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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증언 11화

청년

by SAndCactus

화분에 손목을 심었다.

(좀 볼품없지 않아?)

너무 짧은 것도 너무 긴 것도 세상은 다 마땅찮다 했고

별수 없이 시계 바로 위에서 잘린 것은

온종일 째깍이며 고동쳤다.


몸을 잃은 서러움을 아직은 몰라도 좋았다.

손가락이 남아 있었고

손바닥이 남아 있었고

손금이 뚜렷했고

점은 없으니까.


햇빛이 아쉬워도 비명이 있었고

새소리가 아쉬워도 거미줄이 있었다.

여덟 다리가 기어 다닐 때면 손가락은 곱아들었고

곱아든 자리에는 몸의 기억이 추억처럼 돋았다.


꺾어다 우린 것은 결명자 맛이 날 테고

눈을 멀게 해줄 테고

눈물이

멈출

수도 있을 테고.


나무가 되랬는데.


(좀)


(볼품없지)


(않아?)


아름드리.

우듬지 대신 손가락을 펼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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