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금택 Jun 02. 2024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주인이 됐다.

시간이 나를 위해 돈을 벌어온다.

: 돈이 제일 싸다.

돈은 시간보다 싸다. 돈은 커피 보다 싸다. 돈은 아파트 보다 싸다.

돈이 싸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것이다. 식당에 들어온 손님이 7천 원짜리 된장찌개를 주문한다. 식당주인은 적어도 7천 원 이상의 맛과 재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메뉴판에 적어 놓는다. 뜨거운 여름 4천5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 내가 지불한 돈 이상일 것을 기대하면서 별다방에 주문을 넣는 것이다. 지불한 돈에 비해 형편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았다면 우리는 “바가지”라고 한다.

언제나 돈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비싸야 거래가 완성된다.

 : 소비에 물들다.

우리는 소액의 천 원, 만원, 10만 원을 마트에서, 거리에서, 카페에서 쉽게 소비한다. 돌아오는 상품, 서비스 또한 그만큼의 만족감을 돌려준다. 소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즉흥적이고 , 소비한 즉시 사라지는 것들이다.

출근길에 아메리카노와 함께 산 빵 한 조각, 마트에서 산 두부 한 모, 자동차에 주유한 휘발유 같은 것들은 사용하는 즉시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물리적으로 사라지거나 가치를 잃고 만다. 그 자체의 물리적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 자체로서의 가치와 가격을 보존하지 못한다. 우리는 어려 서부터 이런 소액을 사용하는 경험과 노하우를 익히고 어른이 되어서는 더 익숙하게 소비를 한다.

: 소비 -> 현금 ->소비

흐르는 시간의 단위 공간마다 우리는 소액으로 필요한 것들을 소비하며 꽉 꽉 채워 넣는다. 아침, 점심, 저녁, 야간에 섭취하는 음식들, 그 사이사이에 소비하는 음료, 담배, 술, 뿐 아니라 취미생활과 여행, 자동차 같은 것들로 일상의 시간들을 채운다.

소액을 소비하기로 결정한 소비자는 끝없이 현금을 벌어야 한다. 현금을 지불하고 시간의 슬롯마다 소비와 서비스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끝없이 소비하고, 끝없이 소비를 위한 돈을 번다.


: 아파트는 가치를 가둔다.

돈을 내고 사용하는 즉시 사라지고 마는 소비재와는 달리 아파트는 소유하고 사용하더라도 형태와 가치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치를 저장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가격이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

빵이나 아파트나 소유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돈과 맞바꿔야 한다. 가장 저렴한 돈으로 바꾸는 것들이지만, 바꾸고 난 이후에는 각각 정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소비재는 돈이 사용되지만 자본재는 스스로 돈을 벌어온다.

: 아파트는 지속적으로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 같은 자본재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현금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처음 자본재를 소유하기 위해 엄청난 현금이 들어가고, 모자란 현금을 채우기 위해 대출을 사용해야 한다. 구매한 아파트는 사라지지 않으며, 아침에 산 아파트를 저녁에 다시 사기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반대로 소비재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밥을 먹었지만, 내일 아침 다시 먹어야 한다.

아이스크림처럼 구매 후 즉시 효익이 사라지는 소비재와는 달리 아파트는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고 그 가치를 장기간 보관 할 수 있고 최종 매도를 통해 원금은 물론 수익도 얻을 수 있다.

: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문제 해결에 미래를 포기하는 사람들.

소비의 대상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파트보다는 아이스크림 소비를 더 좋아한다. 당장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박한 문제해결이 필요한 소액소비를 앞에 두고 돌아서기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돈은 없지만 애가 태어나서 크고 좋은 차를 산다.

돈은 없지만 고생했으니 여행을 간다.

돈은 없지만 아내 생일이니 명품 선물을 산다.

돈은 없지만 전셋집이 너무 작아서 큰 평수 아파트로 이사한다.

사는 내내 중요하지 않지만 급박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때마다 돈을 사용해 쉽게 해결한다. 돈만이 코앞의 문제를 즉시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를 멈추지 못하면 절대 현금을 빠르게 뭉칠 수 없다. 자본재는 소비재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큰돈이 모아져야 구매할 수 있다.


: 소비재와 자본재의 구매 순서에 따라 정 반대의 결과가 발생한다.  

구매가 급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를 우선 매수하는 것으로 순서를 정한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재와 자본재 모두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당자의 소비재 구매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스스로 돈을 벌어들이는 자본재 구매를 먼저 추진했을 때의 과정을 보자.

: 시간이 나를 위해 돈을 벌어 온다.  

자본재인 아파트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매수한다면, 그 뒤부터 자본재는 스스로 수익금을 축적하기 시작한다. 자본재를 소유하는 즉시 시간은 나를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자본재 자체의 가치상승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내편이 되어 작동한다. 자본재가 돈을 벌어오기 시작하면, 구매하고 싶은 소비재를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자본재와 소비재 모두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순서를 반대로 해서, 소비재를 먼저 소비하면, 자본재를 구매할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없게 된다. 본인의 노동 소득 이외의 소득이 없기 때문에 젊어서도, 늙어서도 오직 본인의 노동력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서서히 나를 짓누르는 압축기 역할을 한다. 거주비와 식비, 생활비 모두가 시간과 함께 가격이 높아진다. 시간은 나의 적이 되어 점점 더 높은 청구서로 나를 짓누른다. 어느 순간 청구서 금액이 나의 월급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