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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Feb 25. 2024

저평가의 올가미

저평가 부동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평가란 자산이 그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평가된 부동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한 물건이 저평가 또는 고 평가되었다는 말은 평가를 했다는 것이고, 평가를 위해 특정 기준이 존재한다. 저평가의 기준은 미래의 시점이다. 즉 어떤 요소에 의해 현재 잠시 가격이 눌려져 있고, 미래의 시점에서 장애요소가 벗겨지면 저평가에서 적정평가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저평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래를 가지고 평가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저평가 물건들을 찾아다녔다. 매수금액을 최대한 낮추면 매도 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평가라고 매수한 물건들은 내가 팔 때도 저평가 이유 때문에 저렴하게 팔았다. 결국 저평가가 아니라 적정 평가였다. 저평가라는 마법과 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고 여러분이게도 일어날 확률이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화려한 그래프와 경제학자의 법칙들을 끌어와 저평가 물건과 저평가 시점을 증명해 낸다. 해외 유명한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이 만든 법칙이니 반론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학문은 학생에게 맡기고, 부동산 투자시장에서는 현실적이고, 사실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평가라는 신기루를 이용해서 원래 비싼 빌라인데, 지금 저가에 너에게만 줄게! 이 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 부정확한 주장에 부동산을 사고, 오랫동안 고생한다.

특히 부동산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저평가에 대한 신기루에 더 쉽게 빠진다. 내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부동산에 분명 나만 모르는 비밀이 있는 줄 알았다. 신비한 1% 전문가들은 저평가 매물을 순식간에 낚아채고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부동산 공부를 열심히 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저평가 물건을 한눈에 알아채서 쥐도 새도 모르게 투자를 할 수 있으리라 꿈꿔왔다.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빌라를 초자가에 매수한 뒤, 2년뒤 두배로 매도함으로써 많은 아마추어들이 와!! 그렇게 깊은 뜻이 있으셨구나 감탄하게 하는 그런 부동산계의 도인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부동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는 결론이 있다.
하지만 이 결론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부동산은 실력보다는 운의 영역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나에게 부동산은 실력의 영역이어만 한다. 그토록 실력을 쌓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운보다 실력의 영역이 크기를 바랐던 것은, 공부처럼 연마하고, 훈련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 할 수록, 나의 작은 실력과 필살 기 따위로 거대한 시장의 방향과 의미를 알 수도, 저항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시장을 운이라 한 것은 나의 실력과 통제력과 무관하게 마치 천재지변처럼 일어났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나의 투자 수익률도, 상승과 곤두박질을 아무 의미도 없이 반복했다. 나의 실력과 투자수익률과의 인과 관계가 전혀 없었다.


시장의 힘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을 때, 저평가된 매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동산의 가치와 가격은 일치한다. 저평가 부동산이 존재하려면 미래의 가치와 현재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인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투입 해야함으로, 할인된 가격 과 기회비용이 일치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1가구2주택 트랙에 걸린 사람이 당장 다음 달까지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할 경우, 세금 정도 싸게 시장에 나온다. 이런 경우 저평가 된 물건이고 실제 싸게 나온다. 지방마다 명함도 많이 뿌려놓고, 저평가, 급매 많이 예약하고 다녔지만, 막상 다음달까지 매매금액 전액을 입금하라는 요구를 나는 단 한 번도 수용할 수 없었다.

급행료가 포함된 정당가격인 것이다. 시세대비 20%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통장에 늘 10억씩 잔고를 유지했다면, 그 유지비용이 이미 가격에 다 녹아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귀가 얇은 매수인이 주로 하는 저평가 매수 실수로 인근 인프라에 대한 과대 기대심리다. 신축아파트가 대단지로 지어지거나, 주상복합건물이 건축된다고 해서 주변 빌라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아파트는 아파트시장이 있고, 빌라는 빌라시장이 있다. 신축아파트가 들어서면 우리 빌라도 가격이 덩달아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신축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근처 구축 아파트 가격도 키 맞추기 할 거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미래의 화려한 소망과, 예측의 청사진을 가지고 현재의 부동산이 저평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가 미약하다. 저평가된 아파트 선진입이 아니라,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저렴하게 넘겨 받는다는 표현이 아프지만 사실이다.


요즘처럼 불황시장이 깊은 시기에 실력을 쌓고, 공부 든, 일이든 뭔가를 열심히 해야만 하는 나같은 일 벌레 들이 가장 위험하다. 시장이 아직 죽어 있는 상태에서, 과대한 저평가 부동산 매수는, 시장이 돌아왔을 때 기회비용을 크게 날릴 가능성이 있다.


2024년 현재 부동산 진 바닥이니 지금 들어가면 완전 저평가된 물건을 살수 있다. 맞는 말 같지만, 지금 진바닥을 확정 지을 그 어떠한 신호도 찾지 못했다. 금리가 멈추어 더 이상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예측일 뿐이다.


나 같은 하수들이 저평가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부동산 시장을 사실 그대로 투명하게 만 바라볼 수 있다면, 가치투자자의 오솔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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