하나 피우는 시간과 믹스커피 마시는 시간이 용케 도 일치한다. 빈 컵에 다 피운 담배꽁초 꾸겨 넣고 반질반질한 키보드가 있는 자리로 돌아간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만만한 놈이었다.
2017년 인지, 그 이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새로운 CEO는 직원들을 위해 커피머신을 설치했다.
커피원료는 별다방 캡슐을 이용한다. 10온스 300ml 사이즈 종이컵을 기계에 올려놓고, 컴프레셔 버튼을 누르면 아메리카노 커피가 만들어진다.
달달하고 텁텁한 믹스커피보다는 고급진 향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내려진 커피양이 작지 않아 보고서 5장까지 훑어볼 때까지 마실 수 있다.
직원들은 탕비실에 들어가 믹스커피 휘휘 저어 마시지 않는다.
손님이 오더라도 믹스커피 타서 대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메리카노를 내려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않는다. 요즘 회의는 커피를 각자 준비하거나, 보통은 음료 없이 회의만 한다.
10온스는 더이상 만만하지 않게 되었다.
8온스 컵이 10온스로 바뀌는 동안 업무형태도 변했다. 회의와 전화 대신, 화상미팅과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한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업무를 가르치기보다는 보고 따라 하는 도제식 교육 법을 썼다. 지금은 신입사원들에게 상세한 업무 매뉴얼을 제공하고 분배된 업무를 알아서 처리하도록 한다.
앞으로 10년 후 사무실 환경은 또 어떻게 바뀔지 , 업무보고를 AI에게 하고 퇴근해야 할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