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5 글모음

어죽집

by 신기루

얼굴에 미소와 홍조가 섞여 아름답던 그녀가

시간과 노동과 피로를 덮어쓰고

미소를 말끔히 지운 채

핏기 없는 얼굴로 주방에서 어죽을 끓인다

고추장과 소금을 많이 넣어 짜고 맵다

가끔 엄마를 도와주는 딸이 서빙을 한다

이제 딸에게 물려줘야 할 것 같은데

혀도 늙어서 강한 맛에만 반응을 하니

단골 노인들은 여전히 올 테지만

영 발길이 드문드문 하다가 잊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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